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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목사의 이날 설교는 교회를 비판하지 말라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교회를 비판하면 하나님이 벌을 주신다는 전형적인 저주성 설교였다. 우리가 사랑의 하나님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정말 무서운 하나님이라는 것이다. 마지막 날에 하나님의 심판이 있는데 이 사실을 모르면 자기 마음대로 행동한다고 했다.
이런 설교를 목사가 할 때는 대개 교회 내부에서 담임목사를 반대하는 교인들이 있을 때나 교회 분쟁이 일어났을 때다. 이 상황에서 많은 목사는 자신을 비판하는 것과 교회를 비판하는 것, 그리고 하나님을 대적하는 것을 동일시한다.
'비판하는 사람들은 뭘 해도 비판해'
6월 29일 김승희 목사의 설교가 그랬다. 그의 얘기를 들어보자. 김 목사는 마귀가 왜 예수님을 팔 사람으로 가룟 유다를 택했느냐는 질문으로 설교를 시작했다. 그에 따르면 가룟 유다가 비판을 잘하고 흥분을 잘하기 때문에 그렇다. 비판을 잘하는 사람들은 예수님 발에 향유를 부은 마리아도 비판한다고 했다. 300데나리온이나 되는 향유를 예수님 발에 붓지 말고 팔아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면 좋지 않겠느냐고 비판했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예수님은 이런 사람들한테 '저런 도적놈들아, 여자를 가만히 두어라' 등의 말로 꾸짖었다며, 비판하고 흥분할 일이 있어도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비판하고 흥분하면 마귀가 독수리처럼 다가온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 목사는 지난 2월 한국에서 숭례문을 방화한 70대 노인의 이야기를 예화로 들며, 범인이 비판과 흥분을 잘했기 때문에 벌어진 사건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이런 성격을 온유한 성격으로 고쳐야 한다며, 예수님의 말씀으로 깨져야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깨지지 않고 비판과 흥분을 자주 하는 사람은 지옥 불에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또 교인들을 향해 가정과 사업장을 위해 기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교회를 위해 기도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김 목사는 만약 가룟 유다가 하나님의 심판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예수를 파는 엄청난 짓은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하나님은 사랑의 하나님만은 아니라며, 심판을 내릴 때에는 얼마나 무서운지 모른다고도 했다. 하나님의 심판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면 마음대로 행동하기 때문에 항상 심판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는 얘기도 했다.
그런데 김승희 목사는 왜 이날 이런 설교를 했을까. 교회 분쟁이 있는 것도 아니고, 교인들 중에 김 목사나 교회를 비판한다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데 말이다. 궁금증은 김 목사의 다음 말에서 곧 풀렸다.
"누가 신문사에 제보했다더라"
▲ 초대교회 교회 요람에 있는 조직표에는 당회와 공동의회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하지만 교회 건물을 매각하는데, 많은 교인은 과정을 잘 모르고 있다. | ||
그런데 1,000만 달러에 달하는 건물이 매각되는 일을 많은 교인들은 <한국일보>를 보고서야 알았다. <한국일보>가 이 기사를 게재한 것도 뉴욕초대교회에 다니는 한 교인이 신문사로 전화를 걸어, '교인들도 모르게 건물이 팔릴 수 있느냐'며 '자세한 사정을 알아봐달라'는 제보 전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김승희 목사가 설교 시간에 한 얘기다.
김 목사는 가계약을 맺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했다. 처음에는 대출을 받으려고 했지만 경제가 어려워지는 바람에 포기했는데, 부동산 회사에서 1,000만 불을 주겠다고 해서 건물을 팔고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이런 과정은 건축위원회와 당회를 다 거쳤다고 했다. 뉴욕초대교회와 부동산 회사가 맺은 가계약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현재 교회가 있는 자리에 11층 건물을 세울 수 있도록 시가 허가를 해주어야 한다. 부동산 회사는 이를 위해 조사를 하고 있고, 아직 이것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완전하게 계약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게 김 목사의 설명이다. 김 목사는, 교회 주차장이 너무 비좁고 아이들 공간이 너무 적기 때문에 다른 장소를 알아보고 있는 것이라며, 대책 없이 일을 진행하지 않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김 목사는 마지막으로 "자세한 얘기는 신문을 보라"고 했다. 1,000만 불이나 되는 교회 건물을 파는데 정작 교회의 대다수를 구성하는 교인들은 이 과정을 신문을 보고 알아야 하는 것이다. 김 목사의 말대로 많은 교인은 교회 건물이 팔린다는 사실을 신문을 보고 알았다. 공동의회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회 요람을 보면 교회 재산을 처분하는 데 꼭 공동의회를 거치지 않아도 될 것처럼 보인다. 당회의 임무 중에는 '지교회 부동산 관리'도 있기 때문이다. 당회를 구성하는 인물은 김승희 목사와 박종규 장로 둘뿐이다.
하지만 교회 요람에 있는 조직표 상에는 당회와 공동의회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공동의회에는 세례 받은 전 교인이 참여할 수 있다. 그리고 임무 중에는 '당회가 제시한 사항을 토의 결정'하는 것도 있다. 하지만 이 교회는 건물을 팔면서 공동의회를 거치지 않았다. 공동의회를 통하든 다른 절차를 거치든, 1,000만 불이나 되는 건물을 파는 일에 대해서 많은 교인이 몰랐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