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에 주목하다
킹덤에 주목하다
  • 김종희·박지호
  • 승인 2008.01.1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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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가능성 위해 과감히 한계 뛰어넘어야

미주 한인 청년들의 집회 중 하나인 ‘2008 킹덤 컨퍼런스’가 1월 7일부터 10일까지 나흘간 메릴랜드에 있는 샌디코브 컨퍼런스 센터에서 열렸다. 올해 주제는 ‘내 교회를 세우리니’이며, 모든 프로그램은 하나님의 몸 된 교회를 어떻게 바로 세울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다. 세 번의 저녁집회, 두 번의 주제 강의와 패널토의, 다양한 선택식 세미나들이 마련되었다.

   
 
  ▲ '2008 킹덤 컨퍼런스'가 1월 7일부터 나흘간 메릴랜드에서 '내 교회를 세우리니'란 주제로 열렸다. 사진은 참가자들의 사진을 모자이크로 모아 만든 교회 모습이다. (사진 제공 : www.kingdomusa.org)  
 
전체 집회는 워싱턴한인장로교회 김태권 목사·Spirit & Truth Fellowship Church 이태후 목사·가스펠펠로우십교회 성현경 목사·Riverside Community Church 이승한 목사가 돌아가면서 설교했다. 오전에는 샬롯츠빌 빛과소금교회 오선일 목사가 에베소서 1장 23절을 본문으로 ‘교회 - 몸’ ‘교회 - 충만’이라는 제목으로 두 번 강의했다. 두 번의 패널토의를 통해 북미주 디아스포라 기독 청년과 교회, 선교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선택식 세미나는 17개의 주제로 펼쳐졌다. 기독교의 기본적인 삶에서부터 1.5 세대 교회의 사명, 세계선교와 동원 명령, 문화로 보는 기독교 세계관, 영화로 보는 포스트모더니즘 등 다양했다. 뉴욕·뉴저지·워싱턴·필라델피아·메릴랜드 등 주로 동북부 지역에 있는 20~30대 한인 청년 110여 명은 이처럼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서 믿음의 기초, 교회, 선교에 대해서 듣고 고민하고 상담하는 시간을 갖고, 나흘 뒤에 각자 삶의 현장으로 돌아갔다.

킹덤 컨퍼런스는 애초 메릴랜드에 있는 소수의 한인 청년들의 SFN(Song For the nation)-USA라는 기도 모임으로 1998년 시작됐다.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버려진 세대라는 피해의식에 빠져 있던 1.5세 청년들이 함께 교제하며 기도하는 모임이었다.

SFN-USA은 1999년부터 VC(vision celebration) Conference라는 이름으로 동부 지역 한인 청년을 위한 3박 4일간의 집회를 열었다. VC Conference는 ‘예배, 부흥, 선교’를 기치로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지속되었다. 이후 2004년부터 2008년까지는 킹덤 컨퍼런스라는 이름으로 미 동부 지역 청년 디아스포라 운동으로 확대되었다.

미국 한인 교계에는 코스타 또는 자마와 같은 대형 집회가 널리 알려져 있다. 그에 비해 킹덤 컨퍼런스는 역사도 그리 길지 않다. 이제 막 10년이 되었다. 규모도 그리 크지 않다. 200~300명이 모일 때도 있지만, 올해는 총 130여 명이 모였다. 지역도 미주 동부를 벗어나지 않는다. 이사회는 노진준·이남석·이승종·이승한·이진석·지용주 등으로, 교계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목사들도 아니다. 어느 모로 보아도 그리 주목할 만한 것이 없다.

그러나 겉으로 별 볼 일 없다고 해서 그냥 무시할 일만은 아니다. 젊은이에게 가장 큰 자산이 가능성이듯이 이 집회 역시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사회 체제가 있지만 주로 정신적․재정적으로 뒷받침을 해주는 정도이고, 해마다 열리는 컨퍼런스 기획과 진행은 주로 자원봉사를 하는 간사들에 의해서 이뤄지고 있다. 몇몇 대형교회의 유명한 목사들이 의기투합해서 조직이나 집회를 만들고 후배들로 하여금 실무를 맡기는 일반적인 하향식 패턴과 다르다. 그러다 보니 화려한 강사진으로 짜인 것도 아니고, 따라서 규모가 클 수도 없다. 대신 각 지역에서 청년 사역에 관심을 갖고 애를 쓰는 목회자들이 동참하고 있다. 자연스레 작은 교회들의 겨울 연합 수련회와 비슷한 성격이 되고 있으며, 목회자들 간의 연합 정신이 잘 유지되고 있다.

   
 
  ▲ 킹덤은 자연스레 작은 교회들의 겨울 연합 수련회와 비슷한 성격이 되고 있으며, 목회자들 간의 연합 정신이 잘 유지되고 있다.  
 
또 한국 교회 젊은이들을 강력하게 세뇌시키고 있는 세련되게 포장된 기복주의, 성공주의가 강단을 지배하지도 않았다. 전체 집회 강사들의 설교 핵심이다.

“하나님은 어쩌면 교회보다 세상을 더 사랑하실 지도 모른다. 울타리에 갇힌 신앙의 틀을 벗어나 하나님이 진짜 사랑하시는 세상으로 눈을 돌리라(김태권)” “당신의 집 주소가 당신의 신앙고백이다. 그리스도인은 이 세상에서 버림 받고 외면 당하고 쫓기고 갇힌 자들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이태후)” “우리에게 주신 하나님의 복은 성공이 아니라 실패다. 실패와 고난의 연단 과정을 거쳐야만 하나님의 쓰임을 받는다(성현경)” “하나님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만 사랑받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하나님이 그저 부르셨기 때문에 그의 자녀가 된 것이고, 그것을 감사하고 누리면 된다(이승한)”.

전체 집회의 강사를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하는데 그들 간에 조율이 안 된 탓인지 메시지가 일관성을 견지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말씀을 빙자한 엉뚱한 얘기가 강단을 휩쓰는 일은 없었다.

약점도 있다. 밤마다 진행된 강사 모임에서도 거론되었듯이, 여전히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다. 부분적으로 세련되지 못한 것은 오히려 순수함의 다른 모습일 수 있다. 하지만 10년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한다는 것은 결정적인 약점이다.

하향식이 아니라 상향식 의사결정구조, 성공주의에 대한 거부 등은 다른 대형 청년 집회와 확실한 차별성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킹덤 컨퍼런스의 정체성을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시간과 공간이라는 컨텍스트에 철저하게 기반을 두고 그것을 엄밀하게 분석한 토대 위에서 컨퍼런스의 방향을 잡아야 했다.

‘내 교회를 세우리니’라는 제목으로 ‘하나님의 몸인 교회’를 주제로 잡은 것은 분명 2008년 주제로 유의미하다. 하지만 모든 강의 내용들이 주제를 향해 집중하지 못했다. 이것은 풀뿌리운동이 별로 없는 상태에서 열리는 대중 집회의 한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

   
 
  ▲ 하향식이 아니라 상향식 의사결정구조, 성공주의에 대한 거부 등은 다른 대형 청년 집회에서 볼 수 없는 킹덤의 차별성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시간과 공간이라는 컨텍스트에 철저하게 기반을 두고 그것을 엄밀하게 분석한 토대 위에서 컨퍼런스의 방향을 잡아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따라서 해마다 집회를 거듭한다 해도 결과물이 축적되기 어려울 수 있다. 킹덤을 잘 모르는 강사의 등단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이나, 자료집에 강사들의 원고가 충실히 담겨 있지 못하거나, 패널토의에서 나오는 얘기가 초보적인 수준에서 머무는 것은 기획력 부족 때문이 아니다.

목표와 목적이 분명하지 못하다 보니 결과가 축적되지 못하고, 필연적으로 보고 배운 것을 실천해보는 장이 생산되지도 못한다. 올해 참가자의 70%가 처음 온 사람이라는 것은 숫자가 이러한 문제점을 증명하는 것이다. 결과물이 축적되는 집회라면 적어도 해마다 참여하는 이들의 숫자가 절반 이상은 훨씬 넘어야 한다.

‘하나님나라’를 설명하는 ‘킹덤’이 개인과 공동체와 세상에 대한 하나님나라의 변혁 운동체로 온전히 제 몫을 하려면 이 점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수적이다.

이사들이나 간사들도 이 문제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운동’에 대한 이해나 경험의 부족 때문인지, 혹은 디아스포라 기독 청년들의 한계 때문인지는, 아니면 둘 다 때문인지 몰라도, 결단의 시기를 못 잡은 채 어정쩡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애매모호한 ‘정체성’을 그대로 유지하기에는 이번 컨퍼런스에서 쏟아져 나온 메시지들은 매우 긴박했다.

김종희·박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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