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는 '뉴스'만 있고 '조이'는 없다던데
누구는 '뉴스'만 있고 '조이'는 없다던데
  • 박지호
  • 승인 2008.04.03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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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뉴스앤조이] 독자 이영철·양승옥 권사 부부, "정말 엔조이하는 신문이에요"

   
 
  ▲ 뉴욕 주 알바니(Albany)에서 3시간 넘게 차를 몰고 와서 <미주뉴스앤조이>의 첫 생일을 축하해준 이영철(57), 양승옥(51) 권사 부부.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독자가 <미주뉴스앤조이> 식구들의 손을 잡고 수고한다고,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이영철(57), 양승옥(51) 권사 부부(그레이스펠로우십교회)는 뉴욕 주 알바니(Albany)에서 3시간 넘게 차를 몰고 와서 <미주뉴스앤조이>의 첫 생일을 축하해줬다. 그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와 <미주뉴스앤조이>의 생일을 축하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부부가 <미주뉴스앤조이>를 처음 만난 건 1년 전 뉴욕에 있는 딸네 집에 들렀을 때다. 그때 우연히 <미주뉴스앤조이>를 읽게 됐고, 얼마 뒤 3년 정기구독을 신청했다. 그리고 가끔 뉴욕에 올 때마다 한인 마트에 들러 <미주뉴스앤조이>를 한 움큼씩 가져가 지인들에게 나눠주면서 <미주뉴스앤조이> 전도사 역할을 자처했다.

“처음에 <미주뉴스앤조이>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파격적인 이야기들이 실려 있더라고요. 한인 사회에서 교회가 절대적 위치에 있기 때문에 교회의 부정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것은 성역을 허무는 일에 해당하거든요.”

이들이 <미주뉴스앤조이> 애독자가 된 것은 자신들이,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똑같이 겪는 커다란 아픔을 교회에서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 권사 부부가 신앙생활을 시작한 건 20여 년 전 유학생 시절부터다. 아는 후배의 권유로 알바니에 있는 한 교회에 다니게 됐다. 당시 담임목사의 첫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고작 대여섯 명밖에 없는 교인들을 앞에 놓고 혼신을 다해 설교하는 모습을 보면서 ‘뭔가 있구나’ 싶어서 계속 교회를 다니게 됐다.

그 목사는 쥐꼬리만 한 월급도 남겨서 교회 예산에 보탰다. 교인들이 헌금하는 돈이 어떤 돈인지 알았기 때문이다. 담임목사 몫으로 예산에 편성되어 있던 항목도 그 해에 사용하지 않았으면 교회에 반납했다. 담임목사가 안쓰러워 교인들이 사례금을 올릴라 치면, 자신이 쓰는 돈은 어차피 정해져 있고 나머지는 교회에 반납하는데 굳이 사례비를 올릴 필요가 있겠냐고 말했다.

그 목사는 한국에 집회를 인도하러 가거나 출장을 다녀오면서 여기저기서 받은 사례비나 교통비 등은 전부 교회에 반납해 아내의 눈총을 받았다. 형편이 어려워 나들이를 다닐 수 없는 교인들과 함께 버스를 빌려서 여행을 다녀오는 것으로 휴가를 대신했다.

이 권사 부부는 그전에 교회를 다녀본 적도, 목사를 만나본 적도 없었기에 목회자라면 으레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그들이 처음 만났던 그 목사가 만나기 쉽지 않은 평범치 않은 목사라는 것을 한참 뒤에 알게 되었다. 그리고 세상에는 평범한 ‘직업 목사’가 더 많다는 사실도 동시에 알게 됐다.

첫 번째 담임목사가 사임하고 다른 목사가 부임한 뒤로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회만 있으면 사례비를 올려 받으려 하고, 교회 공금을 부담 없이 썼다. 이렇다 할 이유 없이 두 달에 한 번씩 비행기를 타고 어디론가 다녀왔고, 여러 장의 신용카드를 만들어 쓰고는 영수증 없이 카드회사에서 날아오는 명세서만 달랑 넘겨줬다.

강단권은 자신에게 있다며 교인들과는 일절 상의도 하지 않고 한국에서 친분 있는 목회자를 데려와 부흥회를 열고, 동료 목회자들과 관광하는 데 교회 재정을 축냈다. 문제는 돈이 아니라 마음이었다. 어떻게든 교인들을 사랑하려 애썼던 첫 번째 목사와는 달리 맘이 콩밭에 가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이 권사는 2년 넘게 이런 저런 방법으로 담임목사와 대화하려고 애썼다. 진심 어린 마음으로 조언하기도 하고, 에둘러 담임목사의 잘못을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담임목사의 입에서는 ‘기름 부음 받은 주의 종에게 어딜 감히’라는 식의 대답만 돌아왔다. 주의 종은 하나님이 판단하실 일이라며 괜한 참견을 말라는 이야기도 했다. 교인들의 반응 역시 이 권사를 슬프게 만들었다. 담임목사의 문제를 알고 뒤에선 불평하면서도, ‘저 정도면 지극히 평범한 목사이기 때문에 괜히 속병 앓을 것 없이 맘 편히 받아들이라’고 이 권사를 타일렀다. ‘당신이 하는 말이 맞지만 교회 성장을 위해서 잠자코 있으라’며 성장주의로 이 권사 내외를 억누르는 사람도 있었다. 모로 가도 교회만 커지면 된다는 것이다. 

그 와중에 이 권사는 대장암 판정을 받아서 병원 신세까지 지게 됐다. 목사와 일부 교인들은 ‘주의 종에게 대들더니 그거 보라’며 ‘저주받은 거’라고 수군댔다. 억울하고 괴로웠지만 솔로몬이 칼로 아이를 두 동강 내려 할 때 아이만은 살려달라던 참 어미의 심정으로 교회를 떠났다. 그렇게 방황하던 중에 <미주뉴스앤조이>를 만나게 된 것이다. 

교회 문제로 인해 속이 타들어가던 시절, ‘정말 내가 이상한 건가’, ‘내가 믿음이 없어서 그런 건가’ 하는 물음도 생겼고, 무언가 문제가 있긴 있는데 무엇이 문제인지, 왜 문제인지 모른 채 고민만 거듭하던 중에 <미주뉴스앤조이>를 보면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자신들과 비슷한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자신들이 고민했던 부분이 건강한 교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감내해야 할 진통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면서 힘을 얻었다. 무엇보다 건강한 교회는 목사가 혼자서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성숙한 성도가 함께 일구어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깊이 공감했다.

그동안 읽었던 기사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 나누던 부부는 “기사 하나하나를 정말 엔조이할 수 있었어요. 앞으로도 기대할게요”라는 말을 남기고 다시 알바니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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