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제법 잘 어울리나요'
'우리 제법 잘 어울리나요'
  • 이승규
  • 승인 2008.04.28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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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통합한 하나임교회와 주님의교회

   
 
  ▲ 지난 4월 13일 통합예배를 한 주님의교회와 하나임교회. 오래전부터 만난 사이인 것처럼 친근함이 물씬 배어난다. (사진출처 하나임교회 홈페이지)  
 
<미주뉴스앤조이>의 예언(?)이 맞아 떨어졌다. 지난해 7월 <미주뉴스앤조이>는 뉴저지에 있는 하나임교회(이학권 목사)와 주님의교회(이재명 목사)가 새벽예배와 수요예배를 같이 하고 있다는 기사를 쓰면서 맨 마지막에 이렇게 적었다. '이러다가 정말 교회가 합쳐지는 건 아닐까.'

그런데 정말 이 두 교회가 사고를 쳤다. 하나임교회와 주님의교회는 지난 4월 13일 주일예배를 통합 예배로 했다. 역시 함께하는 힘은 무시할 수 없었다. 약 9개월 동안 새벽예배와 수요예배를 함께 해 온 동력이 통합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예배뿐만이 아니다. 북한 의료 선교와 빵공장을 짓는 만나 사역 등 여러 행사를 함께 해 오면서 교인들 간의 거리를 조금씩 좁혔다. 몸의 거리가 좁아지니 마음의 거리도 가까워졌다. 일단 교인들의 반응이 매우 좋다. 마치 오래전부터 한 식구였던 것처럼 말이다.

교회 통합,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닌데…

통합 제안은 주님의교회가 먼저 했다. 이재명 목사가 한국 분당에 있는 예수소망교회 부목사로 부임하는 것이 결정 나자, 이 교회 장로들이 이학권 목사를 찾았다. 이 목사는 당황했다. 총회도 노회도 다른 상황(주님의교회는 PCUSA 소속, 하나임교회는 RCA 소속)에서 교회 통합이 말처럼 쉬운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또 통합한 뒤 당회나 교인끼리 불화가 생기기라도 하면 다른 교회에도 덕이 안 된다는 게 이 목사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장로들에게 말했다.

"실제로 교회를 합치는 일은 매우 힘들다. 두 집이 따로 살림을 하다가 하나로 합치자는 얘긴데, 가능할까. 더구나 두 교회는 총회도 노회도 다르다. 또 통합을 하면 좋은 점만 있는 게 아니다. 이렇게 되면 교회가 매우 덕스러워야 한다. 본을 보여야 한다는 말이다. 분란이 있으면 안 된다."

하나임교회 교인들의 생각도 중요했다. 목사가 원해도 교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통합이 이루어질 수 없는 노릇. 게다가 이 교회는 개척한 지 3년밖에 되지 않았다. 아직 자신들도 기반이 잡히지 않은 상황인데, 다른 식구를 맞아들이는 것이 부담이 될 법도 하다. 이 목사는 교회 기획팀(다른 교회의 당회)과 의논을 했다. 다행히 별다른 반대는 나오지 않았다.

   
 
  ▲ 예배가 끝난 뒤 교제를 나누고 있는 두 교회 교인들. (사진출처 하나임교회 홈페이지)  
 
통합 결정이 났는데, 이학권 목사가 기획팀에 또 다른 제안을 했다. 통합한 뒤 만에 하나라도 분란이 생겨 교회가 나눠질 경우 이 목사는 주님의교회에서 온 교인들과 함께 간다는 조건이었다. 하나임교회는 교인도 많고 어느 정도 기반을 잡았지만, 주님의교회는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 목사는 위와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일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서로 만나왔기 때문에, 혹 불화가 있어도 교회를 나누는 데까지 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주님의교회가 3월 30일 공동의회를 열고, 하나임교회와 통합을 하기로 결의하면서 일은 마무리됐다. 통합 얘기가 나온 지 약 4개월 만이다. 모두 40여 가정 중 35가정 70여 명이 하나임교회로 왔다. 통합 전 하나임교회 교인 수는 300여 명이었다. 이번 통합으로 약 80명 정도 교인이 증가한 셈이다. 남아 있는 주님의교회에는 노회에서 담임목사를 파송하기로 했다.

엄밀하게 따지면 '통합'은 아니다. 외부에는 통합이라고 얘기하지만, 사실상 하나임교회가 주님의교회 교인 상당수를 흡수한 셈이다. 노회가 공동의회 결정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적으로는 통합이 안 된 것이다. 어쩔 수 없이 하나임교회로 가고 싶은 사람이 교회를 옮기는 방식을 취했다. 이학권 목사는 이 부분이 약간 아쉽다고 말했다. 노회가 통합을 승인해주면 훨씬 더 좋은 모양새를 띨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망은 하지 않는다. 이 목사는 노회 입장에서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적은 쪽에서 많은 쪽으로 가면 흡수됐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많은 쪽 역시 마찬가지다. 흡수했다는 생각이 자신도 모르게 들 수 있다. 이 목사는 그런 느낌을 주지 않기 위해 주님의교회 당회(5명)와 하나임교회 기획팀(7명)을 그대로 합쳤다. 인원 비율로 당회를 구성하자면 하나임교회 쪽 교인이 많아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통합이라는 명분을 살리기 위해서다. 또 이 목사는 교인들에게 배려를 당부했다. 주님의교회 교인들은 목사·예배 장소 등 모든 게 바뀌는 상황인데다, 하나임교회 교인들에게는 익숙한 것들이 그들에게는 낯설 수 있기 때문이다.

개교회주의 극복이 통합의 의미

   
 
  ▲ 조금만 달라도 틀린 것으로 간주하는 교회에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통합한 자체의 의미는 작지 않다. (사진출처 하나임교회 홈페이지)  
 
몸을 통합했다고 해서 다 끝났다고 볼 수는 없다. 진심이 생겨야 한다. 거기에 대한 생각은 있을까. 이 목사는 자신에게 책임을 부여했다. 교인들에게 좀 더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교인들이 상처받을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렇기 때문에 혹시라도 어느 한쪽으로 치우쳤다는 느낌을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통합 과정을 술술 얘기하는 것을 보니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나보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 목사는 스스로 굉장히 망설였다고 했다. 교인 수가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하는데, 통합이라는 인위적인 힘이 작용했기 때문이었다.

이 목사는 개교회주의 극복이 이번 통합의 의미라고 말했다. 한국 교회와 마찬가지로 이민 교회 역시 개교회주의가 극심하기 때문이다. 바로 옆 교회에서 부흥회를 해도 교인 뺏길까봐 보내지 않는 상황이다. 오직 자기가 다니는 교회의 성장에만 열중할 뿐이다. 그러다보니 이 좁은 이민 사회에 한인 교회는 2~3집 걸러 하나씩 있다. 연합한다고 해도 서로 감투 나눠먹기에 열중한다. 대회장도 모자라 대표대회장이라는 직책을 만드는 단체도 있다.

두 교회 통합이 진정으로 축하받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더 지나야 한다. 지금은 통합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쁘고 즐겁겠지만, 첫 만남의 설렘 같은 것이 없어지고 난 다음에는 현실이 보일 수 있다. 한국에는 장로교라는 간판을 단 교단만 200개가 넘는다. 조금만 달라도 틀린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분열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에서 서로 다름을 극복하고 교회가 합쳤다는 것 자체만으로 그 의미가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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