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환경', 진보주의자들의 전유물인가
'종교와 환경', 진보주의자들의 전유물인가
  • 김명곤
  • 승인 2008.01.04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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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력 얻고 있는 미국 기독교계 환경운동가들

기독교인들은 오래 전부터 그들 자신을 세상과 고립시키려는 자세를 보였다. 흔히 말하는 ‘성속 이원론적 사고'에다 ‘썩어 없어질 세상’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따라서 어느 종교 지도자는 이 세상의 삶을 전세집의 삶에 비교하고 있다. 세를 사는 사람은 집을 가꾸거나 관리하는 데 굳이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상당수의 기독교인들이 아직도 이 같은 생각을 견지하고 있는 반면,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이들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과거에 환경, 인권, 기아, 질병, 전쟁 등 우주적인 이슈들이 진보적인 기독교인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데 비해 최근의 추세는 보수 기독교인들이 발 벗고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신앙과 환경 생태를 연결하고 과학과 종교 사이의 이질감을 극복해나가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를 들어 ‘Interfaith Power and Light Movement’라는 조직은 미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현재 130여 개 교회를 회원으로 확보하고 그 세력을 확장시키고 있다.

   
 
  ▲ 최근 교계를 중심으로 한 환경보호 운동이 세력을 얻어가고 있다. 사진은 '복음주의적 환경운동 네트워크' 사이트 일부분 모습.  
 
“과학자들만으로 환경 문제 풀 수 없다”

<에이피 통신> 16일자에 따르면, 애틀랜타의 피치트리침례교회 로버트 워커 주니어 목사도 이 같은 움직임에 동조하며 최근 2개월에 걸쳐 주일 설교를 ‘환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기존 교인들 앞에서 환경보호를 강조하고 과학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직도 ‘도전’일 수밖에 없다. 인간 중심의 세계관에 매여 있는 전통 신앙에 혼란을 가져오고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십상이다.

워커 목사는 최근 설교 단상에서 자신의 믿음이 성경에 근거를 두고 있음을 확고하게 선언해야만 했다. 그런 후에서야 그는 조심스럽게 “우리는 하나님과 성경, 그리고 과학을 함께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당수 기독교인들은 이 땅이 멸망으로 치닫고 있다는 데 동조하고 있다”며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이 땅을 보존하고 가꾸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Interfaith Power and Light Movement’의 세력 확장은 최근 환경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 힘입어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이 조직의 행정 간사인 제니퍼 다운스는 “환경 문제가 정치가들만의 주장이 되길 원치 않는다”면서 “과학자들도 그들 스스로 이 문제를 풀어나갈 수 없음을 인정하고 있다, 이제는 종교인들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조직은 150여 명의 목사와 랍비 그리고 종교 단체 지도자들에게 정치적으로 중립을 유지하면서도 그들의 신앙을 과학과 연계시킬 수 있도록 강좌를 베풀고 설교 지침을 전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교회 오르간 전기 사용 절약법과 하누카와 같은 종교 절기에 사용되는 촛불을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전구로 대체할 것을 독려하는 홍보 기재를 전달하는 등 실천적인 방법을 제안하기도 한다.

이 조직에 속한 버지니아 지부는 기도 시간에 신자들이 환경에 관련된 내용을 어떻게 점진적으로 접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신학적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노스 캐롤라이나 지부는 2006년 한  해 동안 약 100여 개의 교회 워크숍을 통해 지구 온난화와 에너지 관리에 대한 홍보와 더불어 앨 고어 전 부통령의 다큐멘터리 영화인 ‘불편한 진실’을 상영하기도 했다.

“이 시대의 사회 문제, 더 이상 교회 밖의 문제 아니다”

노스 캐롤라이나 지부의 마크 긴스버그는 “낙태, 동성애, 인권 침해, 환경 파괴 등 이 시대의 사회 문제들은 종교 단체가 적극 참여하지 않는 한 해결이 요원해 보인다”면서 사회 문제는 더 이상 교회 밖의 문제가 아니며, 교회의 문제이자 신앙고백적 문제라고 해석했다.

테네시에 기반을 둔 ‘Cool Congregation’은 서로 다른 종파의 회원들이 소속되어 있다. 이들은 지역 내에서 열리는 워크숍을 통해 ‘믿음과 환경’의 연계를 위한 토론을 하고 있다. 이들은 토론에서 얻은 신념을 교회나 가정에서 나누고, 몇 달에 한 번씩 모여 그동안의 진전 사항을 점검한다. 이 조직을 이끌고 있는 짐 데밍 목사는 “많은 사람들이 신앙과 환경 문제를 다양한 방법으로 이해해가고 있다”며 “사회가 매우 위급한 상황이기 때문에 더더욱 지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교계에서 ‘교회를 새롭게 이끌 지도자’로 불리고 있는 올랜도 북부 노스랜드교회 조엘 헌터 목사도 최근 수년 동안 환경 문제를 포함한 사회 문제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교인들은 물론 일반인들의 큰 관심을 끌어 왔다.

신앙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보수주의자로 분류되는 헌터 목사는 근래 ‘Right Wing, Wrong Bird' 라는 책을 통해 낙태와 동성애 등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공화당의 관점에 비판을 가하고, 정치인들이 환경이나 인권 등 사회 문제까지 관심의 폭을 넓혀야 할 것을 주장해왔다.

비판적인 복음주의자로 존경을 받아온 그는 환경 등 사회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발언으로 보수 교계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자 "뜻이 맞지 않는다"며 자신이 맡고 있던 기독교 연맹(Christian Coalition) 회장 자리를 스스로 사임했다. 

김명곤 /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발간하는 <코리아위클리> 대표이며, 미국의 정치 사회 전반에 대한 중량감 있는 글들을 <오마이뉴스>에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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