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했다고요? 우리가 입양 당했죠”
“입양했다고요? 우리가 입양 당했죠”
  • 박지호
  • 승인 2007.12.10 1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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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아이 셋 입양한 도노반 씨 가족이 사는 이야기

   
 
  ▲ 데니스 도노반 씨는 "입양은 마치 퍼즐 게임과 같다. 잃어버렸던 가족을 지구 반대편에 있는 한국에서 찾은 것뿐"이라고 말했다.  
 
뉴욕 롱아일랜드에 사는 데니스 도노반 씨 부부는 세 명의 한국인 아이를 입양했다. 집 안에 들어서니 한복을 입고 찍은 아이들의 사진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부모와 아이들의 피부색만 다를 뿐 여느 백인 가정과 다를 바 없었다. 막내 그레이스는 아빠의 목에 매달려 재롱을 떨었고, 둘째 벤자민도 한국인 손님이 내심 반가운 듯 괜히 어슬렁거리며 쑥스럽게 웃었다.

인터뷰 내내 그레이스가 옆에 앉아서 도노반 부부와 나누는 이야기를 들었다. 가끔 민감한 질문을 할 때는 괜히 그레이스가 걸려 힐끔힐끔 쳐다봤지만, 대답하는 부모도 듣고 있는 아이도 아무렇지 않아 했다. 그레이스는 오히려 “친구들이 왜 엄마랑 얼굴이 다르냐고 물어봐요” 하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도노반 씨는 “사람은 모두 다른 거야”라고 대답하고 껄껄 웃는다. 도노반 씨는 미국 건설 회사에서 매니저로 일하고 있고, 한국 아이를 입양한 롱아일랜드 지역 학부모 모임 회장이다.

   
 
  ▲ 왼쪽부터 엄마 린다, 둘째 벤자민(11살), 막내 그레이스(9살), 첫째 데니얼(13살), 아빠 데니스.  
 
어떻게 한국인 아이를, 그것도 셋씩이나 입양하게 됐나.

특별한 이유는 없다. 우린 가족을 원했고, 한국 사람에 대한 호감이 많았기 때문에 한국 아이를 입양하길 원했다. 주변에 한국에 살았던 미국 친구들이 한국에 대해서 좋은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래서 한국 문화에 대한 존경심이 있었다. 맨해튼에 있는 입양 단체를 통해 입양에 대한 교육도 받고 한국 문화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다. 한국 정부가 요구하는 조건이 까다로웠지만 우리 부부는 모든 조건에 맞았고 아이들을 입양하게 됐다.

한국에는 가봤나.

아직 못 가봤다. 아이들이 좀 크면 함께 갈 생각이다. 그래도 한국에 대해서 많이 안다. 음식 중에서는 만두와 불고기를 좋아한다. 아이들 학교에 가서 한국 문화, 음식, 전통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다른 아시안 부모들이 자기들보다 한국에 대해서 더 많이 안다고 놀란다. 우리는 한국인 부모처럼 생활한다. 우리가 애들을 입양했지만 사실 우리가 애들에게 입양 당했다. (웃음)

아이들이 왜 엄마 아빠랑 다르게 생겼냐고 물어본 적은 없나.

당연히 물어본 적이 있다. 하지만 아주 어렸을 때부터 다르지만 한 가족이라는 것을 계속 이야기했다. 피부색이 다르지만 자연스럽게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있다는 것을 삶으로 말해왔다. 그런 면에서 입양은 마치 퍼즐 게임과 같다. 잃어버렸던 가족을 지구 반대편에 있는 한국에서 찾은 것뿐이다. 그리고 세상에 똑같이 생긴 사람이 어디 있나. 모든 사람이 다르다. (웃음)
 

   
 
  ▲ 막내 그레이스가 처음 집에 오던 날 찍은 사진. 데니엘은 3개월, 벤자민은 7개월, 그레이스는 5개월 때 입양됐다.  
 
아이들이 자라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혼란스러워하거나 힘들어한 적은 없었나.

다행히 아직 그런 적은 없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입양되었다는 것에 수치심이나 피해의식을 갖지 않도록 자주 이야기한다. 막내 그레이스 방에는 생모의 사진도 붙어 있고, 해마다 그레이스의 사진을 찍어서 입양 단체에 보내기도 한다. 그레이스는 생모와 편지도 교환한다.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최선이다. “네 엄마는 미혼모였단다. 엄마가 너무 어려서 널 키울 수 없어서 보냈단다”고 말해준다. 그레이스한테는 어제도 얘기했다.

혹시 아이들이 나중에 부모를 만나고 싶다고 하면 어떻게 할 생각인가.

부모를 찾는다는 것은 숨길 일이 아니다. 오히려 반가운 일이다. 감정적으로도 준비되어 있고,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다만 언어적인 문제라든지 상대편이 어떤 상황에 있는가 하는 것이 변수다. 그레이스는 고작 9살이지만 그레이스와는 벌써 그런 이야기를 나눈다. 모국 방문 프로그램도 있는데, 아이들이 좀 크면 함께 방문할 생각이다.

   
 
  ▲ 데니엘 첫돌 때.  
 
생일이 되면 자신의 출생에 대해서 기억하게 되는데, 아이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궁금하다.

여느 아이들 생일과 다르지 않다. 생명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고, 너를 태어나게 해준 생모에게도 감사한다. 생일을 맞이할 때마다 다른 부모님들과 친구들이 와서 같이 축하해준다. 아이들이 머리로는 어떤 생각을 할지 몰라도 느낌으로는 문제가 없는 것 같다.

한국 아이를 입양한 부모들이 한국에 대해서 가르치는 모습을 본다. 미국인 가정에서 미국 사람으로 자라면 되는데, 아이들에게 한국 문화를 가르치려는 이유는 뭔가.

우리가 어디로 갈 때는 어디서 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생물학적으로 혹은 민족적으로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뿌리가 어디인지 알려고 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래야 자신에 대해서 부끄럽게 여기거나, 자신을 왜소하게 생각하지 않고 건강한 자아 정체성 확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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