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한국 교회 세습·불투명한 재정 운용 질타
MBC, 한국 교회 세습·불투명한 재정 운용 질타
  • 이승규
  • 승인 2008.02.18 1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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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지 않으니, 계속 보도하는 것"

MBC 시사보도 프로그램 '뉴스후'는 2월 16일 방송에서도 일부 한국 교회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다뤘다. 특히 이날 방송에서는 별 지적 없이 넘어가고 있는 세습 문제를 집중 보도했다. '뉴스후'에 따르면 세습은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가장 흔한 수법은 아버지가 아들에게 물려주는 방법. 일부 교인의 반발이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방송에서는 인천에 있는 한 감리교회가 나왔다. 이 교회의 현재 담임목사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35년 째 목회를 하고 있으며, 지난 1월 21일 주보에 아들이 차기 담임목사로 확정됐다고 발표했다. 3대에 걸쳐 세습한 셈이다. 이 교회 현재 담임목사는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감독회장 신경하 목사) 감독을 지냈으며, 인천 지역에서는 꽤 유명한 교회다. 교인 수가 2만 명에 육박한다.

   
 
  ▲ MBC '뉴스후'는 2월 16일 방송에서 일부 교회의 세습 문제와 다양한 세습 방법 등의 문제를 집중 보도했다.  
 
다양한 세습 유형 소개

두 번째 세습 유형은 맞바꾸기. 예를 들어 'A'교회와 'B'교회가 있다. 'A'교회 담임목사는 자신의 후임으로 'B'교회 담임목사를 받고, 'B'교회로는 자신의 아들을 보내는 방식이다. 이 방법은 2~3개 교회가 뭉쳐 쓰기도 한다. 이 경우 교인의 반발이 거의 없다는 장점(?)이 있다. '뉴스후'는 "광림교회 등 일부 대형 교회의 세습이 유야무야 넘어가면서, 이제는 교회 내부에서도 별 일 아닌 문제로 취급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기총 등 일부 보수 개신교계는 세습에 대해 "세습은 반대하지만, 한국 교회에 세습은 없다. 자녀(한테) 승계하는 것이지, 세습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취했다. 반면 개혁 세력은 "자녀 승계라는 말 자체가 말장난일 뿐이다"며 "그게 바로 세습이다"고 했다.

'뉴스후'는 이날 방송에서 조용기 목사의 장남이자, 전 <국민일보> 회장 조희준 씨의 벌금 납부와 관련된 소식도 다뤘다. 조 씨는 지난 2001년 25억 원의 세금을 포탈하고, 약 180억 원의 공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과 벌금 50억 원 사회봉사 240시간을 선고받았다. 조 씨는 벌금을 납부하지 않은 채 일본으로 갔고, 2007년 12월 일본에서 체포됐다. 체포가 되자 조 씨는 벌금 50억 원을 완납했다.

'뉴스후'는 조용기 목사의 사돈인 노승숙 <국민일보> 회장의 인터뷰를 통해 조 씨가 주변 사람 55명으로부터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의 돈을 빌려 50억 원을 만들었으며, 5년 안에 원금과 이자를 갚겠다는 차용증을 썼다고 했다. 노 회장은 "조 씨의 벌금을 내는 데, 여의도순복음교회의 헌금은 동원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불투명한 재정 운용도 도마 위에 올랐다. '뉴스후'는 인천의 한 교회 회계 장부를 입수해 교회 내부의 불투명한 회계 처리 등을 문제 삼았다. 이 교회 2006년도 회계 장부에 따르면, 담임목사에게 공식 지급된 돈이 2억 2,860만 원. 상여금을 포함한 사례비가 1억 1,340만 원·활동비 4,200만 원·책 값 1,320만 원·특별활동비 6,000만 원. 이렇게 많이 받지만, 담임목사는 소득세 한 푼 내지 않는다.

   
 
  ▲ '뉴스후'는 한기총의 시청 거부 운동 등 반발에 대해 "변하지 않으니, 계속 보도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담임목사 2억 원 넘게 받지만, 소득세는 한 푼도 않 내     
 
교회의 불투명한 재정 운용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 교회는 지난 2006년 35억 원을 들여 교육관을 건축하고, 교회를 리모델링했다. 그런데 이 35억 원 가운데, 약 18억 원이 세금계산서 없이 집행됐다.

담임목사의 부인도 한 몫 했다. 부인은 지난 2002년 교회 건물을 담보로 4억 원을 대출받았다. 그는 이 돈으로 공사 도중 부도가 난 경기도 평택의 한 교회를 경매로 낙찰 받았다. 부도가 날 당시 평택의 교회 담임목사는 담임목사의 친조카였다. 이 교회는 이를 문제 삼은 장로 8명을 출교 처분했다.

'뉴스후'는 최근 일간지 광고를 통해 입장을 밝힌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대표회장 엄신형 목사)를 향해서도 쓴 소리를 던졌다.

취재진은 한기총과 한국교회언론회(언론회·대표 박봉상 목사) 등이 MBC 시청 거부 운동과 MBC 민영화 추진 등을 거론하며, 보도에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자, "이런 보도를 막는다고 해서 교회의 문제점이 사라지지 않는다"며 "일부 대형 교회는 보도를 해도 변하지 않으니, 보도가 계속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취재진은 방송 말미에 "그나마 여의도순복음교회가 보도 이후 투명한 방향으로 교회를 운영하기 위해 변화하고 있다"며 "다른 교회도 바람직한 영향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뉴스후'는 마지막으로 "취재진 앞으로 종교계 비리와 문제점에 대한 제보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며 "이 내용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후속 보도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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