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아니라 예수를 전하라!
교회가 아니라 예수를 전하라!
  • 허소아
  • 승인 2007.08.30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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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믿는 것과 교회 다니는 것은 다르다

방학을 앞둔 토요일, 가파른 오르막을 지나 한 초등학교의 정문으로 들어섰다. 아이들이 축구를 하고 있는 운동장 한편에는 자녀의 하굣길을 챙기러 나온 학부모가 아닌, 주변의 교회에서 나온 한 무리의 사람들이 주욱 늘어서 있다.

나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가방 안에는 전도지를 붙인 사탕꾸러미가 가득하다. 물론 교회에 나오지 못 하는 아이들을 교문 앞에서 만나는 것은 목자나 교사된 자로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여름성경학교나 성탄절 같은 굵직한 행사들이 있을 때, 특히 오늘 같은 날 정문 앞 자리싸움이 치열할 때면, 내가 하는 일이 복음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를 홍보하고 예수의 이름을 팔러 다니는 세일즈맨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교회는 돈이 별로 없나 봐요”

사실 아이들에게는 예수님이 누구인지 교회가 어디에 있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내가 건넨  사탕을 받아 든 어떤 아이가 저 밑에서 다른 교회는 아이스크림을 나눠주고 있다면서 말을 건넨다. “이 교회는 별로 돈이 없나 봐요?” 문득 ‘나는 과연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솟구친다.

비단 아이들만이 아니다. 예수님을 믿지 않는 나의 친구들 역시 마찬가지의 반응을 보인다. 그들에게 기독교인의 ‘전도’는,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가를 알게 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로 데려 가서 교회의 머릿수를 채우는 호객행위로 밖에 인식되지 않는다. 이미 오랫동안 그들은 길거리에서, 지하철에서, 혹은 대문을 두드리는 반갑지 않는 발걸음에서, 기독교와 기독교회와 기독교인을 충분히 경험한 바 있다.

   
 
  ▲ '교회를 다니는 것'과 '예수님을 믿는 것'은 다르다. 그것이 어떻게 다른가는 교회를 열심히 다니지만, 예수님을 제대로 믿고 따르지 못하는 우리 자신을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복음과상황> 자료 사진)  
 
이미 닳고 닳은 그들에게 전도지는 전단지와 다를 바 없고, 영생이니 구원이니 하는 말들은 개업과 세일을 알리는 각종 메뉴 품목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들도 의문을 가진다. ‘권력과 재물에 섞인 온갖 비리들은 더 크고 호화롭게 짓지 못해 안달이 난 교회 안으로 모여드는데, 마치 그 모든 구설수와 폐해를 숨기려는 듯 높고 화려하게 쌓아올린 건물들이, 정말 모두 하나님의 몸 된 교회란 말인가?’
 
그렇다면 교회의 숫자가, 지붕의 장식물처럼 흔해빠진 십자가가 얼마나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가. 이 땅은 정말 사랑과 정의가 넘쳐나고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이 예수님의 따뜻함을 경험하고 있는가. 물론 적지 않은 ‘진짜’ 교회가(진짜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근거는 내게 없지만) 예수님을 전하고 그 사랑을 알리기 위해 상당히 애를 쓰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 교회들에 대한 깊은 존중과 감사의 마음도 있다.

그러나 주변의 대부분의 ‘믿지 않는’ 친구들에게는 예수를 알기 전에 이미 교회를 알아버렸다는 사실이 전도를 가로막는 커다란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음도 사실이다. 그들은 교회에서 나온 사람들이 싫어서 자연히 그들이 입에 달고 다니는 예수님을 싫어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예수님이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이 대중가요에 나오는 싸구려 고백처럼 들린다고 말한다. 말하자면 예수님을 통해 영원한 생명을 얻고 구원을 받으려면, 아니, 적어도 예수님이 어떠한 분이신가를 알기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이 교회를 다녀야 한다는 사실이 싫은 것이다. 그저 싫은 것이다.

교회를 다니는 것과 예수를 믿는 것은 다르다

우리가 다니는 교회는 과연 예수님이 2000년 전에 하신 말씀처럼 사랑하고 행하며 섬기고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이토록 폐쇄적이고 부정적인 교회의 이미지를 어떻게 설명하고 받아들여야 하는가. 이러한 불일치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문제는 한국의 교회들과 그리스도인들이 자신들에게 향해있는 부정적인 시선 자체를 잘 인정하려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저 내가 복 받고 내가 치유되고 내가 살아가는 것만 중요하다. 내 교회가 커지고 더 많은 사람들이 오고 더 많은 헌금으로 더 큰 건물을 짓는 것만 중요하다. 예수님이 물고기 2마리와 보리떡 5개로 5,000명을 먹이신 기적의 사건만 중요하지, 왜 그런 일을 하셨는지는 생각하지도 않는다. 배고프고 지친 사람들을 향해 마음을 나누어 주고 싶었던 예수님은 지금 어디서도 얘기되고 있지 않는 듯하다.  
 
그렇다면, 내가 전도를 위해서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은 아쉽지만 ‘예수와 교회의 고리’를 끊어버리는 것이다. 한 마디로, ‘교회를 다니는 것’과 ‘예수님을 믿는 것’은 다르다. 그것이 어떻게 다른가는 교회를 열심히 다니기는 하지만, 예수님을 제대로 믿고 따르지 못하는 우리 자신을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예수님이 만약 지금 이 곳에 계시다면, 그래서 그분의 생각과 방식대로 이 땅의 교회들을 뜯어고친다면, 기둥 하나라도 멀쩡히 살아남을 교회가 과연 몇이나 될까. 휴지나 쓰레기봉투에 교회를 선전하는 스티커를 붙이고 “일요일에 교회 나오세요”라는 말로 사람들에게 미소를 전달하는, 그런 일들로 전도의 사명을 다했다고 착각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 교회의 역사와 전통을 설명하는 대신에, 몇 천 명의 성도가 다닌다고 자랑하는 대신에, 가난한 자들을 먹이고 박해하는 자들을 사랑하라는 예수님과 그 메시지에 집중해야 한다.

“네가 믿으라던 예수님이 시킨 거야?”

예수님을 믿지 않는 한 친구가 있다. 나의 가장 가까운 친구면서 내가 늘 예수님을 전하고 싶은 친구이다. 부모님은 고향의 작은 동네에서 식당을 하시는데, 어느 날은 말끔하게 생긴 사람들 몇이 와서는 며칠 뒤에 저녁식사를 예약하고 싶다고 말을 했다고 한다. 대략 50여 명쯤 올 거라고 알려 준 뒤에 대뜸 식사 값을 할인해 줄 수 없겠느냐고 물었단다. 그것도 농담 삼아 하는 말이 아니라 돈의 단위까지 정확히 계산하면서 상당한 가격을 할인해 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친구의 부모님이 너무나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자 그중 한 사람이 이 동네에 교회가 새로 생기는데 자신이 그곳의 목사라고 소개하면서 계속적으로 가격을 깎아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한다. 친구 녀석이 어떻게 말해야할지 몰라 하시는 부모님을 대신해 딱 잘라 안 된다고 말하자, 그 목사라는 사람은 갑자기 화를 내며 ‘이런 식으로 하면 어떻게 장사를 하느냐’고 소리를 지르더니 문을 쾅 닫고 나갔다고 했다. 며칠 뒤에 서울에서 만난 친구가 이 얘기를 들려주더니 내게 물었다. “네가 믿으라던 예수님이 그렇게 하라고 말씀하신 거냐고.”

교회 안에서, 교회의 사랑 없음과 권위주의와 부패의 그림자 뒤에서 나올 곳을 찾지 못한 예수님께 그분의 자리를 돌려드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그동안 교회가 저질러온 각종의 잘못들과 문제들을 이웃들 앞에 정직하게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는 일이 필수적이다. 그렇지 않고서, 교회를 옹호하고 변증하는 것은 오히려 더 심한 역풍만을 초래할 것이다. 우리가 옹호해야 할 대상은 교회가 아니라 예수님이다. 즉 우리의 전도는 사람들에게 교회가 아닌 예수님을 말하는 것이어야 한다. 우리는 땅 끝까지 예수님의 증인이 되어야 할 의무가 있고 만민에게 복음을 전파하는 일을 감당해야 한다.

그러나 굳이 법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마음에 예수님이 자리 잡고 있다면, 자신이 그리스도인이라 믿는 자들, 그리고 교회 스스로가 달라져야한다. 그렇지 않다면 사람들은 언제까지나 교회의 잘못 때문에 예수님을 비난하는 일을 반복하게 될 것이며, 우리의 전도는 언제나 땅에 떨어지는 공허한 말들에 지나지 않게 될 것이다. 교회가 저지른 교회답지 못한 일들을, 예수님을 믿는다고 말하면서도 저지른 예수님이 비통해하실 만한 일들을, 우리 스스로가 예수의 이름을 빌려 쉽게 말하고 쉽게 용서할 수는 없다. 그리스도인의 교만과 잘못을 먼저 인정하고 그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 앞에 무릎 꿇고 용서를 구해야한다. 그 다음에는, 교회의 반짝이는 네온사인은 지우고 예수님을 세워야한다. 어둠 속에서도 빛을 감출 수 없는 단 한 분, 예수님을….

허소아 / 서울 예수마을교회 새신자반 리더

* 이 글은 <복음과상황>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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