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아는 '연민'이 아닌 '관심'의 대상입니다"
"입양아는 '연민'이 아닌 '관심'의 대상입니다"
  • 박지호
  • 승인 2007.12.10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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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아들과 한국 사랑 나누는 '엔젤스쿨'

‘ANGEL SCHOOL’ (Adoptees Network For Good Education & Leadership)은 뉴저지에 사는 한인 입양아들에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교육 기관이다. 학생은 1살부터 5학년까지 20명 가까이 있고, 학부모 10여 명도 참석해 자녀들과 함께 교육을 받는다. 말이 좋아 교육 기관이지 자원봉사자들이 주말 시간 쪼개고, 제 주머니 떨어서 입양아들과 함께 놀아주는 것이다. 선생님들은 드류신학교를 다니는 전도사나 목사와 사모들이 대부분이고, 유학생이나 한인 교회 대학부 학생들이 자원봉사자로 돕고 있다.

엔젤입양인학교는 2003년에 처음 시작됐다. 뉴욕미션하우스가 맨해튼에서 시작했던 ‘성인 입양인 학교’가 모태가 되었고, 현재는 뉴저지에 있는 AWCA(Asian Women's Christian Association) 건물을 무료로 빌려 쓰고 있다. 프로그램 디렉터를 맡고 있는 이민용 목사가 엔젤입양인학교에 대해서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 한국 문화를 배우는 시간에 학부와 학생이 함께 윷놀이하는 모습. (사진 제공 : Angel School)  
 
엔젤입양인학교는 연중 봄·가을 학기가 있고, 매주 토요일 9시 30부터 12시까지 입양아와 부모들에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친다. 한국어는 주로 말하기와 읽기다. 학기 내내 열심히 진도를 나가지만 써먹을 데가 없으니 방학하고 돌아오면 아이들 머릿속에 남아 있는 한국말은 몇 개 안 된다. 그래서 학기마다 ‘ㄱ, ㄴ’부터 새로 가르친다. 매번 반복되는 교육 과정이 지겨울 법도 한데 학부모도 학생도 아주 열심이다.

한국 문화는 영화나 드라마 등을 통해 간접 학습을 한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와 드라마 <다모>를 함께 시청했다. 한국 인기 가수 ‘비’의 뮤직비디오를 감상하기도 한다. 한국을 가난한 후진국 정도로 인식하던 아이들은 ‘촌스러운 줄 알았는데 의외로 세련됐다’는 반응을 보인다. 한국에서 갓 온 또래 아이가 입양아가 하는 말을 듣고 “니들이 더 촌스러워”라고 말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던 일화도 있었다.

   
 
  ▲ 엄마와 함께 태극기를 만드는 시간도 있었다. (사진 제공 : Angel School)  
 
   
 
  ▲ 태권도를 배우는 입양아들. (사진 제공 : Angel School)  
 
현장 학습 시간도 있다. 한국 식당에 가서 수업 시간에 배운 한국말을 써먹어 보는 시간이다. “설렁탕 주세요.”, “얼마예요?” 주문에서 계산까지 직접 해야 한다. 입맛에 썩 맞지 않지만 한국 음식을 먹어본다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다. 맨해튼에 있는 한복연구원에 가서 한복 구경도 해보고, ‘입양인 한국 학교’라는 이름으로 코리안 퍼레이드에도 참가했다.

얼마 전에는 ‘Angel's night’이라는 후원 음악회를 열었다. 한국인 성악가들이 나와서 우리 가곡을 불렀다. 마지막에는 입양아와 학부모가 그동안 연습한 ‘고향의 봄’을 합창했는데, 참석한 사람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노래를 부르는 입양아들과 학부모들도, 앉아서 노래를 듣는 청중도 함께 울었다.

엔젤입양아학교에 대한 학부모들의 고마운 마음이 크다. 프로그램이 탁월한 것도 아니고 전문 강사진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같은 피부색을 가진 한국 사람이 아이들과 놀아주고 아이들을 사랑해주니 고마운 거다.

   
 
  ▲ 서예 수업 시간. (사진 제공 : Angel School)  
 
“엔젤스쿨은 한국에서 우리 아이에게 보내준 가장 큰 선물이죠. 부모와 아이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준답니다.”

“선생님과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은 놀라워요. 덕분에 우리 아이가 모국의 문화에 대해서 많이 배웠어요. 배운 것들을 끊임없이 가족들에게 가르쳐준답니다.”

“딸과 나는 엔젤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정말 즐거워요. 특히 한국 게임이 참 재밌어요.”

엔젤입양아학교 선생님들은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다. 교육 시간마다 교회며 학교에서 교육자재를 빌려야 하고, 사무실도 없어 자동차를 사무실로 대신해야 하는 것 때문이 아니다. 입양아와 학부모를 위한 전문적인 상담 과정이 필요한데, 도와주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운 것이다.

얼마 전 학부모 수업 시간에 학부모 한 명이 울음을 터트렸다. 아이가 갑자기 생모를 찾아달라고 떼를 쓰는데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털어놨다. 그제야 다른 부모들도 비슷한 사례를 이야기했다. 학부모와 선생님들이 함께 기도하며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풀어갔지만, 이런 경우 전문가의 도움이 절실하다.

   
 
  ▲ 엔젤입앙인학교에는 학부모 수업 시간이 별도로 있다.  (사진 제공 : Angel School)  
 
엔젤입양인학교는 내년 6월에는 모국 방문도 계획하고 있다. 벌써부터 아이들과 부모들의 기대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덩달아 일을 추진해야 하는 선생님들의 고민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이들 중 몇몇은 모국 방문을 통해 친부모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에 잔뜩 부풀어 있다. 하지만 생모를 찾는 것도 힘들뿐더러 찾더라도 미혼모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자신의 과거를 숨기고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고 있다면 입양아와의 만남을 거절할지도 모른다. 또 이제 막 사춘기를 지나는 아이들이 준비 없이 생모를 만날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것은 아닌지 염려도 된다.

무엇보다 준비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다. 열흘간 방문할 계획인데, 비용과 프로그램과 숙소까지 모든 것을 준비해야 한다. 자원봉사자로 운영되는 엔젤입양아학교의 인맥과 자원이라 해봐야 뻔하다. 학교의 수입도 학부모들이 내는 수업료가 전부다. 그러니 해결해야 할 난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엔젤입양학교 디렉터를 맡고 있는 이민용 목사에게 “운영하는 것이 힘들지 않냐”고 물었다. 도와 달라고 손 벌린 적도 없지만, 가끔 “그 애들 부모가 우리보다 잘 살잖아” 하는 말을 들을 때는 안타깝다고 이 목사는 말했다. 그는 “재정적으로 부족하지만 입양아가 불쌍하고 가여워서 도와주는 것은 사양합니다. 입양아는 연민의 대상이 아니라 관심과 사랑의 대상입니다”라고 말했다.

   
 
  ▲ '코리안 퍼레이드'에 참가한 엔젤입양인학교 학생들과 자원봉사자들. (사진 제공 : Angel 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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