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군이다"
"우리는 아군이다"
  • 박문규
  • 승인 2008.06.06 1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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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비판한다고 적으로 몰아서 되겠는가

LA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지난 몇 년 동안 건강교회운동을 벌여오면서 이민 교회의 고쳐야 할 점들을 지적해야만 했다. 그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일선에서 땀 흘려 수고하시는 목회자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을까 하는 두려움을 느꼈다.

그래서 지난 2월 목회자와의 간담회를 준비하였다. 목적은 목회자들이 기윤실에 대하여 섭섭한 것이 있었다면 기탄없이 비판하실 수 있는 자리를 마련, 목사님들로부터 꾸지람을 들으면서 기윤실이 서 있는 자리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재점검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기윤실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계신 분들이 주로 참석하셔서 그랬는지, 꾸지람보다는 격려를 더 많이 받은 것 같아서 송구스럽고 감사했다.

참석하지 못하신 목사님 중에서는 문서로 기윤실에 대한 자신의 비판적인 의견을 보내주신 분도 있었는데, 우리는 그 글도 참석자들과 함께 읽으면서 문제점들을 토론했다. 그 중에 첫 번째 비판은 ‘너희가 무슨 자격으로 교회를 비판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비판에 대한 답변은 기윤실 회원이 아닌 참석자 목사님 한 분이 해 주셨다. 목사들도 설교할 자격이 있어서 설교하는 것이 아니라 설교할 적이 있기 때문에 설교하는 것이라고. 교회의 문제점에 대해 발언하는 목적이 선하다면 당연히 그 행위가 옹호되고 장려되어야 한다고.

두 번째 비판은 ‘건강교회운동이 믿지 않는 사람들로 하여금 기독교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한다’는 것이었다. 실상 한국의 기윤실도 1970년도에 창립 직후에는 전도에 방해될까봐 교회 비판은 삼갔고 개인의 윤리 각성 운동에 주력해왔다.

그러나 그러는 동안에 한국 교회의 환부는 더욱 곪아갔고, 이제는 교회 밖에 있는 사람들이 교회의 비윤리성, 반사회성을 손가락질하기에 이르렀고, 결국 기독교 교세는 네거티브 성장을 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남이 알까봐 환부를 감추고 있는 사이에 환부는 더 커져서, 이제 감추려야 감출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문제점을 감추는 것이 전도를 오히려 방해했다는 증명이 된 셈이다. 그래서 이제 와서 기독교의 이미지를 말하며 비판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은 설득력이 적다고 하겠다.

마지막 비판은 ‘도대체 너희들이 교회의 아군이냐 적군이냐’ 하는 질문이었다. 내가 아는 한 기윤실에 속해 있는 사람들 중에서 기독교를 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교회의 문제를 지적할 때도 스스로의 죄를 회개한다는 심정으로 하는 것이지, 우리는 옳고 한국 교회는 틀렸다고 말하는 것은 결단코 아니다.

우리는 한국 교회의 일부로서, 교회의 문제를 함께 노력해서 고쳐가자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목사가 제대로 서야 한다는 주장을 많이 하는 이유는 한국 교회의 중심에 목사님이 서 있기 때문이고, 목사님들이 진정으로 성도들과 세상의 존경받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이다. 우리는 교회의 아군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교회 밖의 사람들과 교회 안의 사람들을 구분해서, 교회 밖의 사람들을 적군으로 간주하는 태도에 대해 나는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교회 밖의 사람들이 우리 크리스천을 꾸짖는 것은 우리가 기독교인이라는 이유 때문이 아니고 기독교인답게 살지 못해서이다. 그래서 비기독교인이 기독교를 핍박하는 것이 아니라 부패한 기독교를 보고 안타까워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를 꾸짖는 사람들을 적군으로 여기기보다는 그 비판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혹시 하나님은 비신자들의 입을 통해서 우리에게 말하시는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까딱 잘못하면 한국 교회가 우리를 꾸짖으시는 하나님까지 적으로 돌려버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박문규 / 캘리포니아 인터내셔널대학 학장, LA 기윤실 실행위원
* 이 글은 LA 기윤실 6월호 소식지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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