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나라, 타이틀이 아니라 콘텐츠다
하나님나라, 타이틀이 아니라 콘텐츠다
  • 박지호
  • 승인 2008.07.04 12: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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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STA USA 2008 4] 선배가 후배에게, '화초에서 잡초 신앙으로'

   
 
  ▲ 선배 코스탄인 최원영 교수는 후배 코스탄들에게 자신의 일과 하나님나라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를 고민하라고 주문했다.  
 
'너희들 마음 내가 안다.' 외롭고, 서럽고, 고달픈 유학 생활. 나를 이해하고 받아줄 수 있는 지지 그룹도 없고, 신앙생활마저 쉽지 않다. 코스타 10년차인 선배 코스탄 최원영 교수(네브라스카대학)가 선택식 강의에서 후배 코스탄을 위해 입을 열었다. 그는 유학 생활을 광야에 비유하면서 어떻게 하면 힘든 이 시기를 통해 자생력 있는 신앙인으로 거듭나고, 하나님나라의 꿈과 자신의 꿈을 연결시킬 수 있을지 후배 유학생들과 함께 고민했다. 

최 교수는 먼저 "유학 생활을 하면서 전면에 등장하게 되는 비전 성공, 학위라는 키워드를 다시 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면서 "우리한테 중요하게 생각되는 키워드가 과연 어떻게 하나님나라와 연결되는지 연결점을 살펴보라"고 권면했다. 다음은 최 교수의 강의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유학생의 현실

유학생은 우선 외롭다. 특별히 아플 때 더욱 외롭다. 1991년에 유학을 와서 학교 아파트에 살았다. 공부하다 급하게 기숙사에 들러 점심을 먹으려고 통조림을 따다가 손을 베었다. 손을 베었다. 동일한 일을 한국에서 겪었다면 그저 부주의해서 생긴 일이라 생각하고 넘어 갈 수 있지만 사소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굉장히 서러웠다.  고작 85센트짜리 통조림 먹으려다 피를 봐야 하나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또 크리스마스 때나 부활절 같은 명절이 되면 모두 가족을 찾아가는데 나는 혼자 집을 지켜야 할 때도 서러웠다. 한국에 가족과 친구들과 같은 지지 그룹이 있지만 그들과 내가 겪는 아픔과 외로움을 공감할 만한 접촉점이 없기 때문에 깊이 대화하기도 어렵다.  

유학생들은 문화 충돌과 좌절을 경험한다. 영어 단어는 아는데 의미를 모를 때 당황스럽다. 슈퍼마켓 점원이 'paper or plastic?' 하고 물어보는데, paper도 알고 plastic도 아는데 무슨 말인지 몰라 당황스러웠다. 이럴 때마다 좌절감을 겪고 자존감에 심대한 손상을 가져온다. 한국에서는 똑똑했지만 미국에서는 언어적으로 문화적으로 미숙하기 때문에 실수도 많이 하게 되면서 자신감을 잃게 된다. 

신앙생활마저 만만치 않다. 상당수의 대학교 주변 교회가 열악하고, 양육 시스템도 거의 없다. 그런데 교회 일손이 모자라기 때문에 교회에서 필요한 사역에 과도하게 투입된다. 그러면 과도한 사역으로 인해 지치고 탈진하는 경우가 생긴다. 결국 내가 교회의 부속품인가 하는 자괴감까지 갖게 되고 급기야 교회를 떠나기도 한다. 

유학생의 현실은 안팎으로 고립된 구조다. 이런 시간이 지속되면 생존해야겠다는 의식이 강해지고 점점 내면이 독해지고 건조해진다. 학위와 졸업을 하는 것이 단기적 삶의 목표가 되고 그 외의 모든 것을 학위 취득 이후로 미룬다.

   
 
  ▲ 최원영 교수가 유학 시절 겪은 고충을 이야기하자 참석자들도 공감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탈출구는 무엇인가

해답은 두 가지다. 상황이 바뀌던지 태도가 바뀌던지. 상황이 바뀌기는 힘들어도 현실을 대하는 태도는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어려운 유학생활을 통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로 삼고 영적 도약을 위해 진지한 성찰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저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친다면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대안 1. 의존적인 신앙에서 벗어나라

말씀 좋고 시스템이 잘 갖춰진 큰 교회에서 신앙생활하고 있다고 내 신앙이 자라고 있다는 생각하면 오산이다. 반대로 열악한 신앙 환경에서 지낸다고 신앙이 자라지 않는 것도 아니라는 말이다. 자생적인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스스로 훈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누군가에게 의존하는 신앙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활용하라.

얼마 전 윌로우크릭교회가 세상을 깜짝 놀랄만한 발표를 했다.  빌 하이벨스목사는 그의 사역을 통해 제자를 키워내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훌륭하고 좋은 시스템이 나의 신앙 성장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며, 좋은 교회 다니는 것이 좋은 신앙인을 만드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사건이다.

대안 2. 중요한 것은 타이틀이 아니라 콘텐츠다

성공이란 무엇인가. 학위를 받고 교수되고 코스타 강사 되는 것이 성공인가. 일반적으로 타이틀을 나의 비전이라고 여긴다. 아니다. 콘텐트가 나의 비전이다. 어떤 콘텐츠를 가지고 세상을 섬길 것인가를 찾아야 한다. 세상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은 두려움이다. 하지만 우리가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콘텐츠에 초점을 맞추면 평안할 수 있다.

타이틀은 도구일 뿐이다. 대통령이 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국정을 운영할 것인지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면 하나님이 기회를 주신다. 최춘선 할아버지는 할아버지라는 타이틀 외에 아무런 타이틀도 없었지만 선한 영향력을 끼쳤다. 보이는 것에 삶을 거는 대신 보이지 않는 것에 인생을 걸라.

대안 3. 우리 모두는 사역자다

주님은 우리 각자를 사역자로 부르신다.  여기에는 예외는 없다.  주님께서 우리를 사역자로 부르신다면 그 의도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내가 왜 낯선 곳에서 깨지며 고생하는지 고민해보아야 한다.  주님은 우리의 성격, 재능, 경험 뿐 아니라 아픔마저도 사용하길 원하신다.  무엇을 위해서?  하나님나라가 해답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병들어 있으며 정의롭지 않다. 치열한 경쟁 속에 있는 zero-sum society로 보인다. 주님은 주님을 주인으로 고백하는 제자들을 통해 이 세상을 치유하시길 원하신다. 우리 각자는 세상에 보냄 받은 그리스도의 대사이다.  따라서 내가 속한 공동체, 직장, 학교, 가정에서 어떻게 하나님의 나라를 선포할지가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라고 할 수 있다. 내 삶의 전 영역에서 어떻게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할 수 있는지 고민해보아야 한다. 나는 현재 3명의 대학원생을 지도하고 있다. 그들을 나의 성공을 위한 도구로 파악할 것인가, 아니면 내가 그들의 디딤돌이 될 것인가? 이 문제는 주님께서 나에게 허락하신 숙제다. 나는 과연 어느 편에 설 것인가?

대안 4. 하나님나라를 바라보라


주님이 원하시는 곳에 서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영적 갈망이 필요하다.  다음은 내가 지어낸 이야기다.

"한 소년이 산골마을에 살고 있었다. 첩첩산중에 있는 마을이다. 그 마을에 전설이 하나 있었다. 저 산을 건너면 바다라는 큰물이 있다는 전설이었다. 그 마을의 어느 누구도 그 전설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 날 한 소년이 산에 올라서 그 바다를 보게 됐고, 그 전설은 그 소년으로 인해 현실이 되었다"

오늘날 우리에게 하나님나라는 전설과 같은 대상이다. 대다수가 어렵고 힘들다고 포기해버린 것 같다.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고 눈물이 없는 나라, 사랑과 정의가 통치 이념인 나라가 하나님나라다. 백성을 위해 만왕의 왕이 죽는 나라가 하나님나라다. 어렵고 힘들지만 유학 생활을 통해 이 하나님나라의 한 귀퉁이라도 경험했으면 좋겠다.

하나님의 꿈을 이루는 사다리가 되라

나의 꿈을 이루기위해 하나님을 사다리로 이용할 수 없다.  오히려 하나님의 꿈에 감동해서 그 꿈이 내 꿈이 되는 일, 그래서  내가 주님의 사다리로 쓰임 받는 일, 이 것을 우리가 유학생활을 통해서 추구해야 한다.  내가 가진 것을 가지고..  나의 꿈을 하나님이라는 사다리로 이루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꿈에 감동해서 이 꿈이 나의 꿈이 되는 것이다. 내가 가진 것을 가지고 어떻게 이것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고민하는 것이다. 나의 전영역이 하나님의 꿈을 이루는 사다리가 되어야 한다. 어려움을 통해서 하나님의 꿈에 감동한 우리가 나를 사다리 삼아서 하나님의 꿈을 이루는 것이 진정한 유학 생활이다. 이런 것을 할 때 내안에 참 기쁨이 생긴다. 하나님나라 건설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어라. 그것이 바로 비전이고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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