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가 싸고 맛있는 진짜 이유
미국산 쇠고기가 싸고 맛있는 진짜 이유
  • 이정환
  • 승인 2008.04.18 13:03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평] 죽음의 밥상

   
 
  ▲ 죽음의 밥상 (농장에서 식탁까지, 그 길고 잔인한 여정에 대한 논쟁적 탐험) / 피터 싱어 외 지음 / 함규진 번역 / 산책자 펴냄 / 1만5천원.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진 책이 여러 권 나왔지만 '죽음의 밥상'이 폭로하는 공장형 축산의 실태는 끔찍하고 충격적이다. 몇 부분을 발췌, 요약해 소개한다.

미국 공장형 양계농가의 닭장은 보통 가로 1,470미터, 세로 147미터 크기에 3만 마리 이상의 닭을 수용한다. 미국 동물 복지 지침에 따르면 닭 한 마리는 96평방인치의 몸을 움직일 공간이 주어져야 한다. 가로 21.6cm, 세로 27.9cm 정도의 공간이다.

오늘날 닭들은 1950년대의 닭들 보다 세 배나 빠르게 자라면서 먹기는 3분의 1밖에 먹지 않는다. 닭의 90%가 다리를 절고 26%가 뼈 관련 질환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닭장 바닥의 닭똥 더미에서 나오는 암모니아 가스 때문에 닭들은 호흡기 질환을 앓고 눈에서 나오는 진물 때문에 심할 경우 시력을 잃기도 한다.

닭을 도살장에 옮겨갈 때 인부들은 닭의 한 쪽 다리만 잡는다. 동물 복지 지침에는 한 손에 잡을 수 있는 닭은 최대 다섯 마리라는 규정도 있다. 기계로 작동되는 도살장은 1분에 90마리, 최소 속도로는 1분에 120마리를 죽일 수 있다. 한 시간이면 7,200마리다.

미국에는 닭을 죽이기 전에 기절시켜야 한다는 법이 없다. 닭들은 목이 잘리기 전에 전기가 흐르는 수조를 지나도록 돼 있는데 전류가 높으면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기절이 아니라 마비시킬 정도로만 전류를 높인다. 마비만 시킬 수 있다면 굳이 기절까지 시킬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닭들은 그래서 움직이지 못하지만 의식은 살아있는 상태에서 목이 잘리는 상황을 감수해야 한다.

게다가 목 자르는 기계는 그리 정확하지 않아서 세 마리 가운데 한 마리는 목이 잘리지 않은 채로 끓는 물에 들어간다. 닭들은 튀겨지면서 퍼덕거리고 비명을 지르고 발버둥치고 눈알이 튀어나와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산란용 닭들은 1년이 지나면 알 낳는 시간 간격이 길어지게 되는데 양계업자들은 그때부터 모이를 줄이거나 아예 주지 않는다. 일부는 이 기간에 죽고 나머지는 털갈이를 시작하면서 체중이 30% 정도 줄어든다. 양계업자들은 살아남은 닭들에게 다시 모이를 주기 시작한다. 살아남은 닭들은 몇 달 정도 더 알을 낳다가 도살된다.

스트레스로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닭들이 서로를 쪼지 못하도록 부리를 잘라낸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불에 달군 칼로 부리를 잘라내는데 이때도 마취제는 쓰지 않는다.

돼지는 사람보다 4배쯤 되는 배설물을 내놓는다. 5만 마리의 돼지를 기르는 축사에서는 날마다 227톤의 배설물이 쏟아져 나온다. 중간 규모의 도시 하나에서 배출되는 오물과 맞먹는다. 닭들과 마찬가지로 돼지들도 비좁은 축사에서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낸다. 서있거나 드러눕기뿐이다.

수퇘지들은 태어나자마자 고환을 잘라내는데 그래야 고기 맛이 더 좋아지기 때문이다. 마취제를 쓰지 않는 이유에 대해 한 양돈업자는 말한다. "'돼지 한 마리에 1달러만 더 쓰면 되는데 뭘', 이렇게는 말 못하겠어요. 과연 그 비용이 부담되지 않을까요? 그건 말씀 못 드리겠습니다."

미국의 젖소들은 50년 전의 젖소들보다 세 배 이상의 우유를 만들어 낸다. 낙농업자들은 우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BST라는 성장 호르몬을 주사한다. 덕분에 우유 생산량은 10% 정도 늘어나지만 많은 젖소들이 유선염에 걸린다. 한 낙농업자는 말한다. "저도 이런 주사를 놓는 것이 싫습니다. 그러나 더 많은 우유를 팔아야 적자를 벗어날 수 있다면 어쩔 수 없는 거죠." 보통의 젖소들 수명이 20년 정도지만 공장형 농장의 젖소들은 7년을 넘기지 못하고 죽는다.

   
 
  ▲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방미기간 중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에서는 소에게 젤라틴과 레스토랑 음식, 닭장 쓰레기를 먹이는 것이 합법이다.  
 
더 끔찍한 것은 수송아지들의 운명이다. 대부분 곧바로 도살되지만 송아지 고기로 쓰기 위해 조금 더 살려두는 경우도 있다. 살아남은 수송아지들은 16주 동안 좁은 나무 칸막이에 갇혀 지내게 된다. 먹는 것도 우유가 아니라 우유 분말에 녹말과 기름, 설탕, 항생제 따위를 섞은 것이다. 고기를 더 맛있게 하기 위해 철분을 섭취하지 못하도록 바닥에는 밀짚조차 깔지 않는다. 소변을 핥지 못하도록 목에는 족쇄를 채워 고개도 돌리지 못하도록 한다.

소들이 들판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자란다고 알고 있다면 현대 축산업에 대해 완전히 무지한 것이다. 소들은 옥수숫대를 먹고 자란다. 섬유소 섭취가 부족한 소들은 유산 분비가 늘어나고 위확장증에 시달린다. 소가 옥수숫대를 먹고 자라는 것은 사람이 사탕만 먹고 사는 것과 같다. 수많은 소들이 병에 걸리지만 축산업자 입장에서는 병이 들었더라도 도살하기 전까지만 버텨주면 된다. 그래서 축산업자들은 소에게 항생제를 섞어서 먹인다. 송아지는 14개월만 자라면 시장에 내다팔 수 있을 정도의 중량이 된다. 굳이 18개월이나 2년씩 먹여 살릴 이유가 없는 셈이다.

더 놀라운 것은 소들이 도살장의 찌꺼기를 먹고 자란다는 사실이다. 미국에서는 소들에게 젤라틴과 레스토랑 음식 쓰레기, 닭장 쓰레기를 먹이는 것이 합법이다. 닭장 쓰레기에는 닭똥과 닭털, 먹다 남은 모이와 닭의 시체도 포함돼 있다. 2004년 1월, 미국 식품의약국은 닭장 쓰레기를 금지하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아직까지 실행되지 않고 있다. 해마다 100만톤의 닭장 쓰레기가 소 사료로 활용되고 있다. 레스토랑 음식 쓰레기나 닭장에서 나온 먹다 남은 모이에는 소에게 직접 먹이지 못하는 성분의 무엇인가가 섞여 있을 수도 있다.

이쯤해서 우리는 미국산 쇠고기가 왜 맛있고 싼가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고기의 육질을 좋게 하기 위해 무엇을 먹이고 있는지, 고기를 더 싼 값에 만들어 내기 위해 소에게 어떤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 우리는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이런 공장형 축산이 만들어 낼 드러나지 않은 위험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어디나 다 그런 것일까, 아니면 미국이 특히 더 심각한 것일까.

또 하나 흥미로운 사실은 옥수수 가격이 이만큼 싼 이유가 미국 정부가 옥수수 재배업자들에게 주고 있는 수십억 달러의 보조금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 소들이 먹는 옥수수는 1파운드(0.45kg)에 4센트 정도 밖에 안 한다. 생산비 보다 낮은 가격이다. 옥수수는 또 화학비료를 먹고 자라는데 화학비료는 대부분 석유로 만들어진다. 소 한 마리를 567kg으로 키우려면 1075리터의 석유가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죽음의 밥상 (농장에서 식탁까지, 그 길고 잔인한 여정에 대한 논쟁적 탐험) / 피터 싱어 외 지음 / 함규진 번역 / 산책자 펴냄 / 1만5천원. 

이정환 / <미디어오늘> 기자 

<본보 제휴사 미디어오늘.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바두기 2008-05-03 09:53:35
참 돈이 뭔지... 뭐든 대량으로 값싸게 만들려다 보니까 이젠 생명있는 것까지도 그렇게 취급당하는군요... 세상에 생명을 가지고 태어나서 인간에 의해 물건처럼 취급받는 동물들이 불쌍합니다. 우리 인간들도 돈을 혹은 쾌락을 좇다가 스스로를 죽이는 지도 모르는 불쌍한 존재들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