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통해서도 기독교 교육이 가능할까?
스포츠 통해서도 기독교 교육이 가능할까?
  • 강희정
  • 승인 2008.03.20 13: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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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엿보기 19 - 업워드, 기독교 어린이 농구 리그의 힘

   
 
  미국의 어린이 스포츠가 한국과 크게 다른 점이 있다면 스포츠나 운동이 소수의 특기자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아이들에게 열려 있다는 점이다. (사진 제공 : 강희정)  
 
미국 사람들에게 스포츠와 운동은 생활의 중심인 듯하다. 너나 할 것 없이 스포츠와 운동이 생활화 되어 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어른들의 스포츠 조직뿐 아니라, 어린이들의 스포츠 활동을 위한 비영리 조직이 지역마다 구성되어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많은 어린이들이 일주일에 적어도 한 가지 운동이나 스포츠 경기에 참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미국 사람들은 ‘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이라는 구호를 생활로 실천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미국의 어린이 스포츠가 한국과 크게 다른 점이 있다면 스포츠가 소수의 특기자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아이들에게 열려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자신들이 좋아하는 운동을 선택하여 참여한다. 운동을 하는 데는 남녀 구분도 거의 없다. 어린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운동을 들자면 축구와 농구를 들 수 있는데, 축구는 봄과 가을에 야외 경기장에서 주로 하고 농구는 겨울에 실내 경기장에서 한다.

이번 겨울에 우리 첫째 아이는 업워드(Upward)라는 이름의 기독교 농구 리그에 가입을 했다. 그 단체에 대해 잘 알고 있지 않았던 터라 시즌이 시작되고 나서 뒤늦게 가입했다. 대체로 어느 경기든 시즌이 시작되고 나서는 잘 받아주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단체는 선뜻 가입을 허락해주었다. 그 단체의 개방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사실 첫째 아이 친구의 엄마는 “자신은 기독교인이 아니지만 다른 단체와 달리 경쟁적인 분위기가 아닌 점이 좋아서 가입했다”고 했다. 알고 보니 이 단체는 1986년에 카즈 맥카슬란(Caz McCaslan)이라는 이름의 레크리에이션 담당 목회자가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있는 한 교회에서 어린이 농구 팀을 만든 데서 시작되었다.

당시 맥카슬란은 아이들이 경쟁심에서가 아니라 건전한 스포츠 정신과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운동을 하는 농구 경기 팀을 만드는 것을 소명으로 받아들였다. 스포츠를 통해 기독교 교육을 한다는 발상이 처음엔 그다지 신선하지 않게 느껴졌다. 그러나 미국인들의 생활의 중심에 있는 스포츠와 기독교 간에 다리를 놓고자 하는 노력이 역사가 한국보다 오래된 미국 기독교의 내공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맥카슬란이 처음 자신의 구상을 계획에 옮기고자 했을 때 27명의 어린이들이 있었는데 마땅한 농구장이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교회 부지 가운데 농구장을 세울 만한 곳을 찾고 있었다. 그의 이야기를 들은 친구 중 한 사람이 당시 1만 불이 넘는 돈을 기부함으로써 농구장을 세우고 농구 팀을 이끌게 되었다. 그 다음 해부터는 지역의 다른 교회들이 이 사역에 함께 참여하도록 하여 이후 미국 내 전국적인 조직으로 확대되었다.

미국 전역에 걸친 지역 교회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하여 급속도로 성장한 업워드는 농구 외에도 축구, 플래그 풋볼, 캠프, 응원단 등으로 활동 범위를 넓혀나갔다. 2006년 기준으로 30만 명이 넘는 어린이들이 업워드 농구 리그에 가입해서 경기를 가졌고, 농구 외에 다른 스포츠까지 합하면 55만 명이 넘는 어린이들이 활동했다고 한다. 아마도 미국 내 가장 큰 어린이 스포츠 조직이 아닐까 싶다.

   
 
  시합 전에 기도를 하거나 매주 성경 구절 암송을 외우도록 하는 것이 스포츠 교육 사역을 성립시키지 않는다. 그것들은 스포츠를 통하지 않고서도 달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 제공 : 강희정)   
 
미국 내에 다른 스포츠 조직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업워드가 이토록 빠르게 전국적인 규모의 리그로 성장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업워드가 기독교 농구 리그라고 하는데 과연 무엇이 다를까? 카즈 맥카슬란이 이 조직을 처음 만들었을 때 아이들로 하여금 농구를 통해 배우도록 하고자 한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업워드를 알게 되고 나서 나는 이처럼 여러 가지 질문들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운동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기독교 정신을 가르치는 것을 기본 설립 목적으로 하는 업워드는 유치원부터 5학년 또는 6학년(한국의 중학교 1학년에 해당)에 이르는 남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다. “모든 어린이가 운동한다. 모든 어린이가 배운다. 모든 어린이는 승자다”는 구호가 이 단체의 기본 목적을 보여주는 표어이다.

그래서 운동을 잘하는 소수의 아이들만을 대상으로 한 스포츠 팀이 아니라 모든 어린이들, 장애를 가진 어린이들까지 포함하여 대상을 가리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이 이들의 기본 정책이다. 일반 교회에서도 교회가 지역 사회의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그들로 하여금 교회에 찾아오도록 문을 여는 하나의 고리로 이 사업에 참여하도록 격려한다. 이러한 비전에 많은 교회들이 공감을 표하고 동참함으로써 오늘날처럼 거대한 조직으로 성공하게 된 것이다.

‘스포츠를 통한 기독교 교육이 어떤 형태로 이루어지는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의 프로그램은 10주 동안 한 주에 한 시간씩 연습을 하고 총 8회의 경기를 하며 마지막 주에는 전체가 모여 축하하는 시간을 별도로 가지도록 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경기를 시작하기 전에 심판, 코치, 선수들이 함께 기도를 하고 시작한다. 연습 때 어린이들은 성경 구절을 받고 그 주간에 외우도록 되어 있다. 경기 당일에는 전반 경기가 끝나면 선수들은 특정한 곳에 모여 코치들과 함께 성경 구절을 암송하고 성경 말씀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눈다.

이런 활동들이 업워드가 스포츠를 통해 기독교 교육을 추구해가는 하나의 모습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교육 행위는 농구 또는 축구 활동과는 별도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시합 전에 기도를 하거나 매주 성경 구절 암송을 외우도록 하는 것이 이들의 목표였다면 굳이 스포츠 교육 사역이라는 말을 붙이는 것이 별 의미가 없는 듯하다. 스포츠를 통하지 않고서도 달성될 수 있는 길이 있기에 말이다.

그런데 업워드에는 분명히 다른 점이 있었다. 업워드는 어린이들이 농구 또는 축구를 하는 과정에 건전한 스포츠 정신과 기독교적인 가치관들을 배울 수 있도록 의도하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다른 스포츠 조직과 구별되는 정신에 근거하여 모든 활동이 진행되고 있었다. 스포츠를 하는 과정에서 기독교적인 가치관에 따른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코치나 심판이 각별히 노력하는 흔적들이 엿보였다.

먼저, 18분씩으로 이루어진 경기가 각각 전·후반으로 진행되는데, 모든 선수들이 똑같이 경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6분마다 종을 울려 선수가 교체될 수 있도록 한다. 운동을 잘하는 아이건 못하는 아이건 경기에 참여하는 시간을 동일하게 주는 것이다. 이들은 농구 규칙도 일부를 바꾸어 운영하고 있었다. 한 선수가 공을 잡아 드리블을 하는 동안 다른 선수들은 그것을 빼앗지 못한다. 공을 가진 사람이 골에 넣을 기회를 준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심판들은 규칙을 적용하는 데 있어 공정성에 각별하게 신경을 쓴다고 한다.

   
 
  업워드는 눈에 보이는 득점 수는 하나의 결과일 뿐이며 진정한 승리는 우리 마음 속에 있는 것이고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한다. (사진 제공 : 강희정)  
 
스포츠의 세계에서 우승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간주되지만 업워드는 각 팀의 선수들과 코치들에게 점수판에 표시된 것과는 전혀 다른 우승의 의미를 강조한다. 각 팀이 몇 점을 얻었는가 또는 누가 가장 많이 점수를 올렸는가 하는 것들을 일반 사람들이 중시하지만 업워드는 그와 같은 경기의 결과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애써 강조한다.

눈에 보이는 득점은 하나의 결과일 뿐이며 진정한 승리는 우리 마음속에 있는 것이고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으면 그들은 득점수와 관계없이 승자가 된다. 선수들이 자신보다 다른 사람이 더 잘할 수 있도록 도왔으면 그들은 승자가 된다. 선수들이 코치들과 심판들의 권위를 존중했으면 그들 또한 승자가 된다. 이렇게 해서 업워드 경기에 참여한 모든 어린이들은 우승자가 됨을 강조한다. 이들이 경기가 끝나면 각 팀별로 모여 경기에 참여한 모든 어린이들에게 시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코치나 심판은 선수의 부모들 가운데 자원자로 나선 사람들인데 이들은 매주 성실하게 아이들을 가르치고 업워드의 원칙들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었다. 코치들은 경기 과정에서 어린이들의 활동을 면밀히 기록한 후에 시상을 하는데, 가장 골을 많이 넣은 어린이에게만 주는 것이 아니라 모든 어린이들이 상을 받도록 여러 가지 명목의 상을 수여한다. 최다득점상, 스포츠맨십상, 공격상, 수비상 등이 있고, 노력상, 그리스도닮음상 등등이다. 팀의 승패나 득점수를 막론하고 모든 어린이들이 우승자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우리 아이는 팀원들 가운데 가장 부진한 아이에 속했다. 3~4학년으로 이루어진 팀에서 3학년 아이인 우리 아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어렸고, 둘째와 다르게 운동에는 영 재능이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다른 아이들은 대부분 어려서부터 농구를 해온 듯했으나 우리 아이는 농구의 기본적인 규칙에 대해서조차 모르는 채 시작했다.

다섯 번의 경기를 치르는 동안 다른 팀원들이 모두 한 번 이상 골을 넣었지만 우리 아이는 그때까지 한 골도 넣지 못했다. 그 아이는 경기 중에 농구공을 잡는 기회조차 거의 갖지 못했다. 어느 날 경기 후 시상하는 과정에서 코치가 그 사실을 언급하자 우리 아이는 대신 성경 구절을 잘 외울 수 있다는 말을 했다. 자신의 성적 부진을 암송 실력으로 만회하려는 듯이 말이다.

그런데 얼마 뒤 연습 때 팀 코치 중 한 사람이 다음 경기에서는 우리 아이가 골을 넣는 것을 팀 전체의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농구를 잘하는 아이가 농구공을 잡으면 드리블을 해서 우리 아이에게 전해주고 우리 아이는 다시 드리블을 해서 공을 넣기에 유리한 곳으로 가서 공을 넣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연습을 하루 종일 하게 했다.

그 후에 경기가 있던 날 다른 팀원들이 공을 잡으면 우리 아이에게 공을 주었다. 우리 아이는 공을 잡아 골을 시도했으나 첫 번째에는 실패를 했다. 그 다음에도 다른 아이들은 공을 잡으면 우리 아이에게 공을 전해주었고, 우리 아이가 공을 잡아 두 번째로 골을 시도하여 마침내 득점을 하게 되었다. 그러자 팀원 모두가 기뻐하며 우리 아이에게 하이파이브를 해주었고 경기를 지켜보는 부모들이나 코치들 모두 같이 기뻐해주었다고 한다.

   
 
  경쟁이 아니라 사랑과 양보가 진정한 승리를 안겨준다는 사실을 몸으로 경험으로 배우게 하는 것, 이것이 업워드의 진정한 힘이며 기독교 스포츠 교육의 본질이다. (사진 제공 : 강희정)  
 
남편이 그 경기를 보고 와서 그 과정을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우리 아이는 그 경기에서 득점을 하게 되어 무척 기뻐하고 뿌듯해하는 듯 보였고, 자기는 이제 겨울 시즌마다 농구를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 다음에 연습장에서 만난 다른 선수의 엄마가 하는 말이 '그날 참 감격스러웠다'며 '그 장면을 내가 보지 못한 것이 무척 아쉬웠다'고 했다.

선수나 부모나 이런 경험을 함께 하면서 모두가 내면에 큰 감동을 받는다. 나만 혹은 내 아이만 잘하거나 우리 팀이 이기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도와줌으로써 팀 전체가 승리의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을 선수들이나 부모들이나 코치들까지도 배우게 되는 것이다. 업워드 관련 뉴스에서 휠체어를 탄 장애 아이가 득점을 하여 모두들 크게 기뻐하고 그 아이가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고 하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나는 우리 아이에게서 비슷한 일을 겪은 셈이다.

미국인들은 경쟁이 조직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된다고 굳게 믿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경쟁이 아니라 사랑과 양보가 진정한 승리를 안겨주며 우리가 내적으로 성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사실을 몸으로 경험으로 배우게 하는 것, 이것이 업워드의 진정한 힘이며 기독교 스포츠 교육의 본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업워드 농구 리그를 지켜보면서 20여 년 전에 스포츠를 통하여 기독교 교육을 하는 것을 소명으로 받아들인 한 사람의 비전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그들을 변화시켜왔을까 하는 것을 가늠할 수 있었다. 사실 정신의 우위를 당연시하고 신체 활동을 경원시해왔던 나였다. 그러한 내게 이번 업워드의 경험은 스포츠를 통해 내면을 변화시키는 기독교 교육의 가능성을 확인하게 해준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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