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역 없는 미 의회의 '철퇴', 그 의미와 파장
성역 없는 미 의회의 '철퇴', 그 의미와 파장
  • 홍성종
  • 승인 2008.02.28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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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재정 투명 감시하는 'Watch Ministry' 역할 톡톡

   
 
  ▲ "이런 교회∙선교단체에는 헌금하지 마세요." 교회와 선교단체의 재정 운영의 투명성을 감시하는 NGO기구인 'Watch Ministry'가 발간한 재정 투명성 척도에 대한 자료. 각종 교회 및 선교단체별 재정 투명도를 측정한 후 자동차 안전등급을 매기듯 5단계로 등급(회색 부문)을 매겨 기부자들에게 경고를 보내고 있다. 사진은 주의보가 발령된 일부 교회와 선교단체들로 'D'나 'F'등급으로 분류했다. 자료가 불충분하거나 자료 공개를 거부한 교회나 단체는 낙제 점수를 받는다. (자료제공: Watch Ministry)  
 
거룩과 정직을 삶의 신조로 삼는 기독교인들은 인간이 지닌 죄성을 억제하고자 노력하지만 교회의 재정 만큼은 죄의 유혹에 가장 취약하게 노출되어 있다. 공시 제도가 미약하고 내외부의 감시가 불충한 탓이다.

헌법에 보장한 국교분리 원칙이나 신앙의 자유 보장도 복음을 전하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재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는 오히려 거꾸로 작용한다. 기업들에게는 까다롭지만 투자자 보호를 위한 공시 제도를 강화하고, 심지어 정치인들의 후원금도 낱낱이 공개하는 마당에 유달리 교회만 “법으로 말고 은혜로 하자”는 논리는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이번 미 의회가 주축이 된 일부 호화판 부흥사들과 초대형 교회 목사들에 대한 면세 남용에 대한 조사는 결과 여부를 떠나 종교인의 생활을 재검점하고, 교회나 선교단체의 재정 보고 의무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등 재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 대상에 오른 6개의 교회와 선교단체는 연간 2,500만 달러(한화 235억 원)의 수입을 올리는 초대형 교회이다. 그동안 국세청은 여러 교회나 선교단체가 감시 대상의 사각지대에 놓여 면세 규정을 남용하고 있다는 고발을 접수했지만 선뜻 나서질 못했다. 자칫하다가는 종교 탄압으로 오해받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조사 대상에 포함된 목사들은 국세청으로부터 조사를 받는 것보다 훨씬 좋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다. 국세청은 혐의가 확정될 때까지 공개를 유보하지만, 정치인은 여론을 등에 업고 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 의회의 이번 조사는 일반 국민의 지지 여론과 NGO 등의 지원 사격을 받고 있다.

이번 조사는 신호탄적 성격이 강하다. 필요에 따라 조사 대상이 확대될 수도 있다. 1차 서면 질의서가 공개된 이후 미 의회를 비롯해 언론과 NGO 등에 추가 폭로가 잇따르고 있다.

목사 측 방어도 쉽지 않다. 일부 목사들이 제 아무리 조사의 부당성을 주장하려 해도 벤틀리 스포츠카를 타고, 하룻밤에 5,000달러짜리 호텔에 머물고, 출장 도중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하와이나 피지 등에서 며칠씩 경유하는 호화 행각이 일반인에게 곱게 보일 리가 없다.

사실 이번 조사 이전에도 균열의 징후가 여러 곳에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에는 기독교 대학인 오랄로버츠대학의 공금 횡령 사건으로 미 교계의 신뢰 기반이 흔들렸고, 공교롭게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된 목사 중 3명(힌∙코플랜드∙달라 목사)이 오랄로버츠대학의 이사진에 포함되었다.

교회의 재정 투명성을 높이는 데 노력한 NGO의 역할도 주목을 받고 있다. 그래슬리 상원이 강한 자신감을 갖고 전면 조사에 착수한 것도 단지 ‘풍문’에 의지한 것이 아니라 정확한 자료에 입각한 정황을 포착한 때문이다.

그동안 NGO에서는 교회의 재정 공시 의무를 교육하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실제로 ‘회계책임을위한복음주의자문위원회’(ECFA: the Evangelical Council for Financial Accoutability)는 1979년 이후 약 30여 년 동안 교회와 선교단체의 세금보고나 적법한 면세 적용 등을 도와왔다. 현재 약 2,000여 개의 교회와 기독 단체가 가입되어 있다. 그러나 이번 조사 대상이 된 선교단체나 초대형 교회는 ECFA 회원에서 모두 빠져있다.

헌금을 기부하는 입장에선 단체나 교회들이 재정을 투명하게 운영하도록 경각심을 꾸준히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담당하는 NGO도 눈여겨 볼만하다. 선교사역감시기구(Ministry Watch)는 자동차의 안전등급을 매기듯 5등급으로 교회나 선교단체별 건강한 재정 상태를 진단해 정기적으로 공시하고 있다. 투명성 정도는 시의성, 재무 정보, 정보의 신뢰성, 협조 여부에 따라 A부터 F까지 점수를 매긴 후, 취약한 교회나 단체에는 ‘주의보’를 발령하고 있다. 이번에 조사 대상이 된 교회와 선교단체 중 일부에는 당연히 ‘주의보’가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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