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장식 대신 '전쟁 중단' 십자가 수천 개 세운 교회
성탄 장식 대신 '전쟁 중단' 십자가 수천 개 세운 교회
  • 홍성종
  • 승인 2007.12.17 1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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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으로 스러진 영혼 기리며 참된 평화 의미 되새김

   
 
  ▲ 교회 앞마당에 1.5에이커에 걸쳐 전쟁 희생자 추모 십자가를 세우고 평화를 기리는 프리덤교회. (홍성종)  
 
   
 
  ▲ 작은 십자가마다 희생자들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으며, 교회 측은 희생자가 늘어날 때마다 십자가를 추가하고 있다. (홍성종)  
 
오색 장식이 넘쳐나는 성탄의 계절에 교회 앞마당 잔디밭에 전쟁터에서 숨진 영혼을 기리는 약 4,300여 개의 작은 십자가를 세운 교회가 지역 사회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플로리다의 주도인 탈라하시에 남북을 잇는 주요도로 중 하나에 자리한 프리덤교회(Freedom Church, 2801 Thomasville Rd.,Tallahassee,FL)는 성탄절을 맞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희생된 희생자를 추모하고, 이 땅에 진정한 평화가 임하기를 염원하는 뜻으로, 일일이 전사자들의 이름을 붙인 십자가를 전시하고 있다. 폭 1피트에 높이 2피트의 하얀색 십자가는 현재 교회 앞마당 약 1.5에이커에 걸쳐 전시되어 있으며, 교회 측은 희생자가 늘어날 때마다 십자가를 추가하고 있다.

프리덤교회를 담임한 래리 페리(Larry Perry) 목사는 “전쟁의 참혹함을 알리고 평화를 위한 지역 사회의 관심을 일으키고자 시작했다”고 말하며, “날마다 예상을 넘는 관심과 감동을 접하고 있다”고 밝혔다. 페리 목사는 “자동차를 타고 지나가다가 수시로 사람들이 둘러보고 있으며,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타 지역 사람들과도 사진을 찍어 서로 나누며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페리 목사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 지역 사회의 한 희생자 가족을 만난 사례를 소개했다. 이 가족은 교회 앞마당 참나무 근처에 아들 이름이 새긴 십자가를 발견하고 “아들이 이 나무 아래처럼 앨링톤 국립묘지의 커다란 참나무 아래 묻혀 있다”고 눈시울을 붉히며, “지역 교회가 이처럼 관심을 가지고 영혼을 위로해주고 평화를 위해 애써줘서 고맙다”고 감격스러워 했다.

현재 미국 내에는 전쟁 반대와 철군에 대한 여론이 높아진 가운데 천문학적인 전쟁 비용 승인을 둘러싸고 의회와 부시 정부가 대립하고 있으며, 영국 등 주요 동맹국들도 철군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전쟁 탓에 발생한 미국인 사망자는 12월 17일 현재, 이라크 3,894명(2003년 3월 19일 전쟁 발발 이후), 아프가니스탄 469명(2001년 10월 7일 이후)으로 각각 집계되고 있으며, 부상자는 양 전쟁을 합해 3만여 명에 다다르고 있다. 이라크 전쟁 탓에 희생된 민간인 사망자는 110만 명(1,138,528명)에 이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성탄절을 맞아 이 땅에 전쟁이 그치고 평화가 임하길 염원하는 십자가를 설치한 프리덤교회는 현재 300명의 교인이 출석하고 있으며, 십자가는 내년 1월 중순까지 전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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