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상황에 대한 뉴욕 목사들의 엇갈린 시각
한국 상황에 대한 뉴욕 목사들의 엇갈린 시각
  • 박지호
  • 승인 2008.06.30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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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촛불 시위는 좌파 세력의 체제 전복 시도"…일부, "대통령 리더십에 문제"

   
 
  ▲ 한국 YMCA 전국연맹이 6월 30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고 평화적인 '눕자행동'에 대한 경찰의 폭력진압을 규탄했다. 뉴욕에서 목회하는 목회자 대부분은 이들을 체제를 전복하려는 좌파 세력으로 보고 있다. ⓒ뉴스앤조이 김은석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는 한국의 정치·사회적 상황에 대해서 뉴욕 한인 교회 목사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불거진 논란과 이에 반대하며 전국으로 확산된 촛불 시위, 그리고 이번 사태로 도마 위에 오른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서 한인 목사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도덕적 기반이 부실하고, 경제적인 잣대로 모든 것을 재단하는 이명박 대통령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고, 정부와 국민에 대해 양비론을 펴는 목회자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목회자들은 보수적인 시국관을 드러냈다. 정부의 잘못을 인정하긴 하지만 정부의 잘못보다는 좌파 세력에 선동된 국민들의 과도한 시위를 우려했고, 이명박 대통령의 실수보다는 이제 갓 100일 지난 정부를 흔든다며 국민들을 나무랐다.

김중언 목사, "이렇게 시비하면 어느 대통령이 나와도 마찬가지"

김중언 목사(후러싱제일교회)는 쇠고기 수입 논란에 대해 국민들의 반응이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김 목사는 "미국에서 쇠고기를 먹는 사람 입장에서는 너무 지나치게 반대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얼마만큼의 객관적인 자료를 가지고 반대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가 협상까지 하면서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금지한 것은 정부가 스스로 잘못을 인정한 것 아니냐"는 물음에는 "정부가 협상하는 과정에서 국익을 위해서 쇠고기에서 밀린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 쇠고기 수입 문제만 가지고 그러면 정부가 어떻게 일을 하겠나"며 좀 피해를 보더라도 실리를 추구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김 목사는 촛불 시위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다. 김 목사는 "못 먹을 것 먹게 했다면 나와서 시위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쇠고기 수입 문제를 빙자해서 정권 퇴진까지 거론하는 것은 다른 세력이 개입되어 있어서 그렇다"며 배후를 의심했다.

작년 대선 때 뉴욕 '명박사랑' 고문이었던 김 목사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서 변함없는 지지를 보냈다. 김 목사는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실력을 발휘하지 이렇게 모든 것을 촛불 시위하면서 시비하면 어느 정권이 일을 할 수 있겠나"며 촛불 시위에 나선 국민들을 나무랐다.

손영구 목사, "촛불 시위는 좌파 세력의 체제 전복 시도"

빨갱이 나라에서 벗어나려면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던 손영구 목사(명박사랑 고문, 뉴욕산정현교회 담임)는 현재의 논란을 좌파 세력의 선동으로 규정했다.

손 목사는 "논란의 시작은 쇠고기 문제로 시작했지만, 뒤에 내포되어 있는 것들은 새 정부에 대한 타도, 즉 불순 세력들, 진보 세력들, 반미 친북 세력들이 좌지우지하고 있다"며 이념적인 시각을 거두지 않았다.

촛불 시위에 대해서도 "10년 동안 좌파 정권에서 병든 것이 표출되는 것"으로 해석했다. 손 목사는 "촛불 시위는 일종의 사보타주(sabotage)다. '친북 반미'가 되어야 하는데 (현 정부가) '반북 친미'로 흘러가니까 그걸 싫어하는 좌익 세력이 은밀하게 작용하는 전복 기도 행위"라고 해석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100일 만에 추락했지만 손 목사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도력에 문제가 있다고 보지 않았다. 손 목사는 "사람들이 정신이 온전치 않기 때문에 지금 말해야 좋을 게 없다"고 조심스러워하면서, "값싸고 질 좋은 쇠고기를 먹을 수 있도록 한 것은 잘 한 거다. 이명박 대통령 같은 사람이 어딨나"며 이 대통령을 추켜세웠다. 또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고졸 출신이었기 때문에 실패했지만, "이명박 대통령이야말로 대학도 나오고 취업을 하고 경험이 많고 성공 신화가 있기 때문에 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석환 목사, "중·고등학생 시위 주도? 전교조 영향 때문"

   
 
  ▲ 경찰 100여명이 곤봉과 방패, 군화발로 내리찍으며 '눕자행동'참가자 50여명을 무참히 짓밟으며 지나가고 있다. ⓒ사진제공 YMCA 촛불시민행동  
 
신석환 목사는 쇠고기 파동의 본질은 "쇠고기라는 명의를 사용하는 것일 뿐 막 출범한 보수 정권을 향한 좌파 세력의 저항 시위이며 정권을 타도하려는 구호"로 해석했다. 신 목사는 "시위 주동자는 전문 운동권, 즉 좌파의 핵심 인간들이며, 거기에 편승한 전교조와 그들의 제자들, 할 일 없는 백수들, 철없는 민중들"이라고 진단한 어느 여당 의원에 말을 인용하면서 "백번 일리가 있는 견해"라고 주장했다.

신 목사는 이명박 정권의 도덕성 문제에 대해서도 "새 정부에 등용된 그 분들 그 나이에, 그만한 경력 치고 대한민국에서 온전히 청렴결백한 자가 과연 몇이나 있을 것이냐"며 '부자 내각'을 옹호했다. "무슨 목사를 뽑고 신부를 뽑고 고승대덕을 선발하는 것도 아닌데 다소 지나치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에 리더십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도 "취임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야단이냐"며 어이없어했다. "능력이 출중한 사람도 요새처럼 난리법석이면 얼이 빠질 정도인데 자질이 제대로 발휘될 리가 없다"는 것이다. 또 "언제는 CEO 대통령이 나왔다고 그 야단들을 떨며 좋아하더니 이제는 왜 그게 치명적인 요소가 되었는지 까닭을 알고 싶다"며 "한마디로 논리에 깊이가 없고 선동의 치졸함에 지나지 않고 냄비와 같은 민족성이 한 몫을 단단히 거드는 것뿐"이라고 비판했다.

정수명 목사, "사단의 역사로 봐야 한다"

정수명 목사(전 뉴욕교회협의회 회장)는 "신문도, 뉴스도 안 보기 때문에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시위가 있다는 것 정도만 알지만, (한국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의 논란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는 물음에는 "뭐 좀 해보려면 사단의 역사도 있어서 어려움을 당하는 거 아닌가 생각한다"고 영적으로 해석하면서 "장로님이 대통령이 되셨는데, 하나님의 영광이 나타날 수 있도록 일이 잘 처리되길 위해서 기도한다"고 했다.

롱아일랜드 A 목사, "속단하기 어렵다"

롱아일랜드 A 교회 B 목사는 "상당히 복합적인 것 같다"며 섣부른 판단을 자제하면서 "단순히 광우병에 대한 반감이라기보다 현재 정권에 대한 불만의 반작용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협상 문서도 제대로 번역하지 못한 졸속 협상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잘못도 크다"고 말했다.

촛불 시위에 대해서는 "국민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정부가 잘못한 정리하고 사태를 수습하도록 한 발자국 물러서서 기다리면서 인내하는 성숙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친북 좌파의 선동이라는 일부 목회자들의 발언에 대해서는 "판단할 수 있는 정보가 없기 때문에 속단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플러싱에 있는 C 교회 D 목사는 쇠고기 논란에 대해서 경제적인 논리만 따지는 정부를 질책했다. "하나 주고 열 개를 얻는다는 실리적인 논리로 쇠고기 협상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미국한테 내어주는 한 가지가 국민들의 건강에 치명적이라면 정부는 경제적인 논리만 따질 것이 아니라 국민을 보호하는 쪽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촛불 시위에 대해서도 "100만 명이 넘는 국민이 촛불을 들었다는 것은 정부가 국민의 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라며 소통에 둔감한 현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정당한 반응이라는 입장이다. 또 "100% 안전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다. 그래서 국민들은 재협상을 요구하고, 검역 주권 확보를 외치면서 촛불을 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목회자들이 색깔론으로 치부하는 것에 대해서는 "쇠고기 수입에 반대한다고, 정부의 입장에 반한다고 모두 빨갱이로 몰아붙이면 대화를 하지 말자는 얘기다. 더군다나 교회나 목회자까지 나서서 이념 대립으로 몰아가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경계했다.

D 목사는 "기독인 지도자이기에 도덕성을 추구하는 것이 중요한데, 3만 불, 4만 불만 강조하는 것이 마음이 아프다"며 모든 것을 경제적인 잣대로 판단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에 우려를 나타냈다.

* 현 정부에 대해서 다소 비판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이들은 실명을 드러내기 꺼려했습니다. 실명을 공개하지 않는 조건으로 의견을 전해주었습니다. 이는 미국에서도 특히 더 보수적인 뉴욕 한인 사회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목사 자신은 상대적으로 덜 보수적인 견해를 갖고 있더라도 대부분의 한인 교계 교인들이 매우 보수적이기 때문에, 자신의 발언 때문에 자칫 교회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독자들께서도 이 점을 감안하고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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