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크리스천은 영적인 1.5세다"
"모든 크리스천은 영적인 1.5세다"
  • 박지호
  • 승인 2008.01.16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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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인터뷰] 리버사이드커뮤니티교회 이승한 목사

1.5세 목회자, 고민과 아픔도 많았던 만큼 가능성도 많은 세대다. 1세 교회에서 자랐고, 사역했기에 한인 교회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깊다. 한국 문화와 언어에 익숙하기에 1세 교인들과도 어렵지 않게 어울리면서, 탈권위적이고 합리적인 리더십을 가지고 있어 젊은 교인들을 비롯해 2세 교인들까지 잘 보듬어낸다. 2세 목회 경험도 있어서 1세와 2세가 공존하며 어우러질 수 있는 연합적인 교회를 만들어가는 데 효과적인 역할을 감당하기도 한다. 1세 교회의 구태를 그대로 답습하거나,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에 붙들려 전전긍긍하는 경우도 있지만, 1.5세 목회자로서 가진 장점을 십분 발휘하며 창의적으로 목회 활동을 펴는 이들도 없지 않다. <미주뉴스앤조이>는 이런 1.5세 목회자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한다.

“이민 1세와 이민 2세 사이에서 방황하는 1세도 2세도 아닌 젊은이들.”

백과사전에서 1.5세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와 미국인도 한국인도, 1세도 2세도 아닌, 그래서 방황하는 세대를 가리킨다. 뉴저지에 있는 리버사이드교회의 이승한 목사는 모든 크리스천은 “영적인 의미에서 1.5세”라고 정의했다. 하나님나라라는 모국이 있지만, 세상이라는 타국에 살면서 필연적으로 불편함을 감내하며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미 시작된 하나님나라를 맛보며 그 나라를 전하는 사람들이기에, 누리는 특권과 기쁨 또한 크다. 

1.5세 목회자에 해당하는 이승한 목사는 소위 ‘1.5세 교회’에서 사역하고 있다. 영적인 의미뿐 아니라 사회과학적으로도 1.5세 교회다. 교회 구성원들부터 30~40대 한인 1.5세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 영어가 더 편한 1.5세를 중심으로 영어권 교회로 출발했는데, 얼마 전부터는 한국어 예배도 함께 드리고 있다. 대부분 한인 교회가 자녀를 위해 영어 예배를 만들긴 하지만 영어권 교회에서 한국어 예배를 시작한 것은 흔치 않은 경우다. 아래는 킹덤 컨퍼런스 강사로 참석한 이승한 목사의 강의 내용과 대화 내용을 인터뷰 형식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 이승한 목사는 이민 교회를 단순히 미국에 존재하는 한국 교회 정도로 여기는 것을 안타까워하면서 이민 교회는 그 자체로 독특성과 자주성을 가진 특수 목회 영역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사진 제공 : 리버사이드커뮤니티교회)  
 
미국에 오게 된 과정은. 

중3 때(1975년) 부모님과 함께 이민을 왔다. 개인적인 의도와 전혀 무관하게 왔으니 ‘이민을 당했다’고 해야겠다. (웃음) 부모님은 조그만 구멍가게에서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밤늦게까지 일하면서도 ‘너 때문에 미국에 왔으니 공부 열심히 하라’는 이야기를 입버릇처럼 하셨다. 부모님은 공부 외에는 아무것도 못 하게 하셨다. 고등학교 때까지 자전거도 타보지 못했다. 산에 가면 떨어져서 안 되고, 바다에 가면 빠져죽는다고 못 가게 했다. 은연중에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가 컸다.

1.5세로 자라면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

오랜만에 한국 친구들을 만났는데, 성격이 많이 변했다고 하더라. 소극적이고 내향적으로 변했다. 환경적인 영향이 컸던 것 같다. 중고등학교 시절 영어 배우고 문화 익히느라 정신이 없었다. 영어를 못해서 말을 안 하는 것뿐인데, 주변에선 나를 소극적이고 조용한 아이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성격이 많이 어두워졌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살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을 정도로 힘들었다. 당시 그린 그림을 보면 죽음, 지옥 등과 같은 어두운 그림이 대부분이다. 대학교 기숙사에 이상한 그림을 붙여서 학교에서 경고를 받기도 했다.

극복하게 된 계기가 있나.

궁극적으로는 복음을 통해서 자유를 얻었다. 처음에는 지겹게도 싫었던, 십자가와 같았던 1.5세라는 정체성이 축복으로 다가오는 시간이 있었다. 나의 삶이 하나님나라의 역사에서 재해석되면서, 1.5세에게 허락하신 눈물이 헛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미국이라는 낯선 곳에서 외로움과 소외감이란 도구로 나를 빚어갔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감사하게 되었다.

크리스천과 교회에 1.5세라는 영적 정체성을 부여했던데.

근본적으로 모든 그리스도인은 1.5세다. 이 세상 시민인 동시에 본향을 그리워하는 하나님나라 시민이기 때문이다. 하늘과 땅의 이중국적 소유자다. 하나님나라라는 모국이 있지만, 세상이라는 타국에 살면서 갈등과 고민과 아픔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하나님나라라는 모국을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세상과 하나님나라를 잘 이해하기에 양쪽을 연결하는 나들목 역할을 해야 한다. 사도 바울도 마찬가지다. 유대인이었지만 로마 시민으로 살면서 하나님나라를 전했던 것이다. 예수님도 1.5세라고 말할 수 있다. 하나님나라를 다스리는 주님이 인간의 몸으로 세상에 오셔서 복음을 전하시고, 하나님나라를 전하셨기 때문이다. 우리의 사명도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현재 섬기는 교회의 구성원은 어떻게 이루어져 있나.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교회 구성원들부터 30~50대 한인 1.5세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 영어 예배로 처음 시작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어 예배도 함께 드리고 있다. 그래서 1.5세를 중심으로 위로는 1세대인 부모님, 아래로는 2세대인 자녀가 함께 어우러지는 교회가 되었다. 세대 간의 하나 됨을 자연스럽게 이룬 것이다.

   
 
  ▲ 1.5세 목회자로서의 역할이 무엇일까 고민한다는 이 목사는 한국 근현대사를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복음적인 세계관을 통해 한국 역사와 이민 역사를 재조명해보고 싶다는 그는 교인들과 함께 한국을 방문해 역사 기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사진 제공 : 리버사이드커뮤니티교회)  
 
영어권 교회에서 한국어 예배를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

많은 이민 교회들이 한국 교회의 프로그램을 상황화 작업 없이 ‘직수입’하곤 한다. 이민 교회를  단순히 미국에 존재하는 한국 교회 정도로 여기는 것이다. 1.5세 목회자로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하나님의 구속사적인 손길을 이민 교회를 통해서 더 확실히 보게 됐다. 특별히 이민 교회는 한국 교회의 연장이 아닌 독특성과 자주성을 가진 특수 목회 영역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우선 1세부터 1.5세 그리고 2세, 3세까지 아우르는 교회 공동체, 더 나아가 지역사회와 호흡하는 공동체로 만들어가려고 한다. 한국어 예배를 시작한 것은 그런 꿈을 실현해나가는 첫걸음이라고 볼 수 있다.

1.5세(교회, 개인)에게 요구되는 시대적 사명이 있다면.

1.5세에게 1세와 2세를 연결하며 세대를 하나로 묶는 역할도 있겠지만, 하나님나라와 세상을 연결하는 영적인 1.5세로서의 시대적 사명이 더 중요하다. 그것은 크고 거창한 것도, 1.5세에게만 해당되는 것도 아니다. 한마디로 ‘복음의 회복’이다. 회복된 복음만 품고 있다면 월스트리트로 가든 빈민촌으로 가든 하나님나라 시민답게 살아갈 수 있다고 본다. 하나님나라의 1.5세로 살아가는 크리스천들이 겪어야 하는 외로움과 아픔을 피해갈 수 없겠지만 이미 시작된 하나님나라를 누리며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또 ‘나그네’라는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 세상은 한 곳에 정착해 자신의 이름을 떨칠 높은 바벨탑을 쌓고 그 속에서 안전함을 누리지만, 언제라도 거처를 옮길 수 있는 불편한 장막에 거하면서 하나님이 가라고 명하시는 곳으로 이동하며 살아가야 하는 삶을 훈련해야 한다.

리버사이드커뮤니티교회의 핵심 가치는 무엇이며, 어떻게 구현해내려고 노력하나. 

리버사이드커뮤니티교회는 교회가 필요한 모든 곳에 지역 교회 세우기라는 비전을 갖고 있다. 대형 교회보다는 그 지역과 상황에 맞는 중소형 규모의 교회를 여러 개 세워서 공동체성을 누리고, 복음으로 지역사회를 섬기기를 원한다. 교회가 성장해서 300명 정도를 넘어가면 지역별로 50가정이나 100가정씩 분가해서 개척을 하도록 할 생각이다. 하지만 여름 캠프나 선교 활동 등은 독립한 교회들과 연계해서 함께 할 계획이다. 리버사이드커뮤니티교회는 5개의 핵심 가치를 지향하고 있다. 복음, 은혜 영광, 감사, 선교가 그것이다. 하지만 핵심 가치를 어떻게 구체적으로 적용하고 실천해나갈지는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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