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보수 교단에 지각변동 일어난다
미 보수 교단에 지각변동 일어난다
  • 홍성종
  • 승인 2008.02.05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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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신침례언약축전'…마틴 루터 킹의 꿈에 다가선 지미 카터 전 대통령

   
 
  ▲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보수 교단은 낙태, 동성애 반대에 초점을 맞추는 데 반해 진보적인 침례교인은 빈곤과 싸우고, 환경을 보호하며, 가난한 이웃에 보금자리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성종  
 
조지아 주의 붉은 언덕에서 이제는 세월이 흘러 백발이 된 노예의 후손들과 노예 주인의 후손들이 손을 맞잡고 나란히 앉아 함께 찬양하고 기도하며 웃고 뛰노는 마틴 루터 킹의 꿈에 한걸음 다가섰다.

미 최대 개신교 교단인 남침례회(the Southern Baptist Convention)와는 별도로 그동안 주류 교단에서 배제된 흑인, 히스패닉, 캐나다 침례교단 등이 한자리에 모인 ‘2008 신침례언약축전’(the Celebration of a New Baptist Covenant)이 지난 1월 30일부터 사흘 동안 애틀랜타에 있는 조지아월드의회센터에서 열렸다. 이 대회에는 지미 카터∙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비롯해 앨 고어 전 부통령∙북미침례교 데이비드 고오틀레이(Goatley) 회장∙ 토니 캠폴로 이스턴대학 교수 등 약 15,000명이 참석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라는 주제로 모인 이번 축전은 남북전쟁 이전에 노예제도를 둘러싸고 침례교단이 흑백으로 분리된 지 163년 만에 함께 자리한 것이다. 특히 이번 대회는 흑백뿐만 아니라 아시안과 히스패닉 등을 총망라한 30개 교단과 단체가 신앙의 가치 아래 함께 모인 자리여서, 개신교 역사의 새로은 장을 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대회 주창자인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개회사에서 “신앙생활의 최고의 순간(the most momentous event of my religious life)”이라고 감격하며, “신침례언약의 바탕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어느 때이고 여러분 앞에 서 있는 사람을 사랑하는 정신에 기초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터 전 대통령과 함께 이 대회를 이끈 빌 언더우드 총장(Mercer University)은 “45년 전 애틀랜타의 아들인 침례교 목사의 꿈을 모두가 함께 나누려 한다”고 운을 떼며,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연설문을 인용하고 나서 “우리 사이에 분열, 지역, 이념, 무엇보다 인종에 의해 막힌 담이 헐리고 이제 새날이 도래하였고, 오늘 이 자리에 우리 모두가 크리스천 형제자매로 한자리에 모였다”고 연설해 참석자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창설한 흑인 교단인 전국진보침례회(the Progressive National Baptist Convention)의 드윗 스미스 회장은 “우리는 그동안 신앙을 실천할 길을 찾고 있었다”면서, “다양한 견해를 가진 이들이 함께 모여 어려운 이웃을 도와야 하며, 이번 대회가 선지자의 눈으로 굳건한 사회 공동의 이슈를 끌어내 이를 실현해나가는 시발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사흘 동안 개최된 신침례언약축전에 약 15,000여 명의 참가자들이 모였다. 셋째날 저녁에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가자침례교회에서 사역하다 추방당한 해나 매새드(Massad) 목사의 간증을 들었다. ©홍성종  
 
셋째 날 연사로 등장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번 대회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미 남침례회를 겨냥해 “남침례회와 진보의 차이는 행함으로 믿음이 온전케 된다는 야고보서의 해석을 달리하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클린턴은 “남침례회는 ‘행함’을 낙태, 양성 평등권 개정, 동성애 이슈에 대한 반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진보적인 침례교인은 빈곤과 싸우고, 환경을 보호하며, 가난한 이웃에 보금자리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면서 “남침례회도 성경을 다른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대회가 진행되는 사흘 동안 오전과 저녁 시간에는 설교와 연설을 경청하는 전체 집회로 구성했고, 오후 시간에는 32개 분과별로 특별 세미나를 진행했다. 분과별 모임에서는 신학적 논쟁을 포함해 지구 온난화, 성차별, 인종, 종교적 자유, 빈곤, 에이즈 문제, 종교의 다양성, 공공정책, 청소년 이슈, 복음의 순수성, 청지기적 사명, 사회정의, 복지, 제자훈련 등 다양한 의제들이 각 분야의 전문가 주도로 논의되었다.

이번 대회를 지켜본 교회사학자인 레너드 씨는 이러한 사역이 “19세기 침례교 창설 당시의 사회상에 따른 설립 이념이었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사역은 견해의 차이로 달리 접근하기보다 사명으로 여겨야 한다”며 이번 대회의 역사적 의미를 더했다.

이번 대회는 로마 가톨릭 다음으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해온 미 남침례회에 맞선 또 다른 침례교단을 창설할 것이라는 세간의 의구심과는 달리, 예수 그리스도의 지상명령을 실현하기 위한 순수한 신앙운동으로 자리 매김할 것이라고 대회 관계자들은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새로운 교단 창설은 아니지만 이번 대회의 성격으로 볼 때, 앞으로 미 남침례회를 견줄만한 세력으로 급부상할 것이며, 미 남침례회의 보수적인 신앙 이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이미 보수 교단의 균열이 감지됐다는 측면도 있다. 일례로 이번 대회에는 일부 남침례회에 속한 교회들도 참석했으며, 이번 축전을 계기로 남침례회에 속한 마라나타침례교회(조지아)는 예산의 5%를 기존 교단인 남침례회에, 또 다른 5%는 신침례언약에 속한 침례교단에 기부하기로 했다.

이번 신언약침례축전에 참여한 교단은 북미 지역 흑인 침례교단을 비롯해 캐나다 지역 침례교단 등 주로 세계침례교연맹에 속한 지역 교단으로 약 2,000만 명의 교인을 대표하는 그룹이며, 견제를 받고 있는 미 남침례회에는 약 1,700만 명의 교인이 속해 있다.

   
 
  ▲ 대회 중 함께 찬양하는 지도자들. 좌로부터 이 대회를 주창한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드윗트 스미스 회장(PNBC; the Progressive National Baptist Convention)∙찰스 길크리스트 애덤스 목사(전 PNBC 회장)∙빌 클린턴 전 대통령.  
 

   
 
  ▲ 신침례언약축전에 참여한 교회 지도자들. 좌로부터 윌리암 쇼 목사(the National Baptist Convention USA 회장)∙지미 앨런(신침례언약 프로그램 의장)∙찰스 길크리스트 애덤스 목사(전 PNBC 회장)∙스데반 존 더스톤 목사(the National Baptist Convention of America 회장)∙드윗트 스미스 목사(PNBC; the Progressive National Baptist Convention)∙윌리엄 D. 언더우드 총장(Mercer University) ©홍성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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