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선교? 사역인가 사기인가
결혼 선교? 사역인가 사기인가
  • 박지호
  • 승인 2008.04.10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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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선교교회 김연호 목사, 배우자 소개 빌미로 돈벌이 의혹

“결혼은 하나님의 축복입니다. 미국에서 하나밖에 없는 결혼 전문 교회입니다.” 뉴저지한민교회 김연호 목사는 만남선교교회를 세워 ‘싱글 목회’, ‘결혼 전문 목회’라는 독특한(?) 사역을 하고 있다. 하지만 취재 결과, 사역을 가장한 돈벌이에 가까워 보였다. 게다가 배우자를 소개해줄 수 있는 여건도 제대로 조성하지 않은 채 광고를 하고 있어 사기성마저 농후했다.

‘사기’라는 것이 그렇듯 주로 절박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잘 걸려드는 법이다. 규모가 작은 한인 사회에서 혼기를 놓친 젊은이들은 맘에 드는 배우자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더군다나 불법 체류자와 같이 신분이 불안정한 사람들에게 결혼이란 안정된 신분을 확보하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기도 하다. 또 미국에 사는 한인들도 한국에서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었는지 확인할 길이 없기 때문에 신분이나 조건을 속이는 사람들도 많다. 김 목사는 이런 이민 사회의 현실을 적절히 이용한 셈이다.

2년 만에 회원 900명 모집…“거짓말 안 하기 때문”

김 목사가 신문에 광고를 본격적으로 내기 시작한 것은 2006년부터다. 2년 남짓한 기간에 900명이 넘는 회원을 모집했다. 이것은 멤버십이 없는 일반 회원도 포함된 숫자다. 김 목사가 광고를 하고 있다고 직접 언급한 곳만 뉴욕 <중앙일보>, <한국일보>, <교차로>, <벼룩신문>, 남가주 <교차로>, 서울(강남구, 서초구, 과천시) <교차로>, 보스턴 <연예스포츠>, 애틀랜타 <뉴스투데이>, 워싱턴과 버지니아 <벼룩신문> 등이다.

“결혼은 하나님의 축복. 미국 연방 정부 뉴저지 주정부 싱글 목회 인가. 931명 신청. 신부감 : 의사 27명, 변호사 13명, 약사 18명, 회계사 6명, 교수 4명, 교사 2명, 신랑감 : 의사 22명, 변호사 11명, 회계사 4명, 은행원 2명, MBA 10명. 뉴저지한민교회 김연호 목사. 결혼 주례 혼인신고 사인해드립니다.”

그가 말하는 성공 비결은 간단했다. 자신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며, 30년 동안 목회한 목사인데다가, 싱글 목회 일인자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등록된 회원들 중에는 국선 변호사도 있고, 하버드의과대학 교수도 있고, 미스 뉴욕, 미스 남가주도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면서, “상류층 사람들이 자신에게 왔을 땐 뭔가 다르기 때문에 온 거 아니겠냐”고 되묻기도 했다.

   
 
  ▲ 일간지에 실린 김연호 목사의 사역 관련 기사. 이 기사에는 김연호 목사가 50쌍을 성사시켰다고 나와 있다.  
 
인적 사항, 어떻게 확인하나?…“30분만 대화하면 다 안다”

겉보기에는 그럴듯한데, 과연 김 목사의 사역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회원들의 가장 큰 관심사 역시 결혼 정보에 대한 신뢰다. 김 목사가 소개해주는 배우자와 관련된 정보를 과연 얼마나 믿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김 목사는 목회자답게 회원들의 신분을 확인하는 방법도 남달랐다.

김 목사에게 “회원의 인적 사항을 어떻게 확인하냐”고 질문하자 “(회원들은) 목사에게 거짓말 안 한다. 그리고 30년 동안 목회했기 때문에 30분만 대화해보면 그 사람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학력이나 조건 등을 속이면 민·형사 소송을 하겠다. 잘못됐으면 빨리 정정하라”고 말하기 때문에 속이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김 목사는 학력, 경력 증명서 같은 것은 받지 않는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결혼이 결정되면 확인한다고 말을 바꿨다.

또 “지금까지 몇 커플이나 성사됐냐”는 질문에도 “잘 모른다”고 대답하면서, “성사가 되어도 성사비 안 주려고 종적을 감춰버리기 때문에 종적을 감추면 성사가 됐다는 거”라며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참고로 김 목사는 모 일간지에 50쌍이 성사됐다고 홍보한 바 있다.

피해자 A 씨, “초혼인 줄 알고 만났는데 재혼이더라”

하지만 한 피해자의 제보 내용은 김 목사의 호언장담과 전혀 달랐다. 얼마 전 플러싱에 사는 A 씨(여, 34세)는 김 목사의 소개로 B 씨(남, 39세)를 만났다. B 씨는 미국 일류대학 경영학 석사 과정을 마쳤고, 현재 모 은행 지점장이다. A 씨는 두 번째 만남 이후에야 B 씨가 초혼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른 사람을 통해 우연히 알게 되었다.

이에 대해 김 목사는 “처음 결혼한 사람은 시민권을 해주기 위해서 한국에서 데려온 경우다. 사인만 했을 뿐 한 번 자보지도 못하고 서류상 이혼으로 되어 있다”고 둘러댔다. 하지만 확인 결과 B 씨는 결혼 생활을 한 사람이었다. 기자가 이런 사실을 알려주자 김 목사는 “그 사람(B 씨)이 그렇다면 그런 줄 알았지. 내게 살았다고 얘기 안 했다”고 했다.

김 목사는 또 “인연은 하나님께서 아시는 거니까, 그 이야기(재혼 사실)를 몰랐으면 결혼을 하게 됐을 거”라며 피해자 A 씨에게 B 씨의 결혼 사실을 일러준 사람을 탓하기도 했다. “그럼 나중에 밝혀지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묻자 “그건 자기들끼리 할 이야기다. 둘만의 사랑의 문제다. 둘이 알아서 고백하고 어떻게 받아들이는 것은 둘만의 문제다. 성인이기 때문에 부모도 간섭할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나이가 서른아홉인데 총각이라고 믿는 게 어리석은 것”

“결과적으로 회원의 인적 사항을 확인하는 것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B 씨도) 악한 사람은 아니다. 워낙 여자가 많고 남자가 귀하다 보니까 그랬다”며 동문서답식의 대답을 하면서, “아이비리그 출신 여성 회원도 목을 매고 있는데, (A 씨가) 남자를 볼 줄 몰라서 눈이 하늘 끝까지 올라가 있다”며 오히려 A 씨를 나무랐다. 나중에는 “(B 씨가) 세 번째 만나면 고백하려고 했는데 두 번 만났을 때 알아버린 것”이라며, “나이가 서른아홉인데 총각이라고 믿는 게 어리석지 않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김 목사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는 일관된 대답을 하지 못하고 계속 횡설수설했다. B 씨가 결혼한 사실이 있었다는 것을 맞선 보기 전에 피해자 A 씨에게 얘기해줬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B 씨가 결혼했었다는 것을 자신도 몰랐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어쨌든 인적 사항을 확인하는 데 실패한 것 아니냐고 추궁하자, “내가 신이 아니다. 1,000명 가운데 한 사람 실수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선교비 강요 않는다”…가입비 500불, 성사금 3,500불부터

   
 
  ▲ 김 목사는 "선교비를 강요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교회 주보에는 "가입비 500불, 성사금 3,500불부터"라고 기입되어 있다.  
 
김 목사는 또 회원 가입 비용으로 500불을 받는 것은 선교비일 뿐이지 꼭 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민 사회가 어렵기 때문에 100불도 못 내는 사람이 천지다. 그런 사람은 내 돈 들여가면서 소개해준다”고 말했다. 선교비라고 명명하는 이유는 “선교 차원에서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 “목사지만 광고비를 내야 하고, 다니려면 교통비도 든다. 하지만 사업으로 생각하지 않고, 선교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사비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김 목사는 “백지수표를 주겠다, 5만 불을 주겠다고 하는 사람은 있었지만 실행하는 사람은 아직 없더라. 감사헌금으로, 스스로 원하는 대로 하도록 할 뿐 제시하는 액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만든 교회 주보를 보면 “회원 가입비로 한국에 있는 회원은 100만 원, 미국에 있는 사람은 500불을 입금하면 맞선이 이루어진다”고 되어 있고, 성사가 되면 “성사 헌금이 3,500불부터 약혼, 결혼, 동거날 완납한다”고 되어 있다. 여기에 “성사 헌금은 신분, 학위, 직업, 재산 등에 따라 다르다”는 말도 덧붙였다. <미주뉴스앤조이>가 회원 가입을 시도하면서 전화로 문의했을 때는 “전문직 남성과 성사될 경우 1만 불은 줘야 한다”고 했었다.

“쓸 만한 남자는 손꼽을 정도”…나머지 여자는 뭔가?

김 목사는 또 하버드의대 교수라는 사람에게는 여성 회원 11명을 불러내 집단 맞선을 보게 했다. 남자 한 명에 10명이 넘는 여성과 20분씩 돌아가면서 만나게 해주는 방식이었다. 해외에 신부감을 고르러 간 한국 남성들이 벌이는 추태의 한 장면이 떠오르는 장면이다.

이에 김 목사는 “하버드의과대학 교수는 세계 최고의 자리다. 그 사람이 여자 하나만 보고 하버드에서 여기까지 내려오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또 김 목사는 “남자는 300명, 여자는 800명 정도 된다. 여자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스스로 “그 중에서도 쓸 만한 남자는 손에 꼽을 정도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니 남자 한 명에 여자 회원 여러 명을 소개해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손에 꼽을 정도의 쓸 만한 남자 몇 명을 가지고, 수백 명의 여성 회원들에게 가입을 유도하고 가입비를 받아온 셈이다.

김 목사를 만나기 전에 <미주뉴스앤조이>는 회원으로 가입하려고 시도했다. 인적 사항을 모두 허위로 말해줬지만 확인하지 않고 모두 기입했다. 또 당시에 남녀 회원 비율이나 맞선 보는 방식 등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이 없었다. 당시에도 남자 회원 두 명을 소개했는데, 앞에서 거론됐던 모 은행 지점장이라는 사람과 하버드의과대학 교수라는 사람이었다. (인터뷰 기사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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