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에게서 만개해야 할 오바마의 꿈
약자에게서 만개해야 할 오바마의 꿈
  • 김홍덕
  • 승인 2008.10.29 0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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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오바마의 승리가 미국과 전 세계에 미칠 영향 중 한 가지

큰 이변이 없는 한 오바마가 미합중국 대통령에 당선될 모양이다. 정치적으로 그를 지지하든 반대하든, 심지어는 마지막 엄청난 변수가 발생하여 당선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이미 그는 미국 역사에 큰 획을 긋는 이정표로 자리매김했다.

어느 분이 “오바마가 당선된다면 종이 주인을 몰아내고 안방을 차지하는 격”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충분히 논란이 될 만한 소지가 있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그렇다. 흑인들이 미국에 노예로 팔려와 이제 나라의 주인이 되었으니 말이다. 성경의 요셉도 종이 총리가 된 케이스이니까 전혀 새로운 일은 아니지만, 요셉의 경우는 훨씬 더 충격적인 일이었다. 종이 직접 총리가 되었으니 말이다.

오바마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한국에게 유익이 될 것은 무엇일까. 따지고 보면 그리 유리할 것도, 손해 볼 것도 없다. 오바마는 지극히 정치적인 인물이다. 한국과 FTA 협정을 다시 해야 한다고 하니 불리할 것 같기도 하고, 무너진 미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분위기를 확 바꾸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볼 때는 기대를 해볼 만하다.

기독교적으로 볼 때 오바마가 매케인보다 덜 신앙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마음이 안 놓인다고 생각하는 순진한 복음주의자들이 많은 것 같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불량한 클린턴 때보다 그토록 경건한 부시 때가 훨씬 더 잘했다고 여전히 주장할 수 있는가. 정치인들의 부패가 교회에 끼친 영향보다 교회가 스스로 저지르는 부패가 훨씬 강하기 때문에 정치의 부패가 교회에 끼어들 여유조차 없었다는 사실을 아는가.

문제는 한 정치인이 그 나라의 역사에 미칠 영향력이 얼마나 큰 가에 있다. 예를 들어 케네디 대통령은 그의 개인적인 인기를 넘어 그가 미국 역사에 미친 영향력은 그야말로 지대하다. 전통적으로 기독교색을 입은 미국의 종교적 색채를 과감하게 벗겨버리기 시작한 용감한 대통령이 바로 케네디라고 말할 수 있다. 그 이후로 미국은 다시 종교적 색깔로 덧칠을 하려 했지만 쉽지가 않았고, 부시 같은 사람이 덧칠을 하려고 수를 쓴 것이 오히려 고유의 색깔마저 훼손한 격이 되고 말았다.

오바마의 등장은 하나님이 미국에게 주는 또 하나의 기회이자 승리다. 그 이유는 오바마 개인적 차원이나 민주당의 당 차원이 아닌 국가적 차원 더 나아가 앞으로 완성될 하나님나라라는 큰 틀에서 볼 때 그의 등장은 매우 의미심장한 일이다. 그의 개인적 신앙 성향으로 전체를 판단하지 말기를 제발 부탁한다. 복음주의자들이 나라의 정치인을 교회 장로 뽑는 것으로 생각하는 우를 계속 범하는 한 오히려 하나님의 뜻을 그르칠 수가 있다.

복음주의자들은 공화당이 낙태와 동성애를 반대하니 공화당을 지지해야 한다고, 하지만 공화당도 ‘공화교회’가 아니다. 어떤 기독교인들은 민주당이 소외된 자를 더 잘 돌보는 실천적 믿음을 가졌기 때문에 민주당을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민주당도 ‘민주교회’는 아니다. 다만 우리들은 때마다 각 정당이 저지르고 있는 옳지 못한 것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할 사명을 가지고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오바마의 등장은 시기의 문제이지 미국에 필연적으로 있을 역사적 사건이다. 오바마의 등장이 미국인 그리고 전 세계인에게 미칠 영향력을 몇 가지 상상해본다.

첫째는 소수자의 승리다. 여성인 힐러리나 흑인인 오바마나 모두 소수자의 상징이다. 이제 소수자가 주류의 파워를 거머쥐게 되었다. 폭동이나 쿠데타에 의해 엎어버린 것이 아니라 억압의 주체인 백인 세력의 힘을 입어 오히려 그들의 지도자의 자리에 서게 된 것이다. 이를 두고 순진하게 백인들의 흑인 노예에 대한 반성이라고 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다만 하나님의 때가 된 것이고, 더욱 신랄하게 분석한다면 자신들에게 유리하니까 이번에 소수자 편에 잠깐 섰을 뿐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들이 주류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길이니까. 사실 소수자를 받아들였다기보다는 소수자를 이용한 주류 굳히기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의 소수자의 승리가 전 세계에 미칠 정신적 영향이 매우 클 것이다. 소수민족들의 독립 의지는 더욱 강해질 것이며, 소외된 자들이 받는 개인적 희망의 메시지도 지대할 것이다. 반면에 이러한 소수자의 꿈틀거림을 세계적 추세로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을 미국의 토양과 다른 나라들에서 총싸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소수자를 대변하는 정치인이 한번 파워를 잡은 후에는 정치 특성상 주류로 편입되기 때문에 소수자가 만족하는 법이 없다. 신앙이 좋은 장로 대통령을 뽑아놓고 만족하는 기독교인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노출이 소수자의 순박한 꿈을 오히려 변색시키는 카멜레온 효과를 야기할 부작용도 매우 크다고 보아야 할 것이기에 소수자가 대통령이 되었다고 무조건 좋아할 이유도 없다. 소수자가 이전보다 더 큰 혜택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정말로 순진한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바마의 부상은 우리들 한국계 미국인들에게 큰 소망을 준다. 요셉이 애굽에서 총리가 되고 에스더가 페르시아의 왕비가 되고 다니엘이 바벨론의 장관이 된 것처럼, 오바마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는 것처럼 우리의 자손 중에서 하나님의 뜻을 전할 이방의 사도가 나올 것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아, 오바마여. 당신에게 던진 희망의 표가, 당신이 부르짖은 변화의 메시지가 단지 당신 개인의 꿈을 이루는 데 사용되지 말고, 마틴 루터 킹이 부르짖었던 꿈의 선언이 당신에게서 이루어졌듯이 당신이 외치는 꿈이 또 다른 소수자에게 꿈으로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란다.
 
김홍덕 / 조이장애선교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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