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교회여, 제발 낮아지기를"
[인터뷰] "교회여, 제발 낮아지기를"
  • 김동언
  • 승인 2008.04.17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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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시사기획 쌈' 연출한 나신하 기자…"고발보다는 다양한 시각에 초점"

   
 
  ▲  KBS 보도본부 시사보도팀 나신하 기자. 그는 '시사기획 쌈'의 '교회, 정치에 길을 묻다' 편을 취재·연출했다.  
 
KBS 1TV '시사기획 쌈'이 4월 15일 방송한 '교회, 정치에 길을 묻다' 편은 정치와 교회가 밀착된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그럼에도 고발보다는 질문의 형식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가 일반 언론이 지금까지 한국 교회의 문제를 다룬 방식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이 프로그램의 취재와 연출을 맡은 나신하 기자를 만났다. 그는 모태신앙인으로서 예수를 믿은 지 17년 정도 됐고, 그동안 큰 교회와 작은 교회를 두루 다녔다. 그래서 십일조를 소중하게 여기고, 교회 건물을 크게 짓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에 반대했다. 나 기자는 "학벌이 좋건 나쁘건, 말을 잘 하건 어눌하게 하건, 주의 종을 존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나 기자는 대형교회를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에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교회를 바라보는 언론이나 사회의 시선에 선입견이 존재한다"면서 "교회의 문제점이 보도될 때 '역시 교회는 안 돼'라는 시각이 잘못된 것처럼 '역시 큰 교회는 문제야'라는 시각도 잘못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생각이 변했다. 크기를 기준으로 교회의 가치를 판단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게 됐다. 그것보다는 현재 위치에 걸맞은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번 방송 역시 목회자나 교인들, 그리고 교회 공동체가 성경의 가르침에 충실한가하는 부분을 주로 다루려고 했기 때문에 큰 교회의 문제점을 고발하려고 했던 것은 전혀 아니라고 강조했다.

"종교가 정치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에 초점 맞췄다"

   
 
  ▲  KBS 시사기획 쌈의 한 장면. (KBS 홈페이지 캡처).  
 
그럼에도 교회와 정치의 관계에 대해 보도한다는 예고가 나가니까 '교회를 자꾸 그렇게 비판해서 되나'라는 반응과 '이참에 확실하게 비판 해달라는 요구가 있었다고 한다. 나 기자는 "종교가 정치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또 (자신이 다니는 교회) 구역 식구들에게 "신앙인과 일반인들에게 건강한 충격이 되길 바란다"고 기도를 요청했다고 했다. 그럼에도 방송되고 나니까 신앙인들은 서운해 했다고 말했다.

나신하 기자는 이번 취재에서 몰래카메라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 사전에 (취재 대상이 되는) 교회에 프로그램의 취지를 설명하고, 취재가 끝난 뒤 비판적인 의견이 들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래서 김홍도 목사와 오정현 목사를 만나 인터뷰도 할 수 있었고 기독사랑실천당의 창당에서 총선까지 과정을 그대로 화면에 담을 수 있었다.

나 기자는 "목회자의 성향이나 정치적 입장이 한쪽으로 치우친 것이 잘못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목회자의 정치적 입장이 절대적이고 상징적인 권위에 의해 표명되었을 경우, 자칫 잘못하면 성도들의 선택을 제약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생각에 언젠간 이 문제를 짚어야 한다고 오래전부터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고발을 하기보다 다양한 시각을 담았다고 말했다. 교회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일반인들에게 알려주는 것만 하더라도 가치 판단에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에서다. 또 기자의 의견은 가급적 빼고, 지금까지 언론의 시각에서 잘못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을 논란의 영역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그것이 담론이나 의제를 확산시키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신하 기자는 "교회에 대한 비판의 눈은 열려 있어야 하고, 교회도 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비판의 초점은 교회의 본질적인 요소가 아니라 목사나 성도들의 언행이 하나님나라 확장에 도움이 되는가, 하나님의 공의 실현에 도움이 되는가 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에 취재했던 교회의 예배는 다 참석했다. 일부 교회는 새벽예배에 참석하고, 수요예배에도 갔다. 조금이나마 그 교회 신도의 마음으로 보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기존에 교회를 비판하는 시각으로 보면 교회 안에 있는 사람들은 미친 사람들이다. 그런데 과연 한국 교회가 그런가. 새벽 3~4시에 취재할 교회에 가서 어떤 사람들이 새벽예배에 오는지도 보고, 같이 기도하고 헌금도 하면서 과연 어떻게 문제를 다룰 것인지 두 달 정도 고민했다."

그러다 보니 너무 교회 입장을 너무 많이 대변한 것은 아닌가, 기독당에 대해 너무 온정적인 것은 아닌가, 기독당에 대한 비판 의견이 인터뷰 한두 개로 끝날 사안인가 하는 지적이 비판과 각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서 나왔다고 말했다.

나신하 기자는 지금까지 교회를 비판했던 시각에서 벗어나 긍정적인 부분에서 충격을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지금 한국 교회가 가는 길이 과연 바람직한가'를 함께 고민하고 싶었다는 얘기다.

"선거 때만 되면 표 달라는 정치인은 싫어"

   
 
  ▲ KBS 1TV '시사기획 쌈'은 '이명박 장로 대통령 만들기'부터 '기독사랑실천당 총선 도전기'까지 밀착 취재했다. (KBS 홈페이지 갈무리)   .  
 
그렇지만 신앙인도 아닌데 선거철만 되면 교회에 와서 표 달라고 하는 것은 싫다고 말했다. 또 강대상에서 하는 목회자들의 정치적 발언과 강대상이 아니더라도 정치에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교회와 정치의 관계가 어디쯤 와있는지 치열하게 고민했으면 하는 게 바람이라고 말했다.

나신하 기자는 "교회 지도자와 청와대로 상징되는 정치 지도자들의 구체적인 교분 관계가 인맥이나 정치적 영향력에도 파급효과가 있는지 여부를 다뤘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털어놨다. 또 "기독당의 시도 자체는 소중하다고 생각한다"면서 "4년 뒤에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왜 국회에 들어간 기독 정치인들은 공의와 인권의 실현이라는 측면에서 역할을 못 하는가, 교회 다니는가 여부에 관계없이 하는 일은 똑같은가 하는 부분에서 기독당의 문제 제기에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나 기자는 한국의 대형 교회 목사들을 향해 "사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목사들이 사회를 다양하게 경험해본 뒤에도 자신의 생각이 최고라고 생각하면 존중받아야겠지만 그런 분들이 기대보다 많지는 않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그동안 정치와 교회의 관계에 대해 의제가 된 부분은 많지 않았다"면서 "후속 취재나 보도를 통해 담론이 형성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나 기자는 언론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검증하는 강도로 현재 권력의 핵심부에 대한 검증을 했는지, 이명박 대통령과 한국 교회의 관계에 대해 검증했는지를 물으며 아직 그런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회는 여전히 성역이다. 비판의 성역이라기보다 정보의 성역이다. 사회와 소통이 된 뒤에 비판이 되어야 하는데, 소통이 단절되다 보니까 불필요하게 논란이 확산되는 측면이 있다. 목회자는 강단에서 말씀만 선포하고, 정치적인 입장은 강단에서 내려와서 당당하게 논의 구조로 들어왔으면 좋겠다."

나 기자는 "프로그램에서 비판적인 의견은 거의 안 들어갔다"면서 "진행되는 자체만 보고도 시청자들이 한국 교회를 부정적으로 봤다면 그것은 교회의 책임이다"고 강조했다.

"과연 정치인들이 교회 와서 표를 달라고 호소하는 모습이 하나님 보시기에 합당한가. 교회가 낮아지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 교회가 표밭으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목회자들의 권위가 정치적으로 끊임없이 이용당하는 위험에 직면한 모습은 하나님 보시기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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