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속의 절망, '바와'로 극복한다
학대 속의 절망, '바와'로 극복한다
  • 이영훈
  • 승인 2008.06.08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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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폭력을 당하는 이민자, 영주권을 받다

   
 
  ▲ '여성에 대한 폭력 금지법'(VAWA, Violent Against Women's Act)에 의해 가정 폭력의 희생자로 인정된 이민자가 법적 거주 지위뿐 아니라 합법적인 근로까지 허가받을 수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상상할 수도 없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에서 나의 법적인 체류 신분을 합법화시켜주었습니다. 이것은 바로 내가 남편으로부터 신체적이고 정신적인 학대를 당해 고통당하던 여러 해 동안 애타게 찾던 것이었습니다.”

엘비라(Elvira) 라는 한 히스패닉 여성은 ‘바와’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을 학대하던 남편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법적인 체류 신분까지 얻었다. 그녀는 ‘바와’의 혜택을 입은 모든 여성의 이름으로 감사한다는 편지를 썼다. 그 편지에서, 도움을 주었던 변호사는 그녀의 표현에 의하면 ‘신이 보낸 천사’였으며 그녀가 누린 혜택은 인생에 있어서 ‘위대한 변화’이기도 했다. ‘바와’란 무엇이며 누가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자.

연구에 따르면, 히스패닉 여성의 64%가 추방의 공포로 인해 사회 서비스 단체로부터의 도움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불법체류 여성 가운데 14.8%만이 경찰을 부르겠다는 응답을 했다고 알려졌다. 자신의 체류 신분을 약점으로 잡혀 배우자로부터의 학대를 당해도 도움의 손길조차 기대할 수 없는 이들, 바로 ‘바와’가 돕는 사람들이다.

1. ‘바와(VAWA)’란 무엇인가?

미국의 이민법은 영주권자나 시민권자와 결혼한 이민자가 (또는 그의 자녀가) 합법적인 이민 지위를 배우자의 청원(Petition)을 통하여 얻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민자 본인 스스로 합법적인 이민 신분을 얻을 수 없다는 약점을 이용, 배우자가 고의로 이민 신청 서류를 제출하지 않거나, 그것을 인질로 삼아 배우자가 폭력을 행사하거나 어떤 형태의 학대를 가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이에 1994년 미국 국회는 ‘여성에 대한 폭력금지법(VAWA, Violent Against Women's Act)’을 통과시켰다. 이 법에서 이민자에 관해 규정한 중요한 내용은 ‘가정 폭력의 희생자로 인정된 이민자가 법적 거주 지위뿐 아니라 합법적인 근로까지 허가받을 수 있다’는 것으로, 이를 통해 미국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가진 배우자로부터 학대를 받았을 경우 배우자에 의존하지 않고 본인 스스로 합법적 지위는 물론 자신과 자녀를 부양하는 능력을 갖도록 법적인 도움을 제공받을 수 있다. 이 법을 통해, 이민자는 추방의 위협과 자녀를 빼앗길 수 있다는 공포에 붙들려 결혼 생활을 지속하지 않아도 된다.

2. ‘바와’의 도움을 입으려면

바와가 도울 수 있는 가정 폭력의 피해자는 크게 나누어 두 가지 범주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시민권자나 영주권자와 결혼하고 가정 폭력 피해를 입은 경우이다. 이 경우에서는 이민자는 본인과 자녀가 법적 영주권을 스스로 신청할 자격이 있다고 설명하는 지원서를 제출한다. 이 ‘바와 본인 청원 (VAWA Self-Petition)’의 자격을 얻으려면,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와 결혼하였고(법정 혼인 또는 사실혼), 결혼이 ‘선의(Good Faith)’로 이루어졌고, 배우자와 함께 거주한 사실이 있고, 가정 폭력이나 잔인한 행위의 피해자이면서, 본인이 좋은 ‘도덕성’을 갖추었음을 입증해야 한다.

피해자라면 남성도 신청할 수 있다. 만일 이혼했고 그 사유가 학대로 인한 것이라면, 이혼 후 2년 이내에 신청할 수 있다. 만일 배우자가 생전에 학대를 했었고 그 배우자가 사망하였다면, 배우자의 사망 후 2년 이내에 신청할 수 있다. 구체적인 자격이 있는지는 개인마다 다를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비자가 없거나 경미한 범죄가 있더라도 자격이 인정될 수 있다.

아울러 가해자가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아닌 경우라도 바와의 혜택을 얻을 수 있다. 이 경우 바와는 <U-비자(Visa)>—범죄 피해자 비자라고도 함—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한다. <U-비자>란 이민자가 범죄의 피해자로서 사건을 조사하고 범인을 기소하는 데 해당 기관에 협조하였거나 앞으로 협조하겠다는 조건 하에 발급되는 체류 신분이다. <U-비자>를 받으면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으며 이후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해당 기관이 피해자가 더 이상 수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비자가 박탈될 수도 있다는 약점이 있다.

3. 바와가 돕고 있는 사례들

■ 딸이 하나 있는 한 러시아 여성은 미국인 배우자와 결혼하였다. 그녀의 남편은 신체적 폭력을 행사하지는 않았지만 경제적인 착취를 했다. 아울러 그녀가 러시아 음식을 먹지 못하도록 하는가 하면 십대인 아이 앞에서 음란 비디오를 시청하고 아이 앞에서 부적절한 성적 행위를 보인 바 있다. 이민국에서는 남편의 행동을 학대로 여기고 그녀에게 영주권을 받도록 했다.

■ 한 중국 여성은 미국인 배우자와 결혼하였다. 그녀는 미국에 들어올 때 조건부 영주권으로 입국하였는데 그녀의 남편은 그녀를 성적으로 학대하며 이민 신청을 해주지 않았다. 현재 ‘바와’의 도움으로 영주권을 얻기 위한 조건 삭제 신청이 진행되고 있다.

■ 한 아프리카 여성은 미국에서 고등학교 때 배우자를 만나 결혼하였다. 남편은 정신적인 문제가 있어 이 여성이 가는 곳마다 따라다녔고, 칼로 위협하거나 심지어 목을 졸라 기절시키기도 했다. 이 여성은 ‘바와’의 도움으로 끔찍한 가정에서 탈출할 수 있었으며 자신이 도움 받은 경험을 다른 이들에게 알리고 언론과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4. 텍사스 시민권 프로젝트(TCRP)

‘텍사스 시민권 프로젝트(TCRP, Texas Civil Rights Project)’는 이 법에 관하여 이민자들에게 교육과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비영리 공익변호사단체 가운데 하나이다. 이 단체가 다루는 이슈들은 장애인의 권리, 경제적 정의(직장 내의 근로 환경과 임금 지불 등), 인종차별, 사법적 정의(부당한 체포에 의한 희생자 돕기 등), 이민자 권리 옹호 및 의사표현의 자유이다.

이 단체는 법의 이름을 딴 ‘바와 프로그램(VAWA Program)’을 통해 가정 폭력 피해 이민자들이 가해자로부터 벗어나서 미국 내에서 합법적인 지위를 보장받고 근로 허가를 받는데 필요한 서류를 작성하고 제출하는 것을 돕는다. 이 프로그램의 총괄자는 이삭 해링톤(Isaac Harrington)으로, 텍사스 지역의 남부, 동부, 중부 지역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순회 방문자들과 ‘바와’ 옹호자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바와’ 프로그램은 무료 서비스이다. 이들이 돕는 서비스의 내용은 철저히 비밀이 보장되며, 상황에 따라 전화와 우편으로도 처리할 수 있다. 무료 자원봉사자가 있어 본인이 사용하는 모국어로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다. 현재 2명의 한국인 자원봉사자가 번역과 통역을 돕는다.

2008년 6월부터 7월까지는 한국인을 위한 서비스 집중 기간으로 1-888-364-8277이나 512-474-5073 교환 0번 (월-금, 10-5시)으로 직접 전화하여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후에는 전국가정폭력핫라인(1-800-799-7233)으로 전화하여 한국어 상담원을 찾고 ‘바와’에 대해 문의하면 통역과 서비스 연결을 도와준다.

5. 나에겐 어떤 권리가 있을까?

시민권자와 마찬가지로 비시민권자 역시 수정헌법 5조에 따라 침묵할 권리와 경찰 공무원이나 정부 요원의 질문에 대답을 거부할 권리를 가지며 수정헌법 4조에 따라 정부가 당사자의 동의 없이 가정이나 직장에 들어와 수색할 수 없도록 하는 권리도 누릴 수 있다.

경찰 공무원이나 정부 직원이 질문한다면 비시민권자에게도 침묵할 권리와 변호사와 먼저 이야기할 권리가 있다. 다만 주에 따라서는 이름을 제공해야 할 경우도 있다. 이때는 물어본 질문에만 대답하되 체류 상태를 알리는 서류를 제공한 뒤에는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아도 된다. 아울러 변호사와 이야기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어떤 서류에도 사인하면 안 된다.

만약 이민 공무원나 경찰 공무원이 집 앞으로 찾아올 경우, 문을 열지 말고 영장이 있는 지 물어보아야 한다. 영장이 있다면 문 밑으로 밀어달라고 요구한 후에 이름과 주소가 맞는지, 서명이 있는지 확인한다. 영장이 유효하다면 ‘집 바깥으로 나가서’ 문을 닫고 공무원과 이야기한다.

주의할 것은 본인이 동의할 경우 공무원들이 영장 없이도 집에 들어올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영장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면 문을 여는 등 동의라고 생각될 수 있는 어떤 행동도 해선 안 된다. 만약 공무원이 본인을 괴롭히거나 학대했을 경우, 그의 배지 번호와 이름, 증인들의 이름과 전화번호 등의 기본 정보들을 적어 놓아야 한다. 상해를 입었다면 바로 의료진단을 받되, 상처난 부위의 사진을 찍어두는 것이 좋다.

아래는 아이작 해링턴 (Isaac F. Harrington) 변호사와의 인터뷰다.

- TCRP에서 하는 일은 무엇인가?

우리가 하는 일은 다양하다. 경찰에 의한 피해로부터 보호하는 것, 장애인의 공공기관 접근성을 높이거나 수감자의 권리를 옹호하고 남부 텍사스 지역에서 소비자 권리 옹호와 이민자의 권리와 같은 이슈들을 다룬다. 아울러 인종이나 성적 차별을 당했을 때 헌법에 의해 보장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돕고 있다.

- 이곳 피해자들이 문화적인 차이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것을 경험하고 있나.

어떤 이민 집단의 경우 사고방식이 변화하는 것을 본다. 이민국 직원들이 불법적으로 사람들의 집을 수색하고 이 사실을 보고조차 하지 않는 경우들이 있다. 사람들은 헌법에 어떤 권리가 보장되어 있는지 모르거나 그 권리를 내세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국에 오랫동안 살면서 자신의 권리가 있는 것을 알게 되고 더 자신 있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게 된다.

우리가 다룬 사례 중에는 한 멕시칸 이민자 가족의 집이 수색을 당하고 지역 경찰이 총을 겨눈 일이 있었다. 마찬가지로, 어떤 사람들은 학대받으면서 아무 말도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누구에게 연락해야 하고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교육을 받는 것이 그런 상황에서 탈피할 수 있는 힘이 된다. 영장 없이 경찰들이 자신의 집에 들어오는 것이 불법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알아야 하며, 경찰은 자신들을 도와주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 이 단체의 목적은.

우리 목표는 텍사스 주민들을 교육시키고 필요한 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으며 이민자도 똑같이 헌법의 보호를 받는다는 것을 이해하길 바란다. 의회에서도 이 점을 충분히 인식해서 1994년에 법을 통과시킨 것이다. ‘바와’는 기본적으로 인권에 관한 것이고 인간의 존엄성에 관한 것이다.

- 미국 정부의 예산은.

텍사스는 폭력 범죄의 피해자를 돕는데, 재정 지원을 잘 하고 있는 편이다. 재정 지원은 개별적인 주와 그의 재정 상황에 크게 좌우된다. 안타깝게도 현재 미국의 경제 불황 때문에 재정 상황이 예전만큼은 못하다.

- 바와를 통해 보는 사례가 무엇인가.

사람들이 학대를 학대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남편과 결혼해서 노예처럼 일을 하는 것도 그렇다. 이 경우는 남편이 처음부터 가정부 노릇을 시키려고 한 것이다. 또 이민 서류를 제출하지 않고 영어를 못 배우게 하며 자녀 앞에서 부적절한 성적 행위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아울러 정신적으로 배우자를 조종하려고 하는 것도 학대에 해당한다. 배우자 본국의 음식을 먹지 못하게 하는 것이 그렇다. 이 외에도 경제적으로 통제시키거나 사회적으로 고립시키는 행위도 모두 학대에 해당한다.

- 이 일을 하면서 어려움이 있나.

언어의 장벽이 너무 크다. 스페인어 자원봉사자들은 많이 있는데, 그 외 통역자 시스템이 잘 만들어지지 않는다. 큰 도시라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은 본인의 언어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권리가 있음에도 거부되는 경우가 생긴다. 우리는 법정 시스템이나 경찰 등 더 접근성을 높여 본인의 언어를 요청하면 통역자와 연결시켜주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가정 폭력 상담 전화: 한국어 사용할 때
1. 1-888-364-8277이나 512-474-5073 교환 0번 (월-금, 10~5시)으로 직접 전화.
2. 이후에는 전국가정폭력핫라인(1-800-799-7233)으로 전화하여 한국어 상담원을 찾고 바와에 대해 문의하면 통역과 서비스 연결을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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