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깨고 현실로 돌아오라
'꿈' 깨고 현실로 돌아오라
  • 박지호
  • 승인 2008.04.15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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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텍 사건 1주기 포럼'서 김규만 교수 주제 강연

이민 2세 교육의 Think Tank로, 현재 2세 청소년들을 위한 맞춤형 교육 교재를 만들고 있는 ‘G2G 교육 연구소’가 준비한 포럼이 4월 13일 뉴저지에 있는 하나임교회에서 열렸다. 버지니아텍 총기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 되었는데, 이를 계기로 이민자들의 다음 세대 교육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대안을 찾기 위해 마련됐다.

이학권 목사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포럼에는 김규만 교수(코네티컷대학 종교사회학)가 ‘2세 교육의 과제 : 코리안 아메리칸의 공적·사적 삶의 모습을 보며’라는 주제 강연을 했다. 또 이학준 교수(뉴브런스윅신학교), 박길재 교수(뉴브런스윅신학교), 정정숙 박사(패밀리인터치 원장), 안젤라손 교수(드류신학교)가 패널로 참여했다.

   
 
  ▲ 포럼의 주제 강연을 맡은 김규만 교수는 "미국 사회가 일방적으로 규정한 왜곡된 이미지가 아닌 우리의 평범한 고민을 미국 사회에 대변해줄 수 있는 차세대 리더십이 많이 배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떨어진 현실 인식, 엄연한 인종적 한계

제대로 된 꿈은 세상을 변화시키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허황된 꿈은 자신과 세상을 불행하게 만들 뿐이다. 김 교수는 미국 사회에 존재하는 인종차별의 현실을 되짚으며 아메리칸 드림이 갖고 있는 허상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버지니아텍 사건 직후 미국 주류 언론은 조승희가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사실에 주목했던 점을 언급하면서, 미국은 여전히 흰색 피부를 가진 사람들이 이끌고 있는, 인종적 한계가 존재하는 사회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건 직후 미국 주류 언론의 반응은 조승희가 한국인이라는 점에서 사건의 원인으로 찾으려고 했다. 오늘날 미국 사회가 한인을 바라보는 시각을 잘 말해주고 있다. 우리는 열심히 노력하면 피부 색깔과 상관없이 성공할 수 있다는 착각 속에서 인종 문제를 떼어놓고 우리 자신을 생각하려고 하지만, 이런 생각은 매우 순진한 생각이다.”

한국계 미국인에 대한 인식

김 교수는 또 미국 주류 사회가 한국계 미국인을 바라보는 것도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미국 주류 언론과 백인들이 바라보는 한국인의 모습은 두 가지로 나뉜다”며, “똑똑하고 조용하고 겸손한 사람들이라는 모범적인 소수 민족의 이미지와, 비합리적이고 성격이 급하고 화를 잘 내고 폭력적이라는 이미지로 비춰지고 있다”고 정리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이 두 가지 이미지 모두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올바로 반영하지 못한, 미국 사회가 일방적으로 규정한 잘못된 그림이라며, 우리의 현실을 외면하게 하는 폐해가 있다고 지적했다. “두 가지 극단의 이미지 속에는 미국 주류 언론이 다루지 않는 소수 민족으로서의 어려운 삶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언론에 비춰지는 모범적인 소수자의 모습이나 폭력적인 이미지는 복잡하고 이해하기 힘든 여러 가지 어려움이 공존하는 우리의 현실과 동떨어진 모습이다. 우리 자녀 중에 일류대 로스쿨에 들어가는 것은 소수에 불과하며, 세탁소나 델리 가게로 억만장자가 됐다는 성공담도 우리 삶의 현실과 거리가 먼 이야기다.”

   
 
  ▲ 이번 포럼에는 학부모들의 관심과 참여도가 높았다.  
 
모범적 소수자의 허상을 거부하라


그런데 더욱 안타까운 것은 미국 주류 사회가 자의적으로 규정한 우리에 대한 이미지를 미국에 사는 한인이 그대로 받아들이고 순응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버지니아텍 사건 직후 한인 사회와 한국 사회가 사과 성명서를 발표하고, 추모 모임을 갖는 등의 예민한 반응을 보인 것 역시 “미국인에게 각인되어 있는 모범적인 소수 민족의 이미지를 손상 받지 않기 위한 몸부림”으로 김 교수는 해석했다.

한국계 미국인들의 이런 자의식은 스스로를 얽어매는 덫이 될 수 있다. 능동적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기보다 기존의 사회 구조에 순응하며 그저 최선을 다해 미국의 주류 사회에 가까이 다가가 성공하려는 모습만 추구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이런 모습을 “아메리칸 드림에 취해 현실을 외면하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했다.

“백인들에게 모범적인 소수자로 비춰지길 원하고, 우리 스스로를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사람들로 동일시하는 동안 현실의 수많은 고통이나 문제를 직면하지 않았다. 미국이 말하는 아메리칸 드림에 취해서 우리가 마치 그런 꿈을 이루는 사람으로 착각하며 살아가는 동안 우리 자녀들의 내면에는 성공에 대한 말할 수 없는 압력과 심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었다.”

우리의 고민 대변할 차세대 리더 배출해야

김 교수는 미국 사회가 일방적으로 규정한 왜곡된 이미지가 아닌 우리의 평범한 고민을 미국 사회에 대변해줄 수 있는 차세대 리더십이 많이 배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두 명의 한인 2세를 비교해 설명했다. 한 명은 미군의 포로 고문을 정당화하는 법률적 토대를 제공한 것으로 유명한 존 유 교수(버클리대학 법학과)다. 유 교수는 소위 말하는 성공을 거두었지만, 도덕적으로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다른 한 명은 마가렛 조라는 코미디언이다. 그녀는 일류 대학을 나오진 않았지만 탁월한 통찰력으로 한국계 미국인이 겪는 삶의 애환을 뛰어나게 표현해 수많은 사람의 찬사와 공감을 이끌어낸 인물이다.

이어 김 교수는 “우리는 어떤 리더십을 가진 사람으로 자녀를 키우고 싶은가”고 질문하면서, “‘우리’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정치력을 발휘하는 리더십이 아니라, 타인종이 겪고 있는 아픔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는 진정한 도덕성을 가진 리더십을 길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번 포럼은 이민 2세 교육의 Think Tank로서 현재 2세 청소년들을 위한 맞춤형 교육 교재를 만들고 있는 ‘G2G 교육 연구소’가 주최했고, 150여 명이 참석했다.  
 
가정과 이웃 섬기는 것을 아메리칸 드림 삼아야


이를 위해 김 교수가 말하는 대안은 소박했다. 성공을 향해 줄달음질치는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꿈에서 깨어나 우리의 시선을 가정과 자녀와 이웃과 지역사회라는 현실로 돌리라고 촉구했다. 또 그러기 위해서는 진정한 크리스천으로서, 그리고 진정한 유교 전통을 살리는 사람으로서 살아갈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 민족의 자랑이 있다면 ‘근면함’과 ‘근성’을 꼽을 수 있다”며, 가정에서는 “자녀들과 대화를 하는 일에, 아내에게 더 많은 시간을 주고 집안일을 나눠지는 것에, 유교 문화에 젖어있는 남성 중심의 문화를 바꾸는 일에 우리의 근면함과 근성을 발휘하자”고 말했다.

또 우리 사회가 경제적인 계층과 계급으로 나뉘는 것에 대해서도 “성공한 사람만, 성공을 위해 필요한 사람만을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성공하지 못한 평범한 사람들도 존경할 수 성숙함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인종차별이 현존하는 사회에 살아가는 소수 민족으로서 다른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힘들지만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생각하라는 말을 그들의 고민과 아픔을 들어주고 이해하는 모습으로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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