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2일 오후 4시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 북문에 사람들이 눕기 시작했다. 누운 사람들 중 어떤 이는 몸에 붕대를 감았다. 한 여성은 피눈물을 흘리는 화장을 했다. 아랍 전통 의상을 입은 여성과 임산부를 표현한 사람도 있었다. 손을 꼭 잡고 있는 아버지와 아들도 광장에 누웠다. 부시 초청 평화 기도회에 반대하는 기독인들과 평화 활동가들이 이미 예고한 '다이 인 피스 몹'(Die In Peace Mob) 행사였다.
"이라크를 지옥으로 만든 살인자 부시 환영합니다. 당신이 한국의 평화를 위해 간증하러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밥이 안 넘어갔습니다."
"한국 교회는 부시에 반대한다.(Korean Church Says No to Bush!)"
이외에도 "한반도 평화를 위해 배급이 중단된 북한 동포를 살려야 합니다", "전쟁 반대, 부시 반대(No War, No Bush!)", "♡(사랑)할 수 있는데 왜 전쟁하십니까?", "'눈에는 눈으로'라는 말은 전 세계를 장님으로 만든다('An Eye for An Eye' Makes Whole World Blind.)", "부끄러운 줄 알라, 부시(Shame On You, Bush!)" 등의 문구가 있었다.
한 활동가는 쓰러진 사람 하나하나에 헌화하며 전쟁 통에 죽은 민간인 희생자를 애도했다.
계속되는 경고에 기독인들은 피스몹을 중단하고 기도를 시작했다. 60여 명은 북문 앞 광장에 둥글게 앉아 1명씩 돌아가며 기도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들이 기도가 아닌 정치 구호를 외친다며 거듭 해산을 요구했다. 결국 평화 활동가들은 오후 5시 15분경에 자진 해산했다.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은 사람들 반응은 다양했다. 경찰의 제지를 뚫고 들어와 사진 촬영까지 한 여성은 "부시를 초청해 평화 간증을 듣는 한국 교회도, 피스몹 행사를 가로막는 경찰들도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근처 공원에서 데이트를 즐기던 20대 연인은 "평화 기도회에 부시가 온다는 사실을 피스몹을 보고 알았다. 웃음밖에 안 나온다"고 했다.
긍정적인 평가만 있지는 않았다. 지나가던 한 여성은 "기도회에 반대하는 사탄의 무리들"이라며 피스몹 참여자들을 향해 손가락질했고, 어떤 이는 '친북 빨갱이들'이라며 혀를 차기도 했다. 경기장 내 영화관에서 마주친 한 여성은 "부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평화 기도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하지만 한국 교회 어른들이 결정한 일 아닌가. (평신도보다) 나은 분들이 잘 결정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기철 / 한국 <뉴스앤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