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퀸즈한인교회 고성삼 목사
[인터뷰] 퀸즈한인교회 고성삼 목사
  • 박지호
  • 승인 2007.11.26 21:19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계속해서 싸울 수는 없으니 그만두는 수밖에 없다"

퀸즈한인교회 고성삼 목사가 갑작스레 사퇴를 선언했다. 11월 25일 주일 예배 도중에 일어난 일이다. 교인들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터라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뉴욕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교회 중 하나인 퀸즈한인교회에, 고 목사가 2대 담임목사로 부임한 것은 2005년 1월이다. 부임 이후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며 의욕적으로 교회를 꾸려가던 고 목사가 3년도 채 안 되어 중도하차하게 된 것이다. 사임 이유를 둘러싸고 사람들 사이에서 설왕설래 말이 많다. 그가 갑자기 사임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일까, 그간 무슨 일이 있었으며,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일까.

고 목사와의 인터뷰는 사임 발표가 있었던 25일, 퀸즈한인교회 담임목사 사무실에서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뜻하지 않은 사임 소식에 고 목사의 전화기는 쉴 새 없이 울어댔다. 고 목사는 “후회는 없다. 최선을 다했다”고 거듭 말했지만, 힘들었던 상황을 설명할 때는 가끔 감정이 북받치는 듯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사임에 대한 고 목사의 의지는 단호했다. “내 몫은 여기까지다. 교회와 거래한 것도 없다. 조건 없이 떠난다”고 말했다. 또 “노력해도 안 될 때는 헤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내가 여기 더 있으면 계속 싸울 수밖에 없다. 사임하는 것이 교회의 건강을 위해 여러모로 좋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 고성삼 목사가 갑자기 사임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일까, 그간 무슨 일이 있었으며,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일까.  
 
왜 사임을 결정했나.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였다. 끝까지 싸우든지, 아니면 사임을 하든지. 나는 후자를 택한 것이다. 교회는 하나님의 것이고, 예수님의 몸이기 때문에 내가 더 이상 할 수 없을 때는 다른 목회자가 대신 할 수 있다고 본다. 목사의 입장에서 정의를 외치며 끝까지 싸우는 것도 교만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내가 못하는 건 못하는 거다. 나는 최선을 다했고, 할 만큼 했다. 그래도 안 되는데 어떡하겠나.

당회에는 언제, 뭐라고 이야기했나.

당회 서기에게는 지난 10월 19일 서면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직서에는 그간의 어려움과 갈등을 시간대 별로 정리해놓고, 이런 어려움 가운데서 노력했지만 힘들었다는 요지의 내용을 전달했다. 교회가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잘 맞아야 한다. 하나님의 역사, 사역 현장의 상황, 리더십이다. 세 가지가 잘 어우러질 때에 효율적인 사역이 이뤄진다. 퀸즈한인교회의 현재 상황을 볼 때는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이것이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냉정하게 판단해서 다른 기회를 모색하자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내가 그만두는 것이 교회의 건강을 위해 여러모로 좋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간 어떤 점이 힘들었나.

퀸즈한인교회는 1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는 교회다. 30년 넘게 1대 목회자가 이끌어왔다. 그러니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없을 수 없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잡음도 이해 못할 바 아니다. 새 옷을 입으려면 여러 가지로 불편할 것이다. 그렇다고 목회자로서 옛날 옷을 고수할 수도 없고…. 퀸즈한인교회가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한 과도기에 하나님이 나를 일종의 도구로 사용했다고 생각한다. 그것에 대해서는 감사하고 있다.

리더십이 전환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단 말인가.

전임자에서 후임자로 바통이 이어질 때 부드럽게 이어지는 경우는 리더십의 연착륙이 쉽다. 퀸즈한인교회의 경우는 자연스럽게 리더십 교체가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까 거기서 오는 불신과 갈등이 내재되어 있었다. 특히 교회를 개척한 목회자가 강한 리더십을 발휘하던 교회는 리더십이 교체될 때 진통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런 것을 알면서도 뛰어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년 동안 나름대로 소신 있게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이제 때가 되었을 뿐이다. 필립 얀시가 쓴 책 제목처럼 퀸즈한인교회는 ‘나의 고민, 나의 사랑’이었다. (웃음)

   
 
  ▲ 고성삼 목사는 "'제 발 저려서 나간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할 수 없다. 돌을 던지면 맞아야지 어떡하겠나. 그게 무서워서, 내 명예를 찾겠다고, 죽어도 싸우겠다고 달려들면 교회만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변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나름대로 목회의 정석을 고수하려고 했다. 편 가르기를 하는 정치적인 목회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금전적인 부분에서도 구습을 좇지 않았다. 심방 가면 봉투 같은 것을 많이 주는데, 받지 않았다. 직분을 마치 계급처럼 인식하며, 교인들 간에 상하 관계로 나누는 것도 극복하려고 했다. 특히 담임목사는 대제사장이고, 평신도는 상대적으로 열등한 존재라는 식의 잘못된 신앙관도 개선하려고 노력했다.

처음 부임했을 때 주보 6면 중에 3면이 헌금자 명단으로 채워져 있었다. 헌금은 하나님과의 은밀한 사랑의 관계로 드리는 것이지 인간에게 보이기 위한 것은 아니잖나. 그래서 헌금 명단을 없앴다. 처음부터 그렇게 변화를 시도했다.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 나에게 돌아올 줄 알면서도 ‘교회가 건강해진다면 해야 하지 않겠나’고 생각했다. 현재의 어려움이 그런 것에서 오는 반작용일 수 있다고 본다.

앞으로의 거취는.

내가 오늘 설교에서도 언급했다. 뉴욕을 떠나겠다고. 나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도 같이 뉴욕을 떠날 것이다. 우리 아들은 대학 3학년인데, 학교를 옮기도록 할 것이다. 전임자는 이전 사역지에서 완전히 떠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은 나의 삶을 통해서 교회가 더 강건하고 하나 되는 것이지, 다른 교회를 세워서 교회가 나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사역지가 정해졌나.

그렇지 않다. 하나님이 어떤 길로 인도하실지 나도 모른다. 당분간 쉬면서 몸도 추스르고, 마음도 추스르면서 쉬고 싶다. 내가 고칠 것은 고치고 회개할 것은 회개하면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기다릴 것이다.

사임 선언을 협상 카드로 사용하는 목회자들도 있다.

어떤 분들은 사임을 가지고 자기 입지를 견고히 다지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내가 교회를 그만둘 테니 얼마 달라는 식이다. 매우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난 그런 거 없다. 그냥 나가는 거다. 사역자는 하나님께서 먹여주시는 대로 살면 된다. 다만 이번 기회를 통해서 퀸즈한인교회가 한 단계 발전하고, 교회의 본질에 대해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교인들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울 것 같다.

그럴 것이다. 왜 안 그렇겠나. 많이 힘들고 아플 거다. 나도 그렇다. 그러나 이 과정을 통해서 퀸즈한인교회가 어렵게 세대교체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비본질적인 것 가지고 싸우지 말고 성숙해질 수 있는 단계가 되었으면 좋겠다. 미안한 맘도 많다. 하지만 내가 여기 더 있으면 계속 싸울 수밖에 없다.

그래도 이렇게 갑작스럽게 사임하면, 무책임하다는 비판도 면키 어려울 텐데.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런데 어떡하겠나. 나도 한계가 있는데, 억지로 버티는 것도 좋지 않다. 상식이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우린 하나님의 사역을 한다고 하면서 상식을 벗어나는 일을 많이 한다. 교회도 상식이 존재하는 곳이다. 그러나 종교적인 형식에 얽매이면, 그것까지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아프면 병원에 가야 하고, 힘이 없으면 쉬어야 하고, 나이 들면 은퇴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우리는 종교적인 사명감에 도취해서 나 아니면 안 된다는 독선으로 끝까지 밀어붙이는 경향이 있다. 노력해도 안 될 때는 헤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다만 헤어질 때는 성경에서 말하는 방법대로 교회의 하나 됨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언제 결심했나.

성급히 결정한 문제가 아니다. 사실 작년 12월에 교회 내에서 나를 비판하는 문서가 돌았다. 당시 ‘내가 이러고도 자리에 있어야 되나’라는 갈등을 많이 했다. 그러나 그때 자리를 뜨면 하나님 영광도 가리고 교회도 어려워질 것 같아서 힘들지만 참았다. 개인적인 감정으로는 그때 사임을 했어도 백 번은 했을 것이다. 나 싫다고 문건 만들어서 뉴욕을 비롯해 미국·한국·캐나다에 뿌리는데 뭐가 아쉬워서 남아 있겠나. 그런데 그때 떠나면 교회가 어떻게 되겠나. 그래서 힘들지만 기다렸다. 그리고 지금 떠날 때가 된 것이다.

음향 시스템 설치하면서 관련 비용을 횡령했다는 의혹에 관한 건가. 

38만 불 들여서 음향 시스템을 했다. 그런데 그중 20만 불을 내가 횡령했다고 했다. 횡령했다는 데 할 말이 없더라. N교회는 100만 불, 뉴저지 C교회는 70만 불 가까이 들여서 음향 시설을 설치했다고 들었다. 음향 시스템 시장 가격과 교회 규모를 고려했을 때 38만 불 정도면 과도한 비용은 아니다. 왜 그런 의혹이 나왔나 살펴봤더니, 비용 중에 일부가 캐나다에 있는 부품 회사로 지불된 것이 있었다. 내가 캐나다 출신이기 때문에 횡령했다고 이야기가 나온 거다. 이렇게 소문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 그래서 지난여름에 음향 시스템에 관해서 조사위원회까지 구성해서 7주에 걸쳐 조사했다. 영수증 및 금액까지 확인을 했지만 틀린 것이 하나도 없었다.

   
 
  ▲ 그간 아쉽고 후회되는 부분이 없냐고 물었을 때, 고 목사는 허공을 응시하며, 한참 상념에 잠겼다. 그러면서 "교인들과 마음을 제대로 나누지 못해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시점에서 물러나면 ‘뭔가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하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제 발 저려서 나간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할 수 없다. 돌을 던지면 맞아야지 어떡하겠나. 그게 무서워서, 내 명예를 찾겠다고, 죽어도 싸우겠다고 달려들면 교회만 힘들어진다. 그것도 아집이고 교만이다. 그리스도인은 “한 사람의 관객을 위해서 산다”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하나님이라는 한 분의 관객을 위해서 사는 것이 중요하다. 그 한 분의 관객을 위해서 잘 살지는 못하더라도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이목이 두려워서 없어도 될 자리에 남아 있고, 그만두지 못하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생각해둔 후임자가 있나. 없다면 앞으로 이 교회에 어떤 목회자가 왔으면 하는 바람인가?

내가 후임까지 정할 입장은 아니다. 교인들이 좋아하고, 교인들에게 적합한 후임이 왔으면 좋겠다. 나는 어떤 면에서 강성이었다. 원래 성격이 강한 편은 아닌데, 교회 상황을 고려할 때 강하게 나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덕에 (교회의) 기초가 다져졌다고 본다. 다음번 목회자는 개혁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교인들을 자상하게 돌봐줄 수 있는 목회자가 왔으면 좋겠다. 개혁해야 할 시급한 문제들이 일단 어느 정도 정리됐다고 생각한다. 이런 기초 위에서 교인들을 잘 돌볼 수 있는 분이 왔으면 좋겠다.

아쉽고 후회가 되는 부분은?

아쉬운 점이 왜 없겠나. 교회에 처음 부임했을 때 교회 내에는 복잡하게 이해관계가 얽힌 다양한 그룹이 존재했다. 담임목사가 새로 오니까 담임목사를 중심으로 무리 지으려는 시도도 없지 않았다. 그런 것을 처음부터 경계했다. 때문에 누구에게도 정을 줄 수가 없었다. A라는 분과 커피라도 한 잔 마시면, 금방 B라는 사람에게 불평이 들려왔다. '정'이라고 할까, 마음을 교인들과 제대로 나누지 못했다. 그런 면에서 교인들도 섭섭했을 거고, 나 자신도 외로웠다면 외로웠다. 목회자라면 어차피 외로운 거겠지만, 교인들에게는 미안하게 생각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soo h kim 2010-01-29 01:54:05
깊은 내용은 모르고, 이 글을 봄으로서 느끼는 것은 고 목사님의 입장을 이해하고 또 옳은 판단을 하셨다고 생각된다. 성경에도 교회가 싫어하면 떠나라고 하셨다. 그냥 있으면 계속 싸우게 되고 싸우면 결국 교회만 멍들게 된다. 하나님의 몸된 교회가 멍들고 상처받는데 그것을 하나님이 좋아 하시겠나. 교회는 목사를 위한 교회가 아니다. 목사는 맡껴주신 양때를 잘 목양하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잘 안될때는 나므지 일은 하나님께 마끼고 떠나야 한다. 교회가 멍들고 상처받는 것을 하나님은 원하지 않으신다. 해브론 교회 김목사님도 하나님의 뜻을 바로 찾고 그 뜻에 순종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