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퀸즈한인교회
기로에 선 퀸즈한인교회
  • 박지호
  • 승인 2007.12.01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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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 발표 후 교회 술렁…담임목사 복귀냐 연합·안정이냐

퀸즈한인교회 고성삼 목사가 사퇴를 선언하고 일주일 동안 교회 안에서는 고 목사의 복귀를 촉구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고 목사는 본지와 인터뷰에서는 “계속해서 싸울 수는 없으니 그만두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음향 시설 설치와 관련한 재정 문제는 이미 다 조사가 끝난 사안인데도 계속해서 의혹을 삼으며 자신을 괴롭히는 일부 교인들이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목회를 하는 것이 어렵다고 고 목사는 설명했다. 그가 사퇴를 결심하게 된 주된 원인은 건강 문제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 퀸즈한인교회 교인들은 고 목사가 사임 발표를 철회하고 복귀하길 바라는 뜻에서 노란 리본을 달았다.  
 
목사는 분쟁 때문에, 교인들은 건강 때문에

하지만 많은 교인들은 고 목사의 건강 악화를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건강 회복을 위해 기도회를 열었다. 또 고 목사가 건강을 회복할 때까지 안식년을 주자는 의견도 나왔다.

고 목사가 신병에 관한 문제로 사임하게 되었다고 교인들이 판단하게 된 데는 교회 게시판에 이준호 서기 장로가 쓴 글의 영향이 컸다. 고 목사가 건강이 악화되어 더 이상 목회할 수 없다는 것이 이 장로가 쓴 글의 요지다.

“안타깝게도 담임목사님께서 당뇨와 혈압으로 육체적인 고통을 받게 되셨고, 특별히 ‘저혈당’ 증세가 매우 심하여… 의사인 저로서는 고성삼 목사님께서 당장 구체적인 진료와 회복의 시간이 필요하시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최소 3~6개월의 치료와 회복의 시간이 너무나 절실했고, (고성삼 목사는) 교회를 비울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상황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결국 사임서를 당회에 제출하게 되었습니다.”

이 장로가 고 목사의 사퇴 이유를 건강 때문이라고 설명하자, 교인들의 반응은 자연스럽게 고 목사의 건강을 위해 기도하면서 건강이 회복될 때까지 안식년을 허락하자는 쪽으로 이어졌다. 고 목사가 사임 의사를 발표한 다음날 교회 게시판에는 “사랑하는 고성삼 담임목사님의 건강 회복을 위한 기도 모임을 갖고자 한다. 담임목사님의 사임 발표로 당혹스런 교인이나, 담임목사님의 건강 회복을 위한 기도에 동참하실 모든 성도들의 참여를 바란다”는 글이 실렸다. 그리고 28일 수요예배 후에 고 목사의 건강 회복과 복귀를 위한 기도회가 열렸다.

또 교회 권사회를 중심으로 고성삼 목사 복귀를 위한 서명운동도 있었다. 26일 저녁에는 베이사이드 모 처에서 서명운동을 벌였고, 교인들 중 70여 명이 참여했다. 또 고 목사가 “사임 발표를 철회하고, 우리와 함께 건강한 교회를 세우기 위해 기도하자”며 노란 리본을 달자는 의견도 있었다.

교인 중 김 모 씨는 교회 게시판을 통해 “고 목사님이 건강을 회복하고 또 원하시면 공부를 하실 수 있도록 안식년을 1년간 허락해 달라”고 당회에 요청했고, 다른 교인들도 댓글로 지지 의사를 밝혔다.

미안함이 원망으로…갈등 비화 조짐도

당회는 30일 공식적인 입장을 다시 밝혔다. “(고성삼 목사에게) 개혁에 적응하지 못한 일부 교인들의 비협조와 저항이 있어온 것이 사실이고, 이로 인한 영적 에너지 소진과 성인병으로 더 이상 목회 활동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정리했다. 건강 때문이라기보다는 일부 교인들의 비협조와 저항을 근본적인 원인으로 설명한 것이다.

담임목사의 건강 악화에 대한 안타까움은 상황을 이 지경으로 만든 교회 내 일부 불만 세력에 대한 원망으로 바뀌었다. 지금 교인들 사이에는 고 목사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고 목사를 반대하던 교인들에 대한 원망이 교차하고 있다. 그간 담임목사를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곧 담임목사를 반대했던 일부 교인들에 대한 원망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때문에 고 목사의 사임이 교회 내부의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교인 중 한 명은 “목사님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적극적으로 목사님을 도왔어야 했다”며 자책했다. 교회 게시판에서도 고 목사에 대한 미안함을 나타낸 글들을 볼 수 있다.

“선한 사마리아인의 부재”라는 글을 쓴 교인은 “주님 용서하소서. 다쳐서 쓰러져 있는 목사님을 보고도 같이 아파하지도 않았고 방관만 했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 외에도 “이 모든 것이 우리 모두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먼저 목회자를 잘 섬기지 못하고 영적 권위를 존중하지 못했습니다.”, “목사님을 위해 열심히 기도로 support하지 못한 것을 회개했습니다”라는 글도 있었다.

고 목사에 대한 미안함 속에는 고 목사를 반대했던 교인들에 대한 원망도 함께 들어 있다. 고 목사가 사임 발표를 하던 당일에도 일부 교인들은 특정 교인들을 비난했다. 교회 게시판에도 마찬가지다.

어떤 교인은 “이래선 안 되지요”라는 제목으로 “하나님의 종, 목사님을 어떤 특정의 개인들 비위나 맞추는 그런 일 하는 직업인으로 아시나요? 교회에서 거룩한 척하시는 분들…당신들 때문에 우린 참 귀한 보배를 놓치네요. 원래 더러운 자, 도둑들은 남들도 다 그렇게 본다지요”라는 글을 남겼다.

“퀸사모, YOU WON"이라는 제목의 글도 보였다. “아무튼 퀸사모(퀸즈한인교회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께서 큰일을 하나 이루셨습니다. 오늘 너무 기쁘셔서 잠들은 주무실 수 있으실지….”

하지만 교회 게시판에는 고 목사를 반대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없었지만, 모 사이트에서 퀸사모 회원으로 보이는 이들의 글들을 볼 수 있었다.

“어째서 퀸사모를 나쁜 사람들이라 정죄할 수 있는지요? 나도 퀸사모 일원 중 한 사람입니다만, 고 목사님한테 나가라고 요구한 적 한 번도 없고, 음향 공사 과정에 납득할 수 없는 의혹들을 해명해달라는 요구에, 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조사하고 결과를 발표했지만, 우리 퀸사모 쪽에서는 조사 결과를 수용할 수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조용히 해결하려고 했지만 계속되는 거짓과 cover-up이 결국 검찰청 고발까지 간 겁니다. 고 목사님은 소위 말하는 몇몇 성도와의 문제로 사퇴한 게 아니라는 거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고도 남지요. 이제라도 정신들 차려서 38년의 역사를 가진 고귀한 하나님의 성전을 한마음으로 섬겨야 하는데 우리한테 winner라니….”

한편 익명을 요구한 교인은 “고 목사의 복귀 자체를 위해서 기도하는 것보다 교회가 어떤 모습으로든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하나 됨을 회복하도록 기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전했다. 고성삼 목사의 바람처럼 “이번 기회를 통해서 퀸즈한인교회가 한 단계 발전하고, 교회의 본질에 대해서 생각하는 계기”가 될지, 아니면 새로운 갈등에 휩싸여 더 큰 어려움에 빠질지 갈림길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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