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구연 통해 한국 문화 배워요'
'동화 구연 통해 한국 문화 배워요'
  • 이승규
  • 승인 2008.04.08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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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아일앤드한인교회 한국학교 주최, '한국어동화구연대회' 열려

   
 
  동화 구연 대회는 이민 1세와 이민 2세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4월 5일 뉴욕 플러싱에 있는 금강산 연회장에서는 롱아일랜드한인교회 한국학교가 주최한 '한국어동화구연대회'가 열렸다. 대회에 참가한 52명 중 40명은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말이 서툴렀다. "놘쟁이 퐝구쟁이가 퐝구를 '뿡' 켰터니, 철쿠통이 '휭' 하고 날아캈어요", 이런 식이다. 그래도 열심히 연습한 동화를 다른 사람 앞에서 재미있게 얘기하기 위해 노력했다. 중간에 실수를 해도 아이들은 마냥 즐거웠다. 친구가 자기 순서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오면 'Good job'이라고 영어로 격려를 해주는 모습도 보였다.

참가자 대다수는 한국말이 서툴렀다. 인사말 정도나 알아듣고 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구연을 하기 위해서는 동화 내용을 한국말로 완벽하게 외워야 한다. 아이들은 이를 위해 몇날 며칠 동안 달달 외웠다. 단순히 외우기만 한 것은 아니다. 동화를 외우다 보면 한국 문화를 배우지 않을 수 없다. 주최 쪽이 의도한 바다.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한국 동화를 선택해야 한다. 올해로 5년째 대회에 참석한다는 이강선 군의 아버지 이은규 씨는 "한국말로 된 동화를 읽으면 한국 문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아이 대부분이 미국에서 태어났거나 한국말을 익히기 전에 미국에 왔기 때문에 부모와 정서적으로 격차가 있는데, 한국 동화가 이 간격을 좁혀줄 수 있다는 얘기다.

아이들은 동화를 외우면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나 미국 정서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부모에게 물어본다. 이 군의 경우 '흥부와 놀부'를 읽으면서 이해할 수 없는 것이 하나 있었다. 왜 흥부는 자기 힘으로 먹고 살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형에게 도움을 요청하느냐고 아버지에게 물었다. 이 씨는 아들에게 한국의 가족 문화 등을 차근차근 설명해줬다. 그는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대화 부족이라는 한인 이민 가정의 고질적인 문제점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다고 했다.

   
 
  ▲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김이선 군. 나이에 맞지 않게(?) 얘기를 재밌게 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를 둔 김이선 군(8살)에게 'Hi' 하고 인사를 했는데, '안녕하세요'라고 답했다. 아버지 Marc 씨는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거의 한 달을 준비했다고 했다. 이선 군은 1살 때 미국에 왔고 그동안 한국말은 전혀 배우지 못했다. 하지만 대회에는 자진해서 나왔다. 어머니가 태어난 나라의 말을 배워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아버지는 설명했다. 김 군은 교회에 가야 한국말을 쓸 수 있다. 집에서는 아버지가 한국말을 못하기 때문에 영어를 할 수밖에 없다.

24년 동안 대회를 진행하다 보니 이런 일 저런 일도 많이 생긴다. 어떤 부모들은 자기 자녀가 생각만큼 잘하지 못할 경우 화를 내기도 한다. 올해는 그런 일이 없었는데, 예년에는 좀 있었나 보다. 심사위원이 특별히 당부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올해 대회를 준비한 고은자 집사(롱아일랜드한인교회 한국학교 교장)는 어렸을 때 참가했던 아이들이 커서 대회를 다시 찾을 때 가장 크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대회에 참가했던 2세들이 성장해 유창한 한국말로 사회를 보는 경우도 있었고, 크리스마스나 새해가 되면 한글로 쓴 연하장을 받는 것도 고 집사에게는 큰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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