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어허 우리 목사님이 왜 이러시나'
오바마, '어허 우리 목사님이 왜 이러시나'
  • 박지호
  • 승인 2008.03.15 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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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담임목사, "God damn America" 발언 파문

   
 
  ▲ 유투브 사이트에 올라가 있는 제레미아 라이트 목사의 설교 동영상. (유투브 화면 캡쳐)  
 
“God damn America(망할 놈의 미국).” 배럭 오바마 상원의원이 다니는 교회 목사가 설교 도중 미국 사회를 향해 거침없는 독설을 퍼붓는 장면이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이에 오바마 의원 측도 당혹스러워하며 라이트 목사의 발언을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진화에 나섰다. 

오바마 의원이 20년 동안 출석해온 시카고 트리니티연합교회(Trinity United Church of Christ in Chicago)의 제레미아 라이트(66) 은퇴목사는 2003년, 어느 예배 시간에 “God damn America”라고 욕하면서 “(미국) 정부가 (흑인에게) 마약을 주고, (흑인들을 가두기 위한) 더 큰 교도소를 세우면서 우리가 'God Bless America'라고 노래하길 원한다. 아니다. ‘God damn America’다”고 말했다.

문제의 동영상에는 라이트 목사가 “힐러리는 결코 흑인(nigger)이라고 불린 적이 없었다”는 등의 민감한 발언으로 힐러리 후보를 공격하는 내용도 들어 있었고, 미국의 대외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9.11 테러’ 역시 미국이 스스로 초래한 결과라는 요지의 발언도 있었다. 

   
 
  ▲ 시카고 트리니티연합교회의 제레미아 라이트 목사. (출처:트리니티연합교회 홈페이지)  
 
라이트 목사의 이런 발언이 3월 초부터 인터넷에 공개되기 시작했고, 이후 미국 각 언론사들이 이를 보도하면서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각 언론사 게시판에는 “어떻게 저런 교회에서 매주 저런 설교를 듣고 있을 수가 있나”, “오바마가 저런 설교를 도대체 몇 년 동안 들었단 말인가”, “만약 오바마가 상식적인 정치인이라면 오래 전에 그 교회에서 나왔어야 했다”, “그는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는 등의 비판적인 여론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궁지에 몰린 오바마 의원 측은 라이트 목사의 발언에 대해서 “강하게 비난한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하면서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이어 그는 “라이트 목사는 목사일 뿐, 정치적인 조언자는 아니다”고 잘라 말했고, "위대한 미국을 깔보거나 하나 됨을 가로막는 어떤 발언에 대해서도 분명히 비난한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오바마 의원에게 라이트 목사의 존재는 작지 않다. 오바마 부부의 결혼식과 두 자녀의 세례식도 라이트 목사가 집례 했고, 오바마 의원에 대표적 저서인 <희망의 담대함(The Audacity of Hope)>이란 책의 제목도 라이트의 설교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뉴욕타임즈>는 밝혔다.

오바마 의원은 MSNBC와의 인터뷰에서 “흑인 인권운동이 한창이던 60년대에 미국 흑인 교회를 대표하는 지도자 중 한 사람이었기에 우리 세대와는 또 다른 분노와 좌절을 경험했을 것”이라며 라이트 목사의 입장을 우회적으로 변호하기도 했다. 한편 오바마 의원은 이번 일로 “교회를 떠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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