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가나안교회, 언제나 가나안 땅 밟으려나
시카고 가나안교회, 언제나 가나안 땅 밟으려나
  • 박지호
  • 승인 2008.01.03 1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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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한 지붕 두 교회'…지리멸렬한 법적 공방 계속

교회 분쟁으로 시카고를 떠들썩하게 했던 가나안장로교회가 아직도 광야를 헤매고 있다. 가나안교회 이용삼 전 담임목사가 PCUSA 산하 중서부한미노회로부터 목사직을 파직 당한 지 10여 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분쟁이 수습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용삼 목사 측이 지역 언론을 상대로 소송까지 벌이면서 사회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현재 가나안교회는 '한 지붕 두 교회'인 상태다. 주일예배도 시간과 장소를 나누어 따로 드리고 있고, 재정도 별도로 집행하고 있다. 가나안교회는 분쟁 전까지 교인 수가 1,000명이 넘었지만, 현재 이용삼 목사를 반대하는 측(이하 가나안교회) 출석 인원은 250~300명 정도고, 이번 송구영신예배에는 280명이 참석했다고 가나안교회 측이 전했다. 현재 임시목사가 파송되어 시무하고 있지만, 아직 후임목사 청빙 절차를 밟지 못 하고 있다. 한편 이용삼 목사 측은 “주일예배(1부에서 4부까지)에만 350명 정도 모인다”고 이 목사 측에 있는 교인이 말했다. 

   
 
  ▲ 이용삼 전 목사 측 교인들이 성탄예배를 드리는 모습(왼쪽), 이용삼 목사를 반대하는 교인들이 송구영신예배를 드리는 모습(오른쪽). (출처 : 가나안교회 홈페이지, 이용삼 전 목사 측 홈페이지)  
 
대회의 중재 협상 결렬 

작년 8월, 노회에 이어 링컨 트레일스대회(Synod)는 가나안교회 사태 수습을 위해 양측을 중재하면서 협상을 시도했다. “법적 판결이 승자와 패자로 나눌 순 있지만 하나님나라 관점에서는 모두가 패자이기 때문에 화합을 이끌어내지 못 한다”는 이유에서다. 대회는 분쟁이 시작되기 전 상태로 돌아갈 것과 양측이 모든 사법적 조치를 중단할 것을 1차적으로 제안하면서, 이용삼 목사의 은퇴 시기와 과정, 후임목사 청빙 문제 등에 대해서 협상하도록 했지만 결렬됐다.

가나안교회 측에서는 “대회 측의 뜻을 존중하며 중재에 즉각 응함과 동시에 모든 사법적 행동을 유보했으나, 이 목사 측이 시한까지 응하지 않아 결국 중재가 결렬되었다”고 말했고, 이 목사 측에서는 “법적 타당성에 상관없이 모든 고소를 취하하고 중재에 임하라는 것은 중재라는 구실로 면죄부를 주라는 논리이기 때문에 거부했다”고 반박했다. 대회는 “양측은 지속적으로 갈등을 심화시키고 상대방을 제압하기 위한 언행을 함으로써 중재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음을 확인했다”며 결렬된 배경을 설명했다.

법적 판결 남겨둔 상황…풀어야 할 숙제 여전

때문에 작년 2월 노회 행정전권위가 법원에 신청한 ‘이용삼 목사 접근 금지 요청’에 대한 법원의 최종 판결을 기다릴 수밖에 없게 됐다. 하지만 가나안교회 문제를 다루고 있는 시카고 쿡 카운티 법원에서는 결정을 유보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교회 접근 금지 요청을 기각해달라’는 이용삼 목사 측의 요청에 대해서는 작년 11월 2일 법원이 기각 판결을 내렸다. 추후 법원이 노회 측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이 목사는 더 이상 가나안교회에 출입할 수 없게 된다.

법적 판결이 나더라도 교회를 새롭게 꾸려가야 하는 가나안교회 교인들에게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가나안교회 게시판(이전 가사모 홈페이지)을 통해서도 그런 고민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지난 30년 동안 거수기 노릇만 해서 이렇게 됐다’ ‘교회 개혁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처음엔 많이 들리고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활발했었다. 그런데 지금도 그런 노력이 지속되고 있는지 챙겨볼 필요가 있다. ‘아직 사태가 마무리되지 않아서’, ‘담임목사가 오시고 난 후에’라는 생각을 한다면 또 다른 핑계요 과오다. 사정이 여의치 않더라도 교회가 해야 할 일에 대해 우리는 늘 고민하고 살아있는 교회를 만들려 애써야 한다.…교단에서 언제라도 지금의 분쟁을 마무리 짓는 결정을 내린다면 우리는 어떤 계획으로 교회를 세워 나갈 것인지? 이 시점에서 우리가 스스로에게 묻고 점검해봐야 할 것들이 상당히 많아 보인다.” (‘아름다운 교회를 꿈꾸며’ 중에서)

교회 문제 사회 문제로 확산

한편 이용삼 목사 측은 지역 방송사인 시카고 <라디오코리아>를 작년 9월 28일 고소했다. 이 목사 측은 교회 문제가 불거지던 2006년 8월부터 2007년 2월까지 <라디오코리아>의 조광동 주필이 보도한 내용이 이 목사의 명예를 훼손시켰다고 주장하고 50만 불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했다. 피고소인에는 조 주필 외에도 시카코 <라디오코리아> 사장인 정동찬 씨와 <재외동포신문>의 명예회장인 김용화 씨, 그리고 <라디오코리아>를 소유하고 있는 회사와 계약사 4개도 포함되어 있다.

<라디오코리아> 조 주필은 “법정 싸움에 귀한 시간과 많은 돈을 써야 하는 것이 답답하지만, 잘못된 것을 비판하고 개혁할 때 저항과 대가가 따르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라며, “새 살을 돋게 하려면 썩은 환부를 도려내야 한다”면서 법적인 대응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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