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문제는 충분히 연구·검토하고 결정해야'
'먹는 문제는 충분히 연구·검토하고 결정해야'
  • 이영훈
  • 승인 2008.05.12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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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학 'University of North Texas' 환경보건학 교수 인터뷰

   
 
  ▲ 이준학 교수는 미국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30개월 미만의 소는 수입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 코넷)  
 
광우병에 대한 논쟁이 정치·경제·이념·외교적 이슈가 되는 이 때, 보다 중립적인 입장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코넷>은 과학자와의 특별 인터뷰를 마련하였다. 'University of North Texas'(UNT)에서 환경보건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전염병을 연구하고 있는 이준학 교수는 광우병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어떻게 볼까. 

광우병은 어떻게 발병하는지 설명해 달라.

"소에서 발병하는 광우병의 원인체는 원래 소에서 발견되는 단백질인 '프리온(Prion)'의 변형된 형태로, 소의 뇌와 신경조직에 손상을 일으킨다. 광우병의 원인체인 변형된 프리온을 섭취하는 것과 사람에게서 일어나는 광우병과 같은 종류의 '변형 크로츠펠트-제이콥병'의 발병의 원인이 된다고 밝혀져 있다. 그리고 또 비슷한 증상을 나타내는 병으로 '클래식 크로츠펠트-제이콥병'이 있는데, 이 병은 인간이 원래 가지고 있는 프리온 단백질의 변형된 형태가 뇌와 신경조직에 손상을 입혀 생긴다. 어떤 원인이 사람에게서 변형된 프리온을 만드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아서, 단지 유전적 요인이 '클래식 크로츠펠트-제이콥병'으로 발병하는 주요 결정자라고 생각되고 있다. 광우병이나 같은 부류의 인간의 두 병(크로츠펠트-제이콥병과 클래식 크로츠펠트-제이콥병)에 대한 연구 결과가 많지 않아서, 향후 많은 연구가 요구되는 분야로 남아있다."

광우병이 발병하는 원인은 무엇인가.

"광우병은 영국의 소에서 1986년 처음으로 발견됐고, 사람에게 발생한 '변형 크로츠펠트-제이콥병'은 1996년에 처음으로 보고됐다. 원인을 정확히 말하기는 쉽지 않으나 죽은 소를 사료로 만들어 소에게 먹이는 것과 광우병 발병 사이에 강한 연관성이 있다고 밝혀져 있다. 그리고 '변형 크로츠펠트-제이콥병'은 감염된 소를 섭취하는 것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보건학적으로 말하자면 (감염된 소를 먹는 것은) '위험요소(Risk Factor)'다. 원인이 무엇이든 지금부터 그것을 차단하고 줄이는 일이 더 중요하다. 실제로 초식 동물을 사료로 만들어 다른 초식 동물에게 먹이는 것을 금지했더니 광우병 발병수가 점점 줄어들어 올해는 하나도 보고되지 않았다."  
 
광우병이 이슈가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광우병에 걸린 소에서 나온 프리온이 핵심이다. 보통 단백질과는 달라 열이 가해져도 계속 활동하고 단백질 분해 효소를 가지고도 없앨 수 없다. 생명체도 아니면서 전염이 되는 것이다. 프리온 발견도 최근에 이루어져 아직 효과적인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 내 광우병 현황은 어떤가.

"통계에 의하면 광우병은 대부분 유럽 국가에서 발생했다. 북미는 캐나다에서 12~13건, 그리고 미국에서 3건이 보고 되어있는데, 워싱턴 주에서 한 건, 알라바마 주에서 한 건, 그리고 텍사스에서 한 건이 발견됐다. 지난 1997년 '미국연방농무성'(USDS)은 '사료금지법(Feedban)'이라고 소의 사료에 다른 초식 동물의 유체를 넣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유럽의 여러 나라와 미국에서는 '사료금지법'을 시행한 이후 광우병 발병 건수가 많이 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리고 2004년에 제정된 법안에는 '다우너 소' (도살장으로 운송된 뒤 스스로 도살장으로 걸어가지 못하는 소를 일컬음)를 식용으로 도살하는 것을 금지했다. 이와 함께 '특정위험물질'(SRM, 프리온이 많이 분포될 가능성이 높은 뇌·척수·눈 등 7개 부위)의 식용도 금했다. 그러나 2007년에 개정된 법에서는 수의사가 자신의 판단으로 '다우너 소'를 도살할지 말지를 결정하도록 바뀌었다. 그런데 2004년 법령을 보면 미국 농무성은 광우병이 걸린 소와 그렇지 않은 '다우너 소'의 구별이 어렵다는 것을 인정했고, 전체 '다우너 소'의 도살을 금지한다고 명시한 바 있다.”

미국산 쇠고기가 한국에 들어가면 문제가 된다고 보나.

"문제가 된다 안 된다고 말할 수 없다. 여러 가지 관련 정보를 분석해 볼 때 미국 쇠고기로 인해 한국 사람들이 '변형크로츠펠트-제이콥병'에 걸릴 확률은 크지 않을 듯싶다. 하지만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2007년 개정된 법에 의하면 수의사의 판단에 의해 '다우너 소'의 식용 도살이 허용될 수 있고 그들 중 일부가 광우병에 걸려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07년 개정안에 '다우너 소'의 식용 도살 건이 개정됨에 따라 '특정위험물질'을 처리하는 법안이 개정된 것을 보지 못했다. 다시 말해서 미국에서는 여전히 '특정위험물질'에 대한 법 기준이 2004년 법을 따르며, 식용이 금지되어 있다는 점이다. 또 대다수의 미국인은 '특정위험물질'이라고 하는 부위를 섭취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 국민은 식생활의 차이로 그렇게 식용 도살된 소들의 '특정위험물질'을 자주 섭취하게 된다. 그러므로 '특정위험물질'에 대한 전면 수입 건은 미국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하지만 정당화될 수 없다고 본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30개월 미만의 소를 수입해서 광우병 발병의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다. 지난 참여정부의 쇠고기 수입 기준이 국민 식품 위생이라는 측면에 더 부합한다고 생각이 든다."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는 수입 쇠고기 반대 시위는 어떻게 보나.

"시위 자체는 국민의 의사 표현이니 별 의의는 없지만,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큰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안타깝다. 정부나 관련 기관에서 쇠고기 수입과 광우병의 발병 위험에 대한 홍보와 국민과의 의사소통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싶다. 빠른 시간에 새 정부가 신뢰를 회복했으면 좋겠다."

미국 정부는 자국의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밝혔는데.

"아마도 그것이 미국 정부의 일관된 목소리일 것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 농무성에 대한 상원의원들의 질의를 보면, 미국 농무성의 소 도살과 그와 관련된 식품 위생에 문제점을 보여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2007년의 법 개정과 관련된 세부 법안을 구축하고 실행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목소리와 상관없이 수입 국가 입장에서 식용 쇠고기 수입과 관련된 문제는 충분히 연구, 검토해 접근하는 것이 유리한 것이 아닌가."

뉴욕과 워싱턴 등 한인 사회에서 최근 성명서를 냈다.

"글쎄, 미국에 사는 동포들이 조국의 총체적 발전을 위하는 마음이 아닐까. 어쨌든 이번 기회를 통해 한국 국민 모두가 좀 더 성숙하고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위험하면 미국 쇠고기를 사먹지 않으면 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생각은.

"경제적인 논리에 충실한 발언인 듯싶다. 하지만 국민 보건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아주 많은 부분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예로 기관이나 단체에서 급식으로 공급되는 쇠고기는 개인이 선택할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쇠고기뿐 아니라 다른 고기도 위험이 있나.

"광우병과 비스한 병이 프리온과 양과 사슴에도 있다. 사실 양에 발병하는 '스크레이피'라는 병은 오래 전부터 알려진 병이고, 광우병의 처음 시작이 '스크레이피'에 걸린 양이 단백질이 담긴 사료를 소들이 섭취한 것일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또 중서부와 여러 주 그리고 동부의 사슴들에게서 이와 비슷한 질병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 물론 아직 인간의 발병과 병에 걸린 양과 사슴의 섭취에 대한 연관 관계가 밝혀진 것은 없는 듯하나, 같은 메커니즘과 변형 프리온으로 생기는 병이니, 병에 걸린 양과 사슴을 먹는 것은 피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한국인의 95%가 유전적으로 광우병에 취약하다는 한림대의 보고에 동의하는가.

"내가 읽은 바로 한림대의 연구는 '클래식크로츠펠트-제이콥병'(광우병과는 상관없는)의 발병과 관련된 유전형을 찾고자 연구한 것이다. 영국의 선행 연구 결과를 중심으로 한국인의 유전형을 보았고, 일본인과 비교한 것이었다. 실험 결과를 일본의 선행 연구 결과와 비교해 보았고, 아마도 일본인보다는 높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이 전부다. 한국에서 어떻게 알려져 있는지 모르지만, 한림대에서 발표한 논문을 가지고 광우병에 취약하다는 것은 논문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것뿐 아니라, '클래식크로츠펠트-제이콥병' 그리고 광우병과 직접 관련된 '변형 크로츠펠트-제이콥병'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서 발생한 것이 아닌가 한다."

이영훈 / <코넷>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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