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왜, 여기에 기쁨의교회인가
지금, 왜, 여기에 기쁨의교회인가
  • 박지호
  • 승인 2008.06.09 16: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5세 목회자 릴레이 인터뷰2] 기쁨의교회 박성일 목사

1·5세 목회자, 고민과 아픔도 많았던 만큼 가능성도 많은 세대다. 1세 교회에서 자랐고 사역했기에 한인 교회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깊다. 한국 문화와 언어에 익숙하기에 1세 교인들과도 어렵지 않게 어울리면서, 탈권위적이고 합리적인 리더십을 가지고 있어 젊은 교인들을 비롯해 2세 교인들까지 잘 보듬어낸다. 2세 목회 경험도 있어서 1세와 2세가 공존하며 어우러질 수 있는 연합적인 교회를 만들어가는 데 효과적인 역할을 감당하기도 한다. 1세 교회의 구태를 그대로 답습하거나,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에 붙들려 전전긍긍하는 경우도 있지만, 1·5세 목회자로서 가진 장점을 십분 발휘하며 창의적으로 목회 활동을 펴는 이들도 없지 않다. <미주뉴스앤조이>는 이런 1·5세 목회자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한다.

   
 
  ▲ 박성일 목사는 기쁨의교회 담임목사이며, Westminster Theological Seminary 겸임교수다.   
 
‘지금, 왜, 여기에 기쁨의교회인가.’ 필라델피아 기쁨의교회 박성일 목사가 10년 전 교회 개척을 앞두고 직면해야 했던 질문이다. 박 목사는 “또 하나의 교회를 세우기 위한 개척이라면 당장 그만두라”며 야단치던 손봉호 교수의 말을 언급하면서, 당시 치열했던 고민의 흔적을 내비쳤다.

“주위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교회 개척을 우려했다. ‘왜 그런 무모한 모험을 하느냐’, ‘좋은 교회의 청빙도 있잖나’, ‘남이 세워놓은 것을 헐어서 부스러기를 먹으려고 하느냐’, ‘땅따먹기 하지 마라’는 등의 이야기를 수없이 들었다.”

신학은 “텍스트와 콘텍스트의 대화”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는 박 목사는 북미주에 있는 수많은 한인 교회들이 북미주라는 현장(콘텍스트)을 무시한 채 한국 교회의 바람직하지 못한 전통을 그대로 답습한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이민 교회를 미국에 있는 한국 교회 정도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박 목사는 이민 교회로서의 정체성을 놓지 않으면서도 한어권과 영어권이 함께 호흡하며 공존할 수 있는, 그러면서 교회의 성장을 양적인 확장이 아닌 교인들의 성장과 지역사회의 변화로 규정하는 교회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이런 한인 교회 모델에 대한 아쉬움은 어느새 박 목사 자신에게 주어진 숙제로 다가왔다.

개척부터 재정 관리는 영어권 담당

98년 6월, 그렇게 기쁨의교회가 세워졌고, 올해로 꼭 10년째를 맞았다. 박 목사의 그런 목회적인 고민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지만, 교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서는 한어권과 영어권 회중이 동등하게 입장을 표현하고, 조정하고, 견제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선 작은 성과를 이뤘다.

기쁨의교회는 한어권과 영어권에 제직회가 각각 따로 구성되어 있는데, 한쪽에서 내린 결정을 다른 한쪽에서 받아들여야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소위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말이다. 재정적인 부분도 500불 이상 집행할 경우에는 양쪽 제직회의 동의를 얻어야 통과된다.

일반적으로 영어권 회중은 사역의 일관성, 혹은 정당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쉽게 말해 ‘왜’라는 질문을 자주 던지는 특징이 있다. 때문에 한어권 회중이 안건을 제시할 때 사역을 해야 하는 이유와 당위성을 설명하지 못하면 영어권 제직회에서 반려될 수도 있다. 그런 경우가 많지는 않지만 실제로 몇 차례 있었다.

반면 한어권은 사역에 대한 열정과 추진력, 헌신도가 높다. ‘왜’라는 질문보다 ‘어떻게’에 집중해 사안을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객관적인 정보를 가지고 판단하기보다는 주관적인 취향이나 느낌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분란을 초래하기도 한다. 교회 카펫 색깔 때문에 교회가 둘로 나뉘게 됐다는 전설적인 이야기는 그래서 나온 것이다.

기쁨의교회 한어권 회중이 밴을 사야 하는 문제 때문에 곤란을 겪은 적이 있다. 밴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모두 동의했지만 실제로 어떤 차를 사느냐는 부분에서는 의견차를 보였다. 당시 이 문제를 영어권 제직들에게 일임하기로 했고, 영어권 담당자들이 정보를 수집하고 자료를 검토해서 가장 좋은 조건의 차종을 한어권 제직들에게 제시했다. 이는 독립적이면서도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기쁨의교회 살림은 대부분 제직회에서 꾸려간다. 당회는 교회 살림보다 교회의 장기적인 비전을 세우고, 선교의 방향을 잡고, 사역자를 청빙하는 문제 등에 집중한다. 교회 재정 관리를 비롯해 행정적인 업무는 개척 이후 줄곧 영어권 제직회에서 맡아오고 있다. 1년에 한 번 열리는 공동의회 때에도 한어권과 영어권이 함께 참석해 머리를 맞대고 교회의 대소사를 의논한다.

고민도 있다. 교회의 몸집은 커지는데 언제까지 박 목사 혼자서 영어권과 한어권 모두 돌볼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현재의 구조를 유지하되 적합한 목회자를 섭외해서 팀 사역을 하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고, 장기적인 차원에서 분리 독립의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다.

   
 
  ▲ 열린 말씀 컨퍼런스는 '질문하는 것은 곧 믿음 없는 것'이라는 잘못된 등식을 깨고 강사와 청중이 쌍방향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지난번 열린 말씀 컨퍼런스의 모습. (사진 제공 : 기쁨의교회)  
 
‘듣고 묻고 답하다’ 열린 말씀 컨퍼런스

교회의 성장을 외적인 확장이 아닌 내적인 변화와 성숙으로 규정하는 기쁨의교회는 교인들을 정상적인 신앙인으로 세우기 위해 훈련하는 교회로 만들어가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교회의 회원 자격도 등록교인과 언약교인으로 나눴다. 언약교인은 기쁨의교회 교인으로서 모든 목회적 혜택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사역장의 역할을 맡을 수 있고,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가질 수 있는 권리와 책임이 부여되는 동시에 기쁨의교회 신앙 고백에 동의해야 하며, ‘첫사랑 반’을 통해 기쁨의교회 비전(vision)을 체득하고, 기독교의 기본 진리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배워야 하는 의무도 따른다.

평신도의 성장과 성숙을 위한 기쁨의교회의 고민은 컨퍼런스 형태의 열린 말씀 사경회를 만드는 것으로도 열매를 맺었다. 목회자에 비해 배움의 기회가 적은 평신도들을 위해 시작된 ‘열린 말씀 컨퍼런스’는 내용과 형식 면에서 기존 부흥회와 구별된다.

‘질문하는 것은 곧 믿음 없는 것’이라는 잘못된 등식을 깨고 강사와 청중이 쌍방향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불필요한 군더더기는 다 빼고 45분짜리 강의를 2개 듣고 청중이 강의 내용에 대해 질문할 수 있다. 또 컨퍼런스를 마칠 때는 강사들이 특정 주제를 놓고 좌담회를 갖는다. 이 역시 청중들도 함께 묻고 답할 수 있다. 중심 주제와 관련된 세부 주제별로 다양한 강사를 섭외해서 편식을 막는다. 또 모든 강사는 자신이 맡은 강의가 끝나도 계속 남아서 남은 일정에 참여하면서 청중과 지속적인 교제를 나누도록 했다.

평신도 입장에서는 중요하고 궁금하지만 교회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신학적인 문제들을 끄집어내 고민하는 자리로 만들었다. 첫 회는 ‘성령이 여는 은혜의 새 시대’라는 주제로 성경 중심의 건전한 성령론을 다루었고, 두 번째는 ‘참된 부흥이란 무엇인가’라는 테마를 가지고 왜곡된 부흥에 대한 이미지를 거두고 교회와 개인이 가져야 할 올바른 부흥의 바른 척도에 대해서 고민했다.

필라델피아에서 시작된 열린 말씀 컨퍼런스는 남가주 지역으로 확장됐다. 당시 컨퍼런스에 강사로 참여했던 김한요․송영재 목사 등이 서부 지역으로 사역지를 옮겨가면서 남가주에서도 열린 말씀 컨퍼런스가 자리잡아가고 있다. 작년까지 3회째를 맞았다.

올해는 ‘다시 교회를 논하다’라는 주제로 이 시대에 진정 회복해야 할 교회의 모습에 대해서 이야기할 생각이다. ‘현장 속에서 거룩한 교회’, ‘이민 교회가 풀어야 할 과제’, ‘세상을 향한 복음으로서의 교회’ 등의 주제로 박 목사를 비롯해, 박영배(뉴라이프선교교회)·노진준(갈보리장로교회) 목사와 정민영 선교사(국제 위클리프 선임 부대표)가 강사로 참여할 예정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