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즈>의 칼럼니스트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Nicholas Kristof)는 ‘Evangelicals a Liberal Can Love’(<뉴욕타임즈>, 2월 3일자)라는 칼럼에서 “진보 그룹이 지난 수십 년간 모든 종류의 편견에 저항하며 싸워왔지만, 보수 복음주의자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 하지만 복음주의 진영의 또 다른 움직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진보 그룹에게 열린 자세를 촉구했다.
니콜라스는 글의 서두에서 “뉴욕이나 LA에서 열리는 칵테일파티에서 오바마의 피부색이 검다거나 힐러리가 여성이라는 점을 감히 수군댈 순 없어도, 허커비 후보의 종교적인 신념을 조롱하는 것은 좋은 안주거리”라는 표현으로 말문을 열었다. 미국 사회에서 종교의 무게가 그만큼 가벼워졌다는 의미다. 특히 지난 수십 년 동안 진보 진영으로부터 은근히 비난과 조롱을 받아온 복음주의자들의 처지를 빗대어 설명한 것이다.
▲ 뉴욕 맨하탄에서 허커비 후보의 지지자들이 선거 운동을 벌이는 모습. 그들은 허커비 후보가 '하나님이 원하는 바로 그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 ||
공화당 예비 경선에서 초반 돌풍을 일으키며 등장한 침례교 목사 출신 허커비 후보는 "살아 있는 하나님의 말씀을 고치는 것보다 헌법을 수정하는 것이 훨씬 쉽다"고 말했다가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미국 남부의 바이블 벨트에 속해 있는 보수 복음주의자들은 여전히 허커비 후보에게 뜨거운 지지를 보내고 있다. 지난 ‘슈퍼화요일’(2월 5일에 22개 주가 동시에 치르는 예비경선)에 열린 선거에서 허커비 후보는 바이블 벨트에 있는 5개 주에서 1위를 독식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수밖에 없는 이들만 복음주의 진영에 있는 것은 아니니 이제는 복음주의자들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거두어야 한다고 니콜라스는 말했다. 그는 “최근 10여 년 사이에 일부 복음주의자들이 180도 달라지고 있다”고 말하며, 몇 가지 이슈만 가지고 도덕적인 척하는 근본주의자뿐 아니라 “세계를 품는 인도주의적 복음주의자도 많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배아줄기세포에만 동정심을 보이는 허풍선이 설교자들뿐 아니라 질병과 가난으로 고통 받는 이들의 생명도 소중히 여기는 보수 기독교인들과, 폭력이 난무하는 분쟁 지역에서 헐벗고 굶주린 자들을 위해 헌신하는 ‘미친 크리스천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 또 다른 차원의 복음주의 그룹으로 평가받는 릭 워렌 목사. | ||
브라이언 맥라렌 목사(시더리지교회)도 ‘Crazy Evangelicals’(Blog <God's Politics>, 2월 5일자)이라는 글에서 “얼마 전 열린 다보스 포럼에서 릭 워렌 목사가 정치인들에게 가난과 질병과 평화를 그들의 최우선 과제로 올려놓도록 동기 부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회상하면서, “복음주의자들 사이에 새로운 종류의 ‘광기'(craziness)가 확산되고 있다”며 니콜라스의 말에 공감했다.
니콜라스는 또 짐 월리스(소저너스 대표)가 그의 신간인 <The Great Awakening>에서 “2008년 대선에서는 복음주의자들이 기후 변화와 다푸르의 학살과 가난의 문제를 놓고 투표할 것이며, 기독 우파니 하는 이념 논쟁의 시대는 지나가고, 사회정의(social justice)가 가장 중요한 의제로 부상할 것”이라고 주장한 내용을 소개하면서 동의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