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우리 좀 보살펴주세요'
'목사님, 우리 좀 보살펴주세요'
  • 이승규
  • 승인 2008.06.19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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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저지 안디옥장로교회, 목사와 교인 갈등…뚜렷한 해결 방법 없어

   
 
  ▲ 황은영 목사를 반대하는 교인들은 '안디옥러브'라는 사이트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뉴저지에 있는 '안디옥장로교회'(목사 황은영)가 담임목사와 일부 교인과 갈등을 겪고 있다. 거의 10년째다. 교인들은 담임목사가 자신들에게 더 신경을 써주길 원하고 있고, 이것이 갈등의 요인이다.

황 목사를 반대하는 교인들은 교회 규모에 비해 담임목사의 외부 활동이 너무 많다고 주장했다. 황 목사는 2005년 미주한인예수교총회(KAPC)의 총회장을 역임했고, 그 이후에는 총회 산하 세계선교회 회장을 맡았다. 아무래도 외부 출타가 잦을 수밖에 없다. 그 이전에도 부흥회 등 외부 행사를 하기 위해 자주 교회를 비우는 일이 많았다는 게 교인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황 목사가 외부에서 뭔가를 자꾸 하니, 교인들을 대상으로 심방도 못하고, 새로 온 교인 역시 몇 번 나오다 나오지 않는 악순환이 계속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 교회는 성장 멈추고, 주변 교회는 성장하고'

안디옥장로교회는 1988년 창립됐고, 황은영 목사는 1989년 2대 담임목사로 이 교회에 부임했다. 그런데 관계가 처음부터 별로 좋지 않았던 모양이다. 교회에 부임한 지 1년 만에 당회원으로 있는 장로 8명이 모두 서명한 건의문이 황 목사에게 전달됐다. 건의문에는 '교인 대상으로 대심방 진행', '빈번한 출타의 제한'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교인들의 주장에 따르면 황 목사는 이 건의문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러나 실제로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2002년에는 다시 장로들이, 2006년에는 안수집사들이, 2007년에는 장로와 안수집사, 교인 100여 명이 비슷한 내용의 건의문을 올렸다. 하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목사와 교인들 사이에는 앙금만 쌓여갔다.

이런 와중에 교인들은 황 목사가 이렇게 건의문을 올린 사람들의 경우 주일예배 기도나 각종 교회 활동에서 배제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황 목사를 반대하는 한 장로의 경우 주일예배 기도에서 빠진 지 오래다. 교인들은 이밖에도 구역예배를 드리는 것, 교회에서 모임을 갖는 것도 황 목사가 일일이 간섭하고 감시를 했다고 주장했다. 지금 황 목사를 반대하는 교인들은 그래도 예배는 방해할 수 없다는 생각에 일단 안디옥교회에서 주일예배를 한 뒤 따로 모처에 모여 모임을 하고 있다.

교인들이 황 목사에게 실망할 만한 사건이 몇 개 있었다. 2005년 6월에는 Faith 신학교로부터 명예박사 학위를 받는 장소로 교회를 사용했다. 교인들은 가뜩이나 교회가 힘든데, 자신의 박사 학위 수여식을 교회에서 하는 게 영 마땅치 않았다. 2004년 5월에 열린 선교 바자회에서 황 목사 동생이 그린 그림을 교인들에게 판매한 뒤 선교 헌금으로는 800불밖에 내지 않아 교인들의 원성을 들었던 일도 있었다.

노회 중재 통하지 않아

교인들은 교회 내에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노회에 상소를 했다. 노회는 2007년 수습위원회를 구성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지만, 교인들이 원하는 결론(황 목사의 해임이나 교체)을 내리지는 않았다. 자신들의 생각과 다른 결론이 나자 교인들은 노회를 불신하고 있다. '가재는 게 편'이라는 것이다. 교인들 입장에서는 노회와 총회가 자신들의 말은 귀담아 듣지 않고, 황 목사만 두둔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노회 수습위원회가 교회 분쟁 해결을 위해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노회 수습위원회는 안디옥교회를 찾아 황 목사와 그를 반대하는 교인들과 2시간 동안 각각 면담을 했다. 노회 수습위는 교인들에게는 '이해'를 구했고, 황 목사에게는 '책임'을 요구했다. 그러나 '담임목사가 떠나야 한다'는 교인들의 주장과 '큰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왜 나가야 하느냐'는 황 목사의 주장 사이에서 뾰족한 묘수를 찾지 못했다.

노회 수습위원회가 '오버'한 부분도 있다. 황 목사에 대한 판결을 하면서 '노회 소속 지교회에 노회 소속 및 재산권의 분쟁이 발생할 경우 그 분쟁이 해결되고 지교회가 원만하게 수습될 때까지 그 지교회의 재산 관리권을 해 노회가 갖는다'는 내용의 공문을 교인들에게 보냈다. 교인들은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이냐"며 "교회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할 생각은 하지 않고, 재산 지킬 생각만 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로선 갈등을 풀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아 보인다. 담임목사가 나가든지, 목사를 반대하는 교인들이 나가든지 둘 중 하나다. 그러나 황 목사는 전혀 나갈 생각이 없어 보인다. 황 목사를 반대하는 교인들은 공동의회 소집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서 담임목사를 포함해 장로들까지 신임을 한꺼번에 묻자는 얘기다. 황 목사를 반대하는 교인들은 신임투표를 해 황 목사를 원하는 교인이 많으면 결과에 수긍해 교회에 남든지, 나가서 교회를 따로 만들겠다고 했다. 현재 안디옥교회 교인은 150여 명(황 목사를 반대하는 교인들 주장)인데, 황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과 반대하는 교인의 숫자는 비슷하다고 말했다. 신임투표를 하더라도 자신들이 이길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그런데 공동의회를 열기 위해서는 법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미주한인예수교장로회 헌법 정치 제4장 4조에는 '위임목사 : 조직된 지교회의 청빙을 받고 노회로부터 위임을 허락 받은 목사니,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그 담임한 교회에서 종신토록 시무한다'고 되어 있다. 노회나 황 목사는 공동의회를 열 마음이 없다. 교인들은 공동의회를 열기 위해 법원에 판단을 요청한 상태다.

<미주뉴스앤조이>는 황은영 목사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3주에 걸쳐 수차례 전화를 했다. 하지만 황 목사는 6월 8일 부목사를 통해 △기자를 만나고 싶지 않다 △기사를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해왔다. <미주뉴스앤조이>는 꼭 한번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다시 전달했지만 6월 18일 현재까지 연락이 오지 않았다.

교회 정관이 공동의회 개최 판가름
 

안디옥교회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이 되기 위한 전제조건은 공동의회 개최 여부다. 이미 일부 교인은 공동의회 개최를 요구하는 청원서에 서명을 했다. 황은영 목사를 반대하는 교인들은 이 공동의회에서 황 목사와 장로들의 신임을 묻고, 거기에서 나오는 결과대로 따르겠다고 했다. 황 목사를 반대하는 교인이 많으면 황 목사가 나가고, 반대하는 교인이 소수면, 자신들이 나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현 미주한인예수교장로회 법으로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위임목사의 신임을 물을 수 없다. 노회의 한 목사는 교인들이 요구한다고 해서 무조건 담임목사 신임투표를 할 수 없다고 했다. 장로교 정치의 근간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또 목사 신임투표는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했다. 사고를 친 목사가 자신을 지지하는 교인이 많은 점을 이용, 신임투표를 통해 살아남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가지 변수가 있긴 하다. 안디옥교회는 지난 1990년 성전 건축을 추진했다. 당시 돈이 모자라 융자를 받기 위해 은행 문을 두드렸다. 그런데 융자를 받기 위해서는 교회 정관을 필히 제출해야 한다. 교회 정관이 없으면 총회가 마련한 정관을 제출해도 된다.

하지만 당시 안디옥교회는 정관이 없었고, 부랴부랴 만들어 제출한 정관은 미국인이 목사로 있는 침례교회의 것이었다. 안디옥교회는 여기서 이름과 일부 내용만 바꾸고 은행에 제출했다. 이로 인해 안디옥교회는 융자를 무사히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침례교회의 정관 중 이런 내용이 있었다. '교회의 운영은 노회 및 총회와 전혀 상관이 없다'. 이 정관에 따르면 안디옥교회는 노회나 총회의 결정과 상관없이 공동의회를 열 수 있다. 독립교회였기 때문에 이런 내용이 들어갔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아무튼 안디옥교회는 여기서 교회 및 노회, 총회 명칭만 바꿨다. 당시에는 이 정관을 제출했다는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근에 우연히 서류가 발견됐다. 

황 목사를 반대하는 교인들은 이를 근거로 노회나 총회에 허락 없이 공동의회를 열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교인 150여 명 중에 110여 명이 공동의회 개최에 찬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회 쪽의 입장은 다르다. 노회 역시 이 정관을 제출한 사실은 인정한다. 하지만 정관을 은행에 제출할 당시 건축위원장 등 일부 인사들은 알고 있었다고 했다. 그 때는 황 목사에게 아무런 이의제기를 하지 않고, 지금 사이가 나빠지니까 문제를 삼는 건 정당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인들은 남의 교회 정관을 가져다가 은행에 제출한 사실은 몰랐다고 했다. 이 정관은 현재 법원에 제출돼, 법원의 중재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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