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수련회 보신 적 있나요?
이런 수련회 보신 적 있나요?
  • 이승규
  • 승인 2008.04.14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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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그림교회 청년부, '테마수련회'…참가자가 주체가 되다

   
 
  ▲ 필그림교회 청년부 수련회. 정원은 15명이고, 한 명 당 3개 이상의 수련회에 참여하지 못한다. 4월 12일에는 '문화수련회'가 열렸다.  
 
은은한 재즈 음악이 공간을 감싼다. 버클리대학을 다닌다는 김유신 씨는 피아노로 멋들어지게 연주를 한다. 복음성가만 재즈로 연주하는 게 아니다. 클래식과 가요도 흘러나온다. 참가자들은 조용히 음악을 감상하면서 마음을 가다듬기도 하고, 친구와 짧은 인사를 나누기도 한다. 필그림교회 청년부(담당 신대위 전도사) 네 번째 '테마수련회'는 이렇게 시작됐다.

뉴저지에 있는 필그림교회 청년부 수련회는 기존 교회가 관습처럼 하고 있는 그것과 형식면에서 많이 다르다. 가히 파격이라 부를만하다. 주제부터 다르다. 올해 주제는 직장·문화·결혼·내적치유 등 모두 5개 분야로 나눠서 정했다. 신대위 전도사와 수련회 준비팀은 미리 청년부원들을 대상으로 '가장 관심 있는 분야'를 물었다. 5개의 수련회 주제는 이렇게 탄생했다.

형식에서 내용까지 파격의 연속

   
 
  ▲ 그래서 그런지 청년들의 집중도는 매우 높다.  
 
강사 선정도 관습의 틀을 깼다. 유명한 강사가 등장하지 않는다. 교회에서 매주 보는 '집사님'들을 강사로 모셨다. '직장수련회'의 경우 필그림교회 내부에 있는 직장인 중 '세상 속의 그리스도인'으로서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을 강사로 선정했다.

강의 내용도 뜬 구름 잡는 수준이 아니다. 강사가 현장에 있기 때문에 매우 실제적으로 진행된다. '나에게 맞는 직업'이란 제목으로 적성검사도 해주고, 한국인으로서 미국 회사에 다니면서 겪었던 어려움 등도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수련회에 참석했던 청년 직장인들의 강의 몰입도는 클 수밖에 없다.

'결혼수련회'도 마찬가지다. 가정 사역이나 결혼 사역을 하는 사람이 강사로 오지 않았다. 이제 막 결혼한 20대 신혼부부에서 열심히 자신의 일에 매진하는 30대 부부, 자녀 교육으로 고민하는 40대 부부, 이제는 서로의 눈빛만 봐도 아는 50대 부부가 강사로 왔다. 청년들은 이들을 모두 만나면서 결혼 준비에서부터 삶의 노하우까지 배우고 들을 수 있다.

4월 12일 한 '문화수련회'만 외부 강사를 초청했다. 문화는 유독 전문성이 필요하고, 아직 필그림교회에 문화를 얘기해줄 만한 사람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기존 수련회와 다른 점은 또 있다. 장소를 빌려 2박 3일이나 3박 4일 동안 하는 게 아니라, 매주 토요일 다섯 번에 걸쳐 수련회를 연다. 올해는 3월 22일 시작해서 4월 26일에 끝난다. 인원에도 제한을 뒀다. 청년들 숫자는 약 40명인데, 한 주제당 정원은 15명이다. 한 사람이 3개 이상 수련회에 참가하지 못한다. 15명이 넘어가면 제대로 된 교제와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란다.

청년들의 호응도는 예상대로 높다. 자신이 직접 선정한 주제가 다루어지기 때문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전병국 씨는 '직장수련회'를 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1․5세인 그가 미국 회사에 다니면서 겪은 어려움과 고민들이 수련회에서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고 했다. 또 강사가 교회에서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든든한 후원자를 얻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일방향 아니라 쌍방향 대화

   
 
  ▲ 강사도 모든 순서에 꼼짝없이 참여해야 한다. 강의만 하고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조희창 선교사가 수련회 중간 청년들과 놀이를 하고 있다.  
 
필그림교회 청년부가 이처럼 '테마수련회'를 시작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외부에서 강사가 와서 일방적으로 말씀을 쏟아놓고 청년들은 그저 와서 듣기만 하고 돌아가는 방식에 싫증을 느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청년은 '매년 똑같이 진행되는 수련회에 참여하기 싫다'는 생각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비단 이 친구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신대위 전도사도 청년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뭔가 다른 수련회가 있지 않을까. 그는 기존 수련회가 영성만 강조했지 세상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을 가르치고 기르는 데에는 충실하지 못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두 가지를 동시에 만족하는 수련회는 없을까. 거듭된 고심 끝에 나온 게 바로 '테마수련회'다.

청년들이 하는 고민의 연장선에서 신 전도사에게는 또 다른 생각이 있었다. 그는 수련회 기간에 은혜를 받아 하나님나라 건설을 위해 살겠다고 다짐하는 청년을 수 없이 봤다. 하지만 막상 끝나고 나면 당시 가졌던 의욕이 금방 식어버리는 경우도 그만큼 목격했다. 신 전도사는 이런 현상이 단지 그 사람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할 만한 사람이 주변에 없었기 때문에 수련회 때만 뜨거운 '냄비 영성'이 생긴다고 봤다.

청년부가 이런 파격적인 형식으로 수련회를 하려면 아무래도 어른들의 지지가 필요하다. 신 전도사는 이와 관련해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다. 담임목사든 당회든 어른들이 전폭적으로 신뢰해준다는 얘기다. 옆에 있는 한 집사는 아예 장년수련회도 이렇게 해야겠다고 거들었다.

신 전도사는 매년 겨울 수련회를 '테마수련회'로 하겠다고 했다. 주제는 청년들의 설문을 통해 정하겠다고 했다. 이럴 경우 청년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는 있겠지만, 고민의 깊이는 깊어지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올해 수련회 주제인 '직장' '결혼' 등은 오래 전부터 기독 청년의 숙제였다. 1970년을 살았던 청년이나 2008년을 사는 청년의 고민이 별반 다르지 않다. 신 전도사도 이 부분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그는 수련회에 참가한 학생들과 강사와의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이 부분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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