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여, 맘몬 말고 하나님을 섬기자"
"청년들이여, 맘몬 말고 하나님을 섬기자"
  • 박지호
  • 승인 2008.03.31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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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득훈 목사, 뉴욕장로교회 청년예배에서 '하나님나라 추구하는 젊은이' 설교

   
 
  ▲ 박득훈 목사(한국 언덕교회·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는 "생존의 문제 때문에 불의를 보고 침묵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며 "생존이 걱정되면 도시를 떠나서 들판으로 올라가라 새를 보고 꽃을 보라. 그리고 주님의 마음을 느껴라"고 말했다.  
 
이 시대에 하나님나라를 대적하는 가장 큰 적대 세력이 무엇일까. 박득훈 목사(한국 언덕교회·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경계해야 할 대상 1호로 끊임없이 하나님의 자리를 넘보는 ‘맘몬’을 꼽았다. 그는 “맘몬과 하나님을 동시에 섬기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말라”고 강조하며, 교묘하게 신앙의 본질을 왜곡시키고 있는 번영 신학을 경계했다.

박 목사는 3월 30일 뉴욕장로교회 청년1부에서 “하나님나라를 추구하는 젊은이(마 6장 19~34)”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박 목사는 젊은 시절을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이기에 ‘분수령’이라고 표현했다. 진실로 이웃과 하나님나라를 위해 성공하고자 한다면 “성공한 뒤에도 가난하게 살 각오를 해야 하며, 하나님나라를 위해 사는 것이 세상이 말하는 성공과 직결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생존의 문제로 인해 염려하지 말라"며, "생존의 문제를 하나님께 맡길 수 있어야 하나님나라를 위해 세운 뜻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예수님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자는 가난한 자들의 심장소리를 외면할 수 없다”며 하나님나라와 이웃을 위해 우리의 삶을 불사르는 ‘연탄’과 같은 존재가 되자고 도전했다. 아래는 박 목사의 설교 전문이다.

하나님과 맘몬을 동시에 섬기려는 생각은 꿈에도 말라 

젊은 시절을 분수령이라고 표현한다. 분수령은 물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산마루를 일컫는 말이다. 백두산 천지에서 어떤 물은 서해로, 어떤 물은 동해로 흘러간다. 같은 곳에서 출발했지만 나중에는 전혀 다른 곳으로 흘러가는 것이다. 여러분의 삶도 마찬가지다. 현재는 한 곳에 모여 있지만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모른다. 그래서 젊은이들을 현존하는 미래라고도 한다. 여러분의 삶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여러분은 미래에 대한 책임질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이 분수령과 같은 젊은 시절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우선 하나님과 맘몬을 같이 섬길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인간의 마음속에 하나님을 섬기고자 하는 만큼 맘몬을 누리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다. 때문에 예수님은 당시 잘 쓰지도 않던 ‘맘몬’이라는 말을 꺼내들어 인간이 추구하는 물질적인 풍요함이 인격적이고 영적인 존재라는 것을 드러냈다.

우리는 돈은 그냥 돈일뿐이라고 말한다. 돈을 그저 길바닥에 떨어진 생명력 없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잘 쓰면 좋은 것이고, 나쁘게 쓰면 나쁜 것이라고 여긴다. 돈을 사랑하는 것이 문제지 돈 자체는 악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금욕주의자가 아니다. 금욕주의적 입장에서 돈을 경계하고자 하는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다. 돈은 악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를 유혹한다. 돈은 인간과의 관계에 있어서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돈은 우리의 삶에 들어와서 악을 행하도록 유혹하고 자극하는 존재다.

인간이 타락한 이후에 끊임없이 우리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와서 하나님보다 돈을 더 사랑하도록 충동질했다. 그래서 리처드 포스터는 하나님을 대항할 만한 유일한 적대 세력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맘몬’이라고 정의했다.

우리 시대를 장악하고 있는 책이나 설교의 논점을 따지고 들어가 보면 하나님을 잘 믿고 돈 많이 벌어서 남 주자라는 이야기다. 진정 하나님나라와 이웃을 위해 훌륭한 사람들이 되고 싶어 하는가 아니면 내 자신이 성공하기 위해 신앙을 도구로 삼는 것인가. 

진실로 남을 위해 성공하고자 한다면

진심으로 이웃과 하나님을 섬기기 위해서 성공하겠다고 한다면, 부자가 된 다음에도 나 자신은 가난하게 살겠다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 남을 섬기겠다는 미명 하에 자신을 섬길 생각은 버려라. 자신을 속이는 것이다. 엄청난 연봉을 받으면서도 고급차를 마다하고, 좋은 집에서 살지 않을 자신이 있나. 그럴 수 없으면 큰 비전을 꿈꾸지 마라.

진실로 남을 위해 성공하기 원한다면 성공한 뒤에 가난하게 살 각오를 해야 한다. 얼마나 가난하게 살아야 하느냐는 상황과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다. 다만 하나님나라와 의를 구하는 데 필요한 것만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시겠다고 약속했으니 그것만 바라고 살아야 한다.

또 하나님나라를 추구하다가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주님은 하나님나라를 구하라고 했지, 구하면 성공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우리가 스스로 깨닫고 기다리시기 때문에 우리는 죄악이 파도처럼 몰아치는 세상 속에서 때론 실패한다. 주님도 실패했다. 주님도 가장 위대한 실패를 했다. 실패를 각오하지 않고 비전을 갖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것이다.

예수님이 모든 재산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주고 나를 따르라는 야박한 말씀을 하필이면 부자 청년에게 하셨을까. 그 청년은 나름대로 십일조와 구제를 해온 훌륭한 사람이었다. 남의 것을 토색해 부를 축적했던 삭개오에겐 하지도 않았던 질문을 이 부자 청년에게 던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 청년이 하나님과 부를 동시에 섬겨왔기 때문이다. 자신은 돈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주님의 요구 앞에서 근심하면서 발걸음을 돌릴 때 돈을 사랑하고 있는 자신의 마음을 발견했을 것이다.

하나님과 맘몬을 동시에 선택할 수 있다는 착각을 버려라. 하늘과 땅에 동시에 쌓아둘 수 없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주님을 정말 사랑하기 때문에 그런 마음이 있는 것을 보면 너무 속상해서 울어야 한다. 나를 깨뜨려달라고 울어야 한다. 주님의 얼굴만 보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해야 한다. 그 물질이 진정으로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위해 쓸 수 있다.

   
 
  ▲ 박 목사는 3월 30일 뉴욕장로교회 청년1부에서 "하나님나라를 추구하는 젊은이(마 6장 19~34)"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생존의 문제를 염려하지 말라

생존에 문제에 대해서 염려하는 한 결코 하나님나라를 위해 세운 뜻을 이룰 수 없다. 뜻을 잘 세우고 사명에 불타다가도 결국엔 목적에 이르지 못하고 넘어지는 경우가 많다. 두려움과 염려 때문이다. 비전을 향해 걸어갈 때 생기는 가장 큰 두려움은 ‘굶어죽기 딱 좋겠구나’ 하는 마음이다. 이런 생존에 문제에 대해서 염려하는 한 결코 젊은 시절에 세운 뜻을 이룰 수 없다.

흥미로운 경험이 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에 몸담았을 때 여러 기독 운동가들과 함께 토론을 하다보면 교회 문제에는 사회과학자들이 흥분해서 목소리를 높이고, 신학자들은 쥐죽은 듯 조용하다. 반대로 사회 문제에 대해서 토론할 때는 사회 운동가들은 침묵하고 신학자들이 열변을 토하는 것을 목격했다. 이는 이해관계가 연결되어 있으면 올바른 목소리를 낼 수 없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다. 

생존의 문제를 주님께 맡겨라. 생존의 문제 때문에 불의를 보고 침묵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 생존이 걱정되면 도시를 떠나서 들판으로 올라가라 새를 보고 꽃을 보라. 그리고 주님의 마음을 느껴라.

하나님나라는 누구에게 주목하는가

하나님나라와 의를 구하는 삶에 여러분의 모든 것을 바치기 바란다. 하나님나라와 의라는 말은 좋지만, 사람들은 자기 식으로 하나님나라를 생각한다. 건강한 사람과 장애인으로 구분되는 것은 사회적 조건이나 환경과 무관하다. 하지만 부자와 가난한 자는 하나님께서 뚝 떨어뜨린 게 아니다. 사회가 만들어놓은 결과물이다.

하나님나라의 정의가 무엇인가. 하나님나라 정의의 가장 기본적인 관점은 성경에서 말하는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 된 자에게 있다. 오늘날에는 사회적 약자로 해석할 수 있다. 하나님의 나라는 그들이 짓밟히지 않는 세상, 존엄성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말한다.

예수님께서 십가가에서 죽으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새 사람 되어서 위로는 하나님을 사랑하고 옆으로는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을 남기고 죽으셨다. 예수님은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한 것이 나에게 한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예수님에 대한 진정한 믿음은 실천으로 표현된다. 누군가를 진실로 사랑하면 그 사람을 닮게 되고, 그의 발걸음을 쫒아가게 된다. 예수님을 진정으로 사랑하게 되면 가난한 자들의 그 심장소리가 들릴 수밖에 없다.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로 하나님나라를 섬기라. 하나님과 맘몬을 동시에 섬기려는 마음을 포기하고 생존의 문제를 하나님께 맡기라. 마지막으로 안도현 씨의 ‘연탄 한 장’이라는 시를 소개한다.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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