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인들 간 갈등 속에 칠순 권사 부상
교인들 간 갈등 속에 칠순 권사 부상
  • 홍성종
  • 승인 2008.06.24 1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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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로가 밀었다" "권사 스스로 넘어졌다" 엇갈린 주장

   
 
  ▲ 사건 자체는 우발적인 성격이 짙다. 그러나 주일학교 어린이들이 보는 앞에서 칠순 넘은 할아버지 장로와 할머니 권사가 교회 마당에서 말다툼을 벌이다 한쪽이 넘어져 척추가 골절되는 상해를 입은 사건이 불거지면서, 다툼을 불러온 교회 이슈들이 한 꺼풀씩 벗겨지고 있다.  
 
5월 4일 주일 오후 1시 15분경, 이 교회 친교실 앞에서 최영미 권사(74)와 정 아무개 장로(71)가 교회 문제를 놓고 언쟁을 벌였다. 최 권사의 주장에 의하면, “장로님께서 교회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았다”고 항의하자 정 장로가 자신을 약 7~8미터 뒤로 밀었고, 이 때문에 최 권사가 뒤로 넘어졌다. 그러나 정 장로는 이러한 사실을 부인했다. 작은 승강이를 벌이다가 최 권사가 스스로 넘어졌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최 권사와 정 장로는 처형·제부 관계이며, 이번 사건 이전에 “별다른 다툼은 없었다”고 최 권사는 전했다.

당시 최 권사는 충격으로 머리 뒷부분이 심하게 부어올랐고, 허리와 목의 통증을 호소했다. 최 권사를 간이침대로 옮긴 교인들은 최 권사의 머리가 계속 부어오르자 이를 붙잡고 “어떡하냐, 어떡해” 하면서 울부짖었고, 급히 911에 구급차를 요청하며 급박한 상황을 맞았다.

구조대원들이 오기까지 최 권사는“스스로 넘어졌다”는 말이 억울한 듯 간이침대에 누워 머리를 부여잡고 “나 운동한 사람이야, 그렇게 쉽게 안 넘어가, 물 한 방울 없는 바닥에 내가 미끄러졌겠느냐”고 호소하다가 목이 메기도 했다.

최 권사, “스스로 넘어졌다”는 말에 억울함 호소

911 신고 후 약 10여 분이 지나자 경찰이 먼저 도착해 정황을 파악했고, 곧바로 구조대원이 도착해 목 부위를 고정한 후, 들것에 옮겨 실었다. 이 광경을 몇몇 주일학교 어린이들이 굳은 표정으로 시종 지켜보았다.

경찰은 이 자리에서 피해자와 가해자의 증언을 따로 분리해 들었다. 정 장로 측은 시종일관 부인했다. 그러나 현장을 목격한 어린이들을 따로 불러내 한동안 증언을 들어가던 경찰의 표정은 굳어졌다. 그러나 정 장로 신변에 대한 즉각적인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 아마도 증언이 엇갈리고, 목격자가 어린이라는 데 판단의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 권사를 잭슨빌 메모리얼병원으로 후송하기까지 구조대원이 교회에 약 40여 분 머무르는 동안 이 목사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 목사는 최 권사가 누워 있던 옆방 친교실에 있었지만 반대 측 교인들이 껄끄러워서인지 얼굴을 내비치지 않았다. 그러자 일부 교인은 “교인이 다쳤는데 어떻게 목사가 내다보지도 않느냐”는 핀잔을 하기도 했다.

정밀 진단을 받은 최 권사는 머리 내부의 출혈은 없는 것으로 판명되었지만, MRI 촬영 결과 척추 골절이 발견돼 수술을 받아야 했다.

   
 
  ▲ 자신들이 눈으로 본 것을 진술하는 학생들. 목사 측 일부 어른들은 학생들을 소리치며 나무라기도 했다. 이날 어린이들은 교회에서든 세상에서든 어른들의 세계에는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 '진실'이 될 수 없다는 씁쓸한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성도가 다쳤는데 목사가 내다보지도 않느냐” 일부 교인 항의


폭행 사건 전후로 이날 하루 이종오 목사는 한 시간 간격으로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이 목사는 주일 예배가 끝나고 이례적으로 한 시간 동안 신상 발언을 했다. 이 자리에서 이 목사는 항간에 떠도는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거나 해명했다. 일부 내용은 인정하며 “덮고 가자”고 호소했다. 이 목사가 대화 도중 눈물을 흘리기까지 하자, 일부 교인들은 같이 따라 울고, ‘아멘’으로 맞장구를 치기도 했다.

해명을 마친 이 목사의 표정은 흡족해 보였다. 식당에 들어선 이 목사의 표정은 짐을 덜어서인지 밝아 보였다고 교인들은 전했다. 그러나 문제를 제기해오던 일부 교인들은 “목사의 위선적인 행동이 수차례 반복됐다”며, 진정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그렇지만 대세는 이 목사 쪽으로 기우는 듯했다.

그러나 전혀 예상치 못한 사건이 떠졌다. 근본적인 해결 없이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려는 목사의 해명에 교인 간 설전이 벌어졌고, 급기야 가족 간 몸싸움 시비에 부상으로 번진 것이다.

목사 반대 측 교인들은 가해자로 지목된 정 장로 문제와 이 목사를 별도로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일부 교인들은 “우리 교회에는 목사가 두 사람이다. 한 사람은 이 목사이고, 한 사람이 정 장로이다”라고 비꼬았다. 이 목사는 최근 불거진 일련의 문제에 대해서도 “정 장로와 협의해서 결정했다”고 항변했다.

이 목사 해명 직후 진정성 두고 말다툼 벌여

최 권사의 부상으로 난처해진 정 장로는 사고 다음날 찾아가 사과를 했고, 최 권사는 “목회자가 문제를 잘 매듭짓도록 해달라”고 권면하는 선에서 더는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정 장로가 교인과 지역 주민에게 여러 차례 사실 관계를 부인하면서 “혼자서 넘어진 걸 가지고 사람을 난처하게 한다”고 주장하자, 최 권사는 마음을 바꿔 정 장로를 상대로 관할 법원에 접근 금지 명령 요청을 제출했다. 그러나 최근 6월 16일 공판 결과 최 권사의 요구는 기각되었다.

이날 공판에서 최초 목격자였던 어린 학생들은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관할 법원으로부터 공식적으로 ‘혐의 없음’을 인정받은 정 장로와 측근들은 이날 법원에서 환호성을 질렀다. 현재 교회 안팎에는 “최 권사가 망령 들었다”는 소문까지 떠돌고 있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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