검열시대, 이제 교회도 턴다
검열시대, 이제 교회도 턴다
  • 편집부
  • 승인 2014.10.28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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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네티컷 한인 성당 게시물 삭제 요청

커네티컷의 한인성당의 웹사이트 관리자가 서울시 동작경찰서로부터 게시물 삭제 요청을 받았다고 LA에서 발행되는 미주 한국일보가 지난 18일 보도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성당측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북한의 모란봉 악단공연 동영상이 국가보안법 위반 소지가 있으니 삭제하라는 동작 경찰서의 구두 경고를 받았다.

성당홈페이지 관리자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동영상을 누가 사이트에 올렸는지 알 수 없었지만 한국 정부의 요청인지라 곧바로 삭제 요청에 응했다”고 밝혔다. 또다른 성당관계자는  “서울에 있는 경찰이 미국, 그것도 커네티컷의 조그만 종교단체 웹사이트의 게시물에 대해 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걸까. 미국의 한인사이트들도 사찰의 감시 대상이 되고 있는 걸까”라고 의아해 하며,  “신자가 100여명 밖에 없는 종교단체 게시판에 한국 경찰이 신경을 쓴다는 게 이해가 가질 않는다. 무엇보다 요즘 세상에 그런 영상물을 보고 북한을 찬양할 사람이 어디에 있겠냐”고 한국일보기자에게 토로했다.  

현행국가보안법상 북한의 선전물을 단순 호기심에 올린 건 처벌 대상이 되진 않고, 미국에 서버를 둔 웹사이트의 경우에는 처벌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성당측이 경찰측의 요청을 거부해도 제재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커네티컷 성당에 이메일을 보낸 동작경찰서의 임모 경장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이적물을 검색하는 업무를 수행하던 도중 우연히 커네티컷 성당 게시판에 올라온 동영상을 보게 됐다”면서 “강압적이라기 보단 지우시는 게 어떻겠냐는 부탁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런 변명은 궁색해 보인다. 교회 홈페이지 관리자가 교회의 성격과 관계없는 게시물을 자발적으로 지우는 것과 한국경찰의 요청에 의해 지우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이다. 한국의 대표적 메신저 프로그램인 카카오톡 검열이 알려짐에 따라 텔레그람이라는 외국 메신저로 이른바 ‘사이버 망명’이 이루어지는 시기에 한국 경찰이 한가하게 소규모 교회 홈페이지나 검열하고 있는 것은 신공안정국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특히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미국에 사는 교민들을 향한 이러한 ‘공권력 남용’은 가뜩이나 민주주의를 퇴보시키고 있다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해외 교민의 여론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편집부 / <뉴스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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