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좋지만 교회는 싫다?
하나님은 좋지만 교회는 싫다?
  • 김명곤
  • 승인 2008.02.09 1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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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성인 72%, 교회에 대한 인식 '부정적'

가장 최근 종교기관의 여론조사에서 미국인들의 교회에 대한 일반 인식이 매우 부정적인 것으로 드러나 관심을 끌고 있다.

남침례교 컨벤션의 ‘라이프웨이 리서치’가 지난해 12월에 실시한 여론조사(표본 수 1,402명, 조사의 오차한계 +-2.5%)에 따르면, 교회에 가지 않는 미국 성인들의 72%가 “하나님은 실제 존재한다”고 답변한 반면, “교회는 위선자들로 가득 차 있다”고 답했다. 특히 44%는 기독교인들을 매우 역겹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미국인들의 22%는 교회에 가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04년에 시카고대학의 ‘전국여론조사센터(NORC)’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17%가 교회에 가지 않는다고 답변한 것과 견주면, 무려 5% 포인트 차이가 나는 것으로 최근 여론조사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하나님은 똑같다’ 포괄적인 하나님에 대한 믿음

   
 
  ▲ 기독교 신앙이 교회와 교파의 벽을 넘어 개인화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교회에 가지 않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어떤 종교에든지 들어맞는 포괄적인 개념의 하나님을 믿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가령 교회에 가지 않는 사람들의 52%는 ‘예수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다’는 기본 교리를 받아들였으나, 61%는 기독교의 하나님은 이슬람∙힌두교∙불교 등 다른 종교에서 말하는 하나님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답변했다.

라이프웨이 리서치 디렉터 에드 스테처는 이와 같은 조사 결과와 관련하여, “100년 전 미국인들은 ‘하나님은 성경에 나오는 바로 그 하나님뿐’이라고 믿고 있었다”면서 “미국 사회는 더 이상 기독교 문화가 지배하고 있는 사회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여론조사에서 교회에 나가지 않는 사람들의 79%는 오늘날 기독교는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기보다 조직화된 종교 집단에 불과하다고 답했다. 흥미로운 것은 교회에 가지 않는 사람들의 86%는 자신들이 교회에 가지는 않고 있지만 하나님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답했다는 것.

라이프웨이 리서치의 부 디렉터 스콧 맥노넬은 “교회에 가지 않는 사람들은 교회가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기독교의 두 가지 대 계명을 잘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믿고 있으며, 이 같은 신앙으로 살아가고 있는 신자들을 찾아보기기 어려운 것으로 믿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번 여론조사에서 교회에 나가지 않는 사람들이 교회를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는다는 점도 밝혀졌다.

가령, 교회에 가지 않는 사람들 가운데 78%는 기독교에 대해 소개하는 것에 관심을 보였고, 이들 가운데 89%는 친한 기독교인 친구를 최소한 한 명씩 두고 있었다. 또한 71%는 예수를 믿는 것은 개인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믿는다고 답했다.

스테처는 이 같은 사실과 관련하여 “교회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시한 사람들조차 하나님과 기독교 자체에 대해서는 생각보다 개방적이었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이다”고 말했다.

기독교 신념 ‘개인화’ 추세

인디애나대학의 ‘종교와 미국 문화 연구센터’ 디렉터 필립 고프 교수는 미국 사회에서 기독교 신념의 대부분은 교회와 교파의 벽을 넘어서 ‘개인화’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라고 말한다. 최근 인터넷 성경연구 및 기도 그룹에 속하는 것으로 만족하며 교회에 갈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있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는 점이 이를 말해 주고 있다.

종교에 대한 과학적 연구에 관심을 쏟고 있는 아서 판슬리는 최근 <유에스에이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덜 짜증나게 하고 덜 위선적인 형태의 교회가 존재하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믿고 있다”면서, “오늘날 많은 미국의 종교들은 접근 방식에 있어서 삶의 치유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사람들은 교회보다는 일대일 접근을 통해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교회에 가지 않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기본적인 기독교 교리를 알고 있다”면서, “오늘날 복음주의 진영이 가져야 할 질문은 ‘과연 교회가 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정체성과 진정성을 갖고 있느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명곤∙박윤숙 / <코리아위클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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