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휴머니즘
정치와 휴머니즘
  • 이다니엘
  • 승인 2008.04.11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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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제도를 특성에 따라 나눈다면 민주주의, 군주주의, 공산주의 그리고 입헌군주제도로 나눌 수 있다. 지구상에 있는 제3세계와 일부 특정 지역을 제외하면 거의가 민주주의를 도입하여 정착해나가고 있는 추세다. 민주주의의 특징은 통치와 섬김이라는 양대 기둥으로 천막을 치고, 그 그늘 아래에서 국민이 편히 살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민주주의는 글자 그대로 국민이 국가를 다스린다는 원리다. 그 제도를 운용하기 위한 방법으로 국민들이 정기적인 선거를 통해 자신들의 권리를 수행한다. 각 나라마다 조금씩 다른 선거 제도가 있지만, 후진국일수록 이 선거 제도의 방법을 저속하게 행하여 따가운 눈총을 받는다. 지나친 흑색선전이나 상대방을 모함하는 인신공격을 하며 심지어 남의 족보까지 들추어내는 추태 등은 참다운 선거 문화의 정착을 위해서는 절대로 묵과해서는 안 되는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 오래 전 이야기도 아니다. 한국의 모 지역에 국회의원으로 출마한 아무개 후보의 부인이 아침이면 대중목욕탕으로 출근해 남편을 지지해줄 것을 호소하면서 유권자들의 등을 밀어주는 방법을 택한 적이 있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모 씨 역시 대중탕에서 목욕하면서 자신의 지지를 호소했다고 하는데, 새로운 풍속도인지는 몰라도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선거운동이 이렇게 변칙적으로 흘러가면 과연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선거를 기피하는 계층이 확산되고 마침내 정치 불감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국가 발전을 위하여 심히 염려되는 일이 아니겠는가. 오랜 시간 동안 미국에 살면서 많은 선거를 지켜보았지만 미국 정치인들이 정당치 않은 방법으로 유권자들의 표를 달라고 호소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기억이 별로 없다.
 
미국의 정치인들을 살펴보자. 미국 정치인의 대표라 할 수 있는 국회의원들을 가끔 만나 보면 자신의 공약을 지키려 노력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식언을 하지 않으려는 모습에서 자연히 좋은 인상을 남기게 되니 국민의 존경을 받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다. 상대 정당의 정치인을 적수로 생각하기보다 조국을 위해 같은 길을 걷는 파트너로 생각하고 있는 미국 정치인들의 장점은 배워야 할 점이다.
 
이번 선거에 갑자기 나타난 신당이 있다. 바로 기독당이다. 그들의 모토나 공약이 어찌됐든 국회의원 선거에서 쓴잔을 마셨다. 그렇게 된 것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혹여, 독일에 기민당(기독교 민주당)이 있으니 우리도 한번 해보자는 발상에서 나온 것이라면 큰 오산이 아닐 수 없다. 한국 기독교는 초기 선교사들이 정교분리를 강조했고 일제 강점기 36년이라는 긴 암흑기를 거치면서 그것이 마치 교리처럼 정착되고 말았다. 이 교리 아닌 교리를 정정시키지 않는다면 기독당이라는 외투를 걸치고 국회에 입성한다는 것은 더 위험한 일일 수도 있다.
 
미국은 공화당과 민주당으로 갈라진 양당제도이다. 이 제도는 영국의 보수당과 노동당을 답습했다고 하여도 이의는 없을 것으로 안다. 미국에서 따옴직한 영국의 의회 제도는 아주 특이하다. 영국 성공회(Anglican Episcopal Church)가 영국의 국교(Church of England)이기 때문에 영국 의회에서는 성공회 주교들에게 상원의원 자격을 수여하는 것을 법으로 정하고 있다. 켄터베리 대교구의 대주교는 물론 각 지역 교구의 주교로 선출이 되면 법적으로 상원의원에 취임해서 국회가 열리는 동안 감독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영국의 민주제도는 이러한 배경에서 시작되어 성장했고 서서히 전 세계에 확산될 수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과 새롭게 태어나는 국회는 마음을 비우고 새 시대를 영도하는 큰 청사진을 제시했으면 한다. 국민을 위한 국민의 정치를 시도함으로 웰빙 정치의 초석을 다질 수 있었으면 한다. 그동안 누적된 민생 문제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풀어가려한다면 국민은 따라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다니엘 기자회원 / 성공회성야고보교회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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