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교회 영주권 장사 여전, 총회장 역임한 유명 목사도 연루
한인 교회 영주권 장사 여전, 총회장 역임한 유명 목사도 연루
  • 박지호
  • 승인 2007.11.11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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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두려워 쉬쉬하는 새 또 다른 피해자만 늘어가

한인 교회들의 추악한 영주권 장사 현장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 변호사를 사칭한 법률사무소 직원과 일부 한인 교회 목사들이 끈끈하게 결탁되어 있었다. 미국의 한인 교단에서 총회장도 역임한 유명한 목사들 이름도 줄줄 나왔다. 이번 사건에 직접 연루된 교회만 3개였고, 그 중 하나는 뉴욕에서 나름 규모 있는 중대형 교회다. 교회에서 영주건 신청을 받아 법률사무소에 의뢰하는 것이 일반적인 수순이지만, 이번에는 피해자가 법률사무소로 찾아갔고, 사무소에서는 평소에 영주권 거래를 하던 교회로 넘긴 경우다.

   
 
  ▲ 피해자 조 모 씨가 제출한 자필 진술서와 증거 서류들.  
 
법률사무소 직원은 거액의 돈을 받고 이름만 있는 유령 교회로 헐값에 영주권 스폰서를 맡겼다. 하지만 얼마 뒤 목사는 돈만 받고 도망가 버렸고, 영주권 스폰서는 다시 다른 교회로 넘어갔다. 당연히 추가 비용은 영주권 신청자가 지불해야 했다. 스폰서가 바뀔 때마다 목사들은 웃돈을 요구했다. 어떤 목사는 항상 기도하고 있다는 말로 운을 띄우면서 언제까지 돈을 보내달라는 서신을 보내기도 했다. 그렇다고 영주권을 받은 것도 아니다. 법률사무소 직원은 지지부진 시간을 끌더니 연락을 끊어버렸다.

조성호(가명) 씨는 지금까지 영주권 신청비용으로만 4만 7,000불을 공중에 날렸다. 돈을 마련하느라 생업을 이어가던 가게마저 없어졌다. 곧 영주권이 나온다는 말에, 장인어른이 위독하다는 연락이 왔지만 아내는 한국에도 들어가지도 못하고 미국에서 발만 동동 굴렸다. 결국 그 사이에 장인어른은 돌아가시고 그 일로 조 씨의 아내는 몸져누웠다. 고혈압과 당뇨까지 겹쳤다. 형편이 어려워 병원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 씨는 아는 사람의 가게에서 소일거리를 하면서 생계를 유지해나가고 있다.

지난여름 조 씨를 처음 만났다. 억울함에 목소리가 떨렸다. 가끔 목이 메어 말끝을 잇지 못했다. 다시는 교회에 나가고 싶지 않다며, 하나님이 살아있다면 그럴 수 없다고 했다. 자신에게 영주권을 빌미로 돈을 뜯어낸 사람들을 처벌해 일벌백계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자의 증언을 토대로 사건을 재구성해보았다.

조 씨가 법률사무소에서 일하는 김봉상(가명) 씨를 만난 건 2001년 8월이다. 김 씨는 자신을 변호사라고 소개했지만 실제는 사무장이다. 김 씨는 지금까지 30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영주권을 만들어주었으니, 걱정하지 말라며 조 씨를 안심시켰다. 자신을 장로라고 소개하면서 영주권을 해주는 것은 돈 때문이 아니라 신앙적인 이유라며 조 씨의 마음을 샀다.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조 씨에게 김 사무장은 장로이자 변호사임을 재차 강조하며, 현금 4만 불을 달라고 요구했다. 잘 아는 목사님을 통해 6개월 안에 영주권을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 교회에 나오지 않아도 영주권 신청이 진행되는 것으로 해주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조 씨는 결정을 유보한 채 시간을 끌었다. 영주권 사기로 피해를 봤다는 말을 주변에서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김 사무장은 수시로 전화를 걸어 조 씨를 설득했다. 조금 있으면 법이 바뀌기 때문에 빨리 해야 된다고 독촉했다. 법이 바뀐다는 말에 조 씨의 마음이 흔들렸다. 신분 때문에 방학 때 선교 여행도 가지 못한다며 투정부리는 아이들도 눈에 어른거렸다.

결국 조 씨는 영주권을 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4만 불은 너무 비싸니 깎아달라고 요구했다. 김 사무장은 3만 불짜리도 있지만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4만 불을 내고 일명 ‘속결신속건’을 신청하라고 재촉했다. 그러면서 김 사무장은 조 씨 외에도 8명을 진행하고 있다며 서류를 보여주면서 조 씨를 안심시켰다. 밖으로 새어 나가면 안 되니 비밀을 지키라는 당부와 함께 꼭 현금을 가져와야 한다고 몇 번이고 강조했다. 가게를 운영하며 빠듯하게 살림을 꾸려가던 조 씨는 은행에다 가게를 저당 잡히고 4만 불을 만들었다.

그래도 미심쩍어 2001년 8월부터 9월까지 2만 불을 4회에 걸쳐 체크로 지급했다. 김 사무장은 현금으로 지급하지 않는다며 펄쩍 뛰었다. 나머지 2만 불은 현금으로 가져와야 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김 사무장의 과민한 반응에 조 씨가 뜸을 들이자 스폰서가 사인을 해야 된다며 나머지 현금 2만 불을 빨리 가지고 오라고 연락했다. 조 씨는 2001년 11월 경 법률사무소에서 다시 만나 나머지 2만 불을 건넸다. 김 사무장은 크고 튼실한 교회에 맡겼으니 걱정 말라며 늦어도 6개월 안에 된다고 약속했다.

불이 나게 전화를 하던 김 사무장은 4만 불을 받은 이후로 연락을 끊었다. 조 씨가 연락을 해도 자리에 없다느니, 바쁘다느니 하면서 계속 피했다. 이후 8개월 동안 아무 소식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조 씨는 김 사무장의 사무실을 찾았다. 그랬더니 또 2,000불이 필요하다고 했다. 광고를 해야 한다고 했다. 조 씨는 속는 셈 치고 다시 2,000불을 건네줬다. 2003년 6월 중순 경이다.

다시 연락이 끊겼다. 그리고 2년이 흘렀다. 조 씨는 다시 사무실을 찾았지만 김 사무장을 만날 수 없었다. 이미 사무실을 옮긴 뒤였다. 조 씨는 그제야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하고 수소문 끝에 사무실을 찾아갔다. 김 사무장은 왜 예약도 않고 마음대로 오느냐며 도리어 화를 냈다. 어떻게 된 일이냐고, 스폰서를 해준 교회가 어디냐고 따져 물었더니, 자꾸 이상한 말만 되풀이했다. 알고 보니 교회도 교인도 없는 유령 교회였다. 목사는 얼마 전 도망가고 없었다.

조 씨는 안 되겠다 싶어 영주권 신청을 포기할 테니 돈을 돌려달라고 했다. 김 사무장은 변호사인 자기를 협박하는 거냐며 까불지 말라며 도리어 조 씨를 위협했다. 조 씨는 참담한 심정으로 아내에게 사실을 알렸다. 조 씨의 아내는 남편 몰래 김 사무장의 사무실로 찾아가 다시 사정했다. 김 사무장은 다른 교회를 소개해주겠다며 다시 3,000불을 요구했다. 조 씨 아내는 남편 몰래 3,000불을 김 사무장에게 전달했다. 2005년 6월 6일이다. 그리곤 2년이 흘렀다.

   
 
  ▲ 연루된 목사 중 한 명이 피해자에게 보낸 편지(오른쪽)와 피해자가 법률 사무소 직원에게 영주권 신청 비용으로 지급한 체크 사본(왼쪽).  
 
올 8월 조 씨는 돈이라도 돌려받을 생각으로 김 사무장의 사무실을 다시 찾아갔다. 기세당당하던 김 사무장은 지금부터라도 도와주겠다며 태도를 바꿨다. 조 씨가 김 사무장이 근무하는 법률사무소를 변호사협회에 고소했기 때문이다. 김 사무장은 6개월이면 노동허가가 나온다며, 고소를 취소하라고 유도했다.

“영주권이야. 내가 안 도와주겠다는 마음은 없잖아. 나도 끝까지 도와주려고 하지. 새로 넘긴 △△교회는 건물도 뭐 몇 백만 불 되니까(어렵지 않을 거야)…노동허가는 3개월에서 6개월 후에 나올 거고, 10월부터 쿼터가 새로 시작되니까 안타까워서 이야기하는 거야.”

그러면서 관련된 목사들 이름을 거론하며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목사라는 직함 대신 사기꾼, 나쁜 놈, 양의 탈을 쓴 이리 같은 수식어가 붙었다. 두서없이 횡설수설했지만, 목사들과 지저분한 거래가 오갔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 목사는 완전이 양의 탈을 쓴 이리야, 나쁜 놈이야. 되레 나한테 공갈을 치는 거 아니야. 황당한 놈이지.… △△ 목사한테도 사기꾼이라면서 쌍욕을 하고, 나한테도 욕을 하고…그래서 나한테까지 몇 만 불 뜯어낸 거 아냐.”

그러면서 도망가버린 목사 대신 스폰서 해줄 교회를 찾느라 노력했다며 변명을 늘어놓았다. 처음 영주권을 신청했던 교회를 새로 옮긴 교회와 합병시켜서 진행했다. 

“○○ 목사하고, ◇◇ 목사 찾아가서, (조 씨에게) 기회를 줘야 하지 않느냐 해서 □□교회(처음 영주권을 신청했던 교회)를 살렸어. 임대계약서를 만들어서 영주권 받을 때까지 교회를 살리고 그 다음에 ▽▽교회와 합병을 해서 영주권 다 받으려고 했지.”

제2, 제3의 피해자를 막아야 한다며 어떤 희생이 따르더라도 낱낱이 밝히겠다던 조 씨는 시간이 지나면서 태도를 바꿨다. 김 사무장이 영주권을 해줄 테니 조용하게 마무리하자고 제안해 왔기 때문이다. 조 씨는 고민 끝에 고소를 취하하고, 지난 6년 동안 자신과 자신의 가정을 힘들게 했던 김 사무장에게 다시 돌아갔다. 잘못이라는 것을 알지만 자녀들에게 피해가 갈까 두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자가 이민 전문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한 결과, 현재 상황에서 조 씨가 영주권을 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했다. 조 씨가 김 사무장을 만나고 오던 날에도 사무실에는 영주권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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