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서 전당대회라도 하는 걸까. 브루킨스커뮤니티교회(Brookins Community African Methodist Episcopal Church)에 LA시장부터 연방 하원의원, 주 상원의원, 주 하원의원, 시의원까지 참석했다. '미국 흑인 문화의 달(African American Heritage Month Celebration)'을 기념해 열린 주일예배에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한 것이다.

정교분리? 장로 대통령!

정치인이 교회를 찾았다면 십중팔구 인사를 하고 이름을 알리기 위해서다. 한국 교회의 경우 담임목사와 정치적 '코드'가 맞는 사람들만 간택되어 광고 시간 등에 소개가 된다. "정치와 종교는 분리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미주 한인 교회들은 얼마나 다를까. 대선을 앞두고 한인 목사들이 나서서 "이명박 장로님에게 귀한 성령 부어주셔서 우리 대한민국 빨갱이 나라에서 건져주시옵소서"라고 특별기도회를 여는 판이다. 반면 미국 내의 시민 단체들이 이민법이나 의료보험 이슈를 가지고 서명할 수 있는 테이블을 내달라고 하면 "정치적 중립" 등을 내세우며 외면한다.

흑인이 밀집한 동네 한복판에 위치한 '커뮤니티' 교회는 어떨까. 400명이 출석하는 교회에 20여 명의 정치인들이 참석해 미국 내에서 흑인의 역할과 60년대 민권운동을 칭찬하기 바빴다. 9시부터 시작된 주일예배에 참석한 정치인들은 예배 시작 전부터 지정된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예배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다.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사람들로 채워진 찬양단의 열정적인 찬양에 이어 참석한 내빈 소개가 있었다. 스무 명 남짓한 정치인들과 외부 초청 인사들에 대한 소개가 끝난 뒤, 담임목사인 데니스 윌리엄스 목사가 강대상에 올라와 "축사는 주보에 기재된 사람만 나와서 2분이 넘지 않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2분을 넘기지 말라"는 담임목사의 충고

안토니오 비아라이고사 LA 시장이 가장 먼저 강대상에 올라섰다. 그는 함께 기도를 드리자며 "참으로 힘든 시대다. 많은 사람이 해직당했고, 많은 사람이 집을 잃었다. 어려운 사람을 도울 때다.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어려움을 헤쳐 나가자"고 기도했다.

이어 등장한 맥신 워터스 미 연방 하원의원(35지구)은 마틴 루터 킹, 로사 파크(백인들만 앉도록 되어 있는 버스 의자에 앉아 60년대 흑인 민권 운동의 효시가 됐던 여성) 등 많은 인권 운동가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집 차압, 실직율로 주저 앉아있을 때가 아니다. 수많은 우리의 영웅들을 생각하며 다시 한 번 전진하자"고 회중들에게 호소했다.

이후로 커런 프라이스 주상원의원(캘리포니아 주, 26지구)부터 이사도어 홀 주하원의원(캘리포니아 주 52지구), 잔 페리 LA 시의회 의장 권한 대행, 폴 크레코리안 LA 시의원, 버나드 팍스 LA 시의원, 웬디 그루엘 LA 시 재정 책임자 등이 강대상에 올라 짤막짤막한 인사말을 건넸다.

출석 교인 400교회를 찾은 LA 시장, 연방 하원 의원 등

데니스 윌리암스 목사가 "흑인의 회심에서 배우는 교훈"라는 주제로 말씀을 전했다. 그는 흑인 노예 시절, 글도 모르던 노예들이 찬양하며 하나님을 경배하던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흑인 노예에게 글을 가르치는 것이 불법이던 시절에도 찬양이 그들을 붙잡았다는 것이다.

"미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흑인들이 공부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열심히 지식을 쌓아야 한다. 세상이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총을 들고 어슬렁거렸다고 무서워했나? 아니었다. FBI와 민권 운동을 반대했던 사람이 그를 두려워했던 것은 그가 배운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말씀 하나를 가지고 가난한 자들, 흑인들을 위해 용감하게 나섰고, 그래서 희생당한 것이다."

윌리엄 목사는 이어 사도행전 8장에 나오는 내시가 냇물에 "임시변통"으로 세례를 받은 이야기를 예로 들며 "임시변통에 가장 뛰어난 것은 바로 우리 흑인들이다. 노예 시절부터 없는 것은 임시변통으로 만들어서 해결해왔다"고 했다.

"예수님이 임시변통으로 진흙에 침을 이겨 맹인의 눈을 뜨게 했고, 하나님은 흙을 이겨 당신의 숨결을 불어넣어 사람을 살아있는 영혼으로 만들었다. 오늘 우리는 이 흑인 교회에서 백인과 흑인과 한국인들과 라티노들과 유대인들과 함께 예배드리고 있다.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창조된 우리는 흑인도 백인도 황인종도 다른 것이 없다. 우리 모두는 주님 아래 모두 완벽한 존재들이다."

예배가 끝나고 정치인들은 미국 흑인 문화의 달 기념우표를 배경으로 목사와 교인들과 기념사진 찍기에 바빴다.

미주 한인의 날 한인 대형 교회들은?

지난 1월 13일은 '제6회 미주 한인의 날'이었다. 곳곳에서 한인 단체장들끼리만 모여 행사를 치렀다. 수천 명이 출석한다는 한인 대형 교회들이 즐비하고, 저마다 으리으리한 건물을 자랑한다. 세계를 섬긴다는 캐치프레이즈가 교회를 소개한다. 하지만 그런 한인들의 표를 얻기 위해, 그런 한인들 눈치를 보느라 교회를 찾는 지역사회 정치인을 찾기는 쉽지 않다.

교회가 정치적이어야 한다는 것도, 정치적으로 편향될 이유는 없다. 하지만 교회가 지역사회에 영향력이 있다면 정치인들이 제 발로 교회를 찾을 것이다. 교회의 영향력을 통해 정치인들은 한인 유권자를 존중하게 될 것이다. 유권자 숫자만큼 대접을 못 받는 한인 교회는 여전히 하늘 한 번 바라보고 태평양 넘어 대한민국 정치 한 번 바라보는 일만 반복하고 있다. 예수님이 사랑하라고 하는 '네 이웃'을 찾는 어렵지 않은 숙제부터 해결하는 게 브루킨스커뮤니티교회를 통해 발견한 한인 교회의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