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대북 정책 180도 바꿔라'
"이명박 정부, 대북 정책 180도 바꿔라'
  • 이승규
  • 승인 2008.05.21 13:5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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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네티컷주립대학 김일평 교수 인터뷰…'한반도 긴장 완화돼야 경제도 살아'

   
 
  ▲ 김일평 교수는 남한과 북한이 통일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강대국에 의존하는 통일 방법은 한반도의 평화를 영구적으로 보장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4월 26일 저녁 7시 뉴욕 맨하탄에 있는 뉴욕한인교회에서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이 열렸다. '6·15공동선언실천 뉴욕지역위원회' 주최로 열린 토론회의 강사는 김일평 교수(커네티컷주립대학 명예교수)였다. 김 교수는 이 자리에서 올해 11월 부시 행정부의 임기가 끝나면 어떻게든 미국의 대북 정책이 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시 행정부보다 더 유연한 입장을 취할 것이라는 얘기다. 김 교수는 공화당이 집권하든 민주당으로 정권 교체가 이루어지든 이 흐름은 변할 수 없다고 했다. 조금 더 자세한 얘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인터뷰는 커네티컷에 있는 김 교수 자택에서 이루어졌다.

김일평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을 '매우 우려할만한 수준'이라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과거 냉전주의 시대의 사고를 바탕으로 북한과의 관계를 설정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는 이 대통령의 이런 사고방식은 한반도에 흐르는 평화 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 대통령이 자신한대로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어야 한다고 했다. 남북관계가 악화돼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면, 외국의 기업들 역시 남한에 투자하는 것을 꺼린다는 얘기다.

김일평 교수는 통일은 강대국에 의존하지 않고 남한과 북한이 통일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것만이 한반도에서의 평화를 영구적으로 보장할 수 있다고 했다. 남한이든 북한이든 자꾸 강대국에 의존하려고 하니까, 갈등이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남북 관계는 경색됐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시절에 있었던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이명박 정부가 확실한 태도를 취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선 이후 대화는 사실상 단절됐다. 정부 당국자 간 대화는 물론, 인도적인 사업조차도 모두 멈췄다. 지난해 12월 열린 적십자 회담에서 이산가족의 특별 상봉은 물론 분기별 화상 상봉에 합의했으나, 현 상황에서 약속이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다. 애초 4월로 예정된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의 완공도 4월에서 8월로 늦춰졌다.

반면에 북미 관계는 급속하게 긍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북한은 '통미봉남'이라는 정책 아래 남한을 배제하고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북한과 미국의 관계는 부시 행정부가 들어선 뒤 가장 좋다.

5월 14일 미국이 북한에 50만 톤의 식량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는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5월 21일에는 미국의 식량 지원이 많은 시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해 '세계식량계획(WFP)'이 아시아 지역에 있는 식량을 우선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보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국이 직접 식량을 지원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니까, 국제기구가 먼저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면 나중에 미국이 이를 갚겠다는 얘기다. 미국은 또 북한을 대테러 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규정하는 등 적대적 입장을 보여 온 미국 부시 행정부의 정책이 변하고 있다는 증거다.

북한도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6월 초 영변 원자로의 냉각탑을 해체하겠다고 6자회담 대표들이 밝혔다. 냉각탑을 폭파할 때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직접 방북을 할 수도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북한은 이미 미국에 두 차례나 핵 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핵문제를 둘러싼 북미 관계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급속도로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새 정부가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나 역시 우려가 된다. 마치 1980년대 냉전 시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준다. 정권이 들어서니까 당장 대화도 중단되고, 남북 관계도 경색되고 있지 않나. 한반도에서 긴장이 완화되어야지 우리도 잘 살 수 있다. 혹시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을 한국 사회가 지지할 것이라고 대통령이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지금처럼 대북 관계에 있어 상호주의의 입장을 취한다면 남북 관계가 악화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면 긴장이 고조되고 전쟁의 위협까지 있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주한 미군도 계속 남한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 이 대통령이 추구하는 이런 대북 정책은 한반도에 흐르는 평화의 흐름에 위배된다.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한반도에서 긴장이 고조되면 외국 기업들이 남한에 투자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 대통령이 경제를 살리겠다고 하는데, 대통령 혼자의 힘으로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미 한국 경제는 세계 경제 안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긴장이 완화되어야지만 경제도 살릴 수 있다. 언제 전쟁이 날지 모르는 나라에 투자하려는 기업과 자본이 있겠나.

이명박 정부가 취해야 할 태도는 무엇인가.

자꾸 강조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현재의 대북 정책을 180도 바꿔야 한다. 북한과 미국이 경제 교류도 하고 궁극적으로는 수교도 해 북한이 경제 위기를 모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오히려 남한의 안보에도 도움이 되고, 한반도에서 전쟁을 피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최근 미국이 북한에 식량 50만 톤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당연하다. 북한이 먼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나. 미국이 식량 50만 톤을 북한에 지원하기로 하면서 북한도 불가피하게 평화적인 행동을 취할 것이다. 6자회담에서 결의한 것도 북한은 이미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다. 

   
 
  ▲ 김 교수는 비교정치학과 동아시아 국제 관계 전문가다.  
 
이명박 정부가 북한하고 관계를 개선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북한의 경제를 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정주영 전 현대 명예회장 같은 사람을 특사로 북한에 보내 경제적으로 부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북한도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응하게 되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 전문가라고 자청하니 직접 북한의 경제 발전을 위한 제안 등을 해도 좋지 않겠나. 북한을 붕괴시키려고 하지 말고, 현 시대를 함께 사는 동반자라는 인식을 해야 한다.

처음에 주한 미군 문제를 잠깐 언급했는데, 한국 내에서 이 문제로 갈등이 심하다. 주한 민군이 철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계속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몇 년 전에는 평택에 있는 미군 기지 이전 문제로 심각한 갈등을 겪어야 했다. 이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일부 보수층은 주한 미군이 남한에 계속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주한 미군 철수 문제는 어디까지나 미국의 정책에 달려 있다. 미국 정부가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이 문제를 결정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남한에 더 머물러달라고 말할 권리도 없다. 꼭 미군이 남한에 머물러야 하나. 그들이 없어도 안보에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 현재 남한과 미국 사이에는 상호방위조약이 맺어 있기 때문에 만약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면 미국은 즉각 남한을 도와주게 되어 있다. 상호방위조약이 없다면 또 모르겠다. 오히려 주한미군이 있으면 주둔비와 기지 유지비용 등 돈이 더 들어간다. 엄청난 돈을 들여가며 미군이 우리나라에 머물러야 할 필요는 없다.

한반도 통일 문제에서 미국의 정책도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되지 않나.

물론 미국의 정책도 굉장히 중요하다. 과거 클린턴 행정부에서 8년 동안 대북 관계를 개선해 북한의 핵무기를 동결하는 단계까지 왔는데, 부시 행정부가 그 정책을 계승했으면 문제는 벌써 해결됐다. 그런데 그걸 뒤집고 북한을 압박하는 정책을 썼기 때문에 북한도 할 수 없이 핵실험을 하고 핵무기를 만들게 된 것이다. 부시 행정부의 임기가 8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았지만, 대북 정책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그것이 바람직하다. 지금 상황에서 북한이 갖고 있는 핵을 포기하게 만들 수는 없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단지 북한이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 못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한 입장에서는 자신의 안보에 위협이 되기 때문에 핵을 만드는 것 아닌가. 그들의 안보를 보장해주고, 북한도 핵무기를 더 이상 확산하지 말고, 미국과 수교 관계를 맺고,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 나와야 한다.

미국은 올해 대선이 있는데, 다음 정권의 대북 정책은 어떻게 예상하나.

부시 정부가 임기 말에 북한 핵문제는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라크와 이란 등 중동 문제가 점점 악화하고 있고, 미국 경제 역시 파탄이 났다. 북한 문제 하나라도 해결해야 이번 선거에서 내세울 게 있다. 다음 정권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집권 가능성이 높은 민주당은 공화당보다는 대북 정책에 있어 비교적 유연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협상과 대화를 통해 해결하려고 한다는 말이다. 물론 큰 틀에서는 민주당이나 공화당의 대북 정책은 큰 차이가 없다. 이런 점에서 보더라도 이명박 정부는 대북 정책을 유연하게 가져갈 필요성이 있다. 그래야 미국의 다음 정권과도 원활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설령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 하더라도 대북 정책은 변할 수밖에 없다.

북한과 미국의 관계는 곧 핵문제이기도 하다. 이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개발해 소유하고 있다. 그걸 완전히 없애라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미 핵을 보유한 국가는 많지 않나. 북한한테만 핵을 포기하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북한 입장에서는 언제 공격을 받아서 붕괴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안보에 대한 보장 없이 핵무기를 포기하라고 하면 하겠나. 북한이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게 원조를 해주고 교류도 넓혀야 한다. 북한이 핵을 보유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된다. 다만 그 핵을 사용할 수 없게 만드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럼 우리가 통일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남한과 북한이 자주적으로 통일을 이루는 것이 평화를 영구히 보장하고 전쟁을 피하는 길이다. 물론 주변 4개국을 완전히 배제하자는 건 아니다. 하지만 통일의 주체는 우리 민족이 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동안 남한과 북한의 사람들이 너무 오랫동안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이질화가 심하다. 두 체제가 어떻게 융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일단 현 체제를 서로 인정하고 교류와 협력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한반도를 이념이나 체제에서 중립국으로 만들어 버리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는데, 실현 가능성이 낮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우리가 통일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의지다. 남한이든 북한이든 자꾸 강대국에 의존하려고 하니까 갈등이 생기는 것이다.

김일평 교수는 누구?

김일평 교수는 미국에 있는 한인 중 몇 안 되는 한반도 전문가다. 1953년 도미해 켄터키주 애스베리대학교를 졸업하고, 뉴욕 컬럼비아대학교대학원에서 정치학을 공부했다. 1970년부터 1998년까지 커네티컷주립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을 가르쳤다. 뉴욕 평통 정책기획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미국과 한국의 정치학계에서는 널리 알려졌다. 비교정치학과 동아시아 국제 관계 전문 학자다. 최근에는 한반도 문제, 특히 북한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6·15 공동선언실천 커네티컷지역위원회 고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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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벗 2008-05-25 02:17:39
국익과 민족의 미래를 바라보는 합리적인 시각으로 우리의 생각들을 바꾸어야 합니다..

bulldog 2008-05-23 06:40:56
..가 아니라 이른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외무성 대변인이나 조평통 대변인 발언을 적어 놓은 것 같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