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STA USA 2008', 성과와 한계
'KOSTA USA 2008', 성과와 한계
  • 박지호
  • 승인 2008.07.13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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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타 통해 '섬길 대상' 발견할 수 있어야

   
 
  ▲ 2008년 코스타 수련회 포스터에는 전쟁과 돈 등을 상징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미주 한인 청년 집회인 ‘KOSTA USA 2008’이 6월 30일부터 나흘간 시카고에 있는 Wheaton college에서 열렸다. 올해 대회의 주제는 '이 시대에 바른 길로, 주의 나라가 임하시오며'였다. 첫째·둘째 날 저녁집회는 갈보리교회 노진준 목사가, 셋째·넷째 날 저녁집회는 OMF 한국 대표인 손창남 선교사가 설교했다.

저녁집회 전에는 ‘일터의 현장’이란 순서에는 평생 노숙자 사역에 몸담아온 김진숙 목사와 서울대학교에서 ‘국제예배’를 만드는 데 기여한 김명문 교수, 코스타에서 5지역 멘토를 맡고 있는 김동록 박사가 나와 사역을 소개했다. 오전에는 화종부 목사가 세 차례에 걸쳐 하나님나라 백성으로서의 삶의 태도와 방향에 대해서 강의했다.

선택식 세미나는 42개의 주제로 펼쳐졌다. 기본 영성에 대한 부분이 14개로 가장 많았고, 이어 제자 훈련 7개, 기초 신학 6개, 가정 상담과 선교가 각각 5개씩 편성되어 있었다. 기독교의 기본 진리에서부터 영성훈련, 귀납적 성경 연구, 그리스도인의 직업과 소명, 유학 생활, 한국 내 타문화권 학생 선교 등 주제도 다양했다.
 
코스타는 1986년 워싱턴DC 근교에 있던 유학생들의 연합 수련회가 모태가 되었다. 홍정길·이동원 목사 등이 주축이 되어 미국 내에 있는 유학생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민족’을 위한 변혁의 일꾼으로 양육하며, ‘학문과 신앙’의 통합을 주도할 그리스도인들을 세우자는 취지로 방향을 잡고 이끌었다. 코스타는 20주년을 맞으면서 사역의 대상을 유학생으로 한정하지 않고 한인 디아스포라로 확장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자취 감춘 고지론…치유와 회복 기능 감당

올해로 23살을 맞은 코스타. 규모가 커지고 역사가 깊어지면서 코스타에 대한 대외적인 평가도 다양하다. 

엘리트주의적인 분위기가 강하다는 것이 코스타를 둘러싼 일반적인 선입견 중에 하나다. 이런 의식은 ‘영향력 있는 인물이 되어 고지를 점령하면 하나님나라 확장에 큰 힘을 받을 것’이라는 식의 고지론에 대한 강조로 이어졌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시카고 대회에서는 엘리트주의적인 분위기나 고지론을 강조하는 메시지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유학생과 비유학생의 비율이 2:1 정도 되기 때문에 유학생만을 고려한 메시지를 전할 수 없는 현실적인 배경도 있지만 한국 교회를 강하게 지배하고 있는 기복주의와 성공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이 내부에서도 작용하는 듯했다. 그리고 이런 의식이 강사를 섭외하는 과정에서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주요 강사들의 설교 핵심이다.

   
 
  ▲ 첫째둘째 날 저녁집회 설교를 맡은 노진준 목사(볼티모어 갈보리교회). 코스타는 한국의 대형 교회 목회자를 데려다 강단에 세우는 대신 미주 한인 교회에서 사역하고 있는 현지 목회자를 주강사로 세웠다. 또 이번 대회에서는 고지론을 강조하는 메시지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교회의 능력은 주님의 자취를 따라갈 때 진정한 능력을 발휘한다. 교회가 세상이 말하는 힘과 세상에게 충분히 많은 것들을 보장받아서 세상을 바꾼 적은 한 번도 없다.”(화종부),

“사단은 돌을 떡덩이 되게 하면 하나님의 자녀라는 사실을 드러낼 수 있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유혹한다. 낮은 곳으로 향하는 대신 화려한 성공을 통해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라는 속삭임이다.”(노진준),

“고지론은 2000년 기독교 역사에 지속적 반복적으로 나타나 교회를 실추시킨 시행착오다. 교회가 영적 흡입력 대신 권력과 명성을 얻고 고지를 점령하면 복음 전파에 큰 힘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성경과 역사는 오히려 정반대임을 증거한다.”(정민영)

한국의 대형 교회 목회자를 데려다 강단에 세우는 대신 미주 한인 교회에서 사역하고 있는 현지 목회자를 주강사로 세우는 모습도 눈에 띈다. 일부 유명한 목회자의 유명세를 등에 없고 사람들을 끌어 모으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고, 미국이라는 다인종, 다문화, 다세대 사회에서 살아갈 한인 디아스포라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치유와 회복의 장으로서의 코스타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었다. 전문 상담 사역자와 강사들 38명이 동원되어 4박 5일 동안 총 375건을 상담했다. 참석자 1,600명 중에 550~600명이 1회 이상 상담을 받았다는 통계다. 진로에 대한 문제가 105건, 이성교제가 104건, 신앙생활 84건, 인간관계 76건, 가정 상담 14건 순이다. 진로와 이성교제에 대한 참석자들의 고민의 비율이 단연 높았다.

코스타에서 상담하고 난 뒤 1년 넘게 상담이 지속되면서 후속 조치가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진로와 이성문제와 같은 상담이 있는 반면 강사들이 “차마 상담 일지에도 쓰고 싶지도 않다”고 털어놓을 만큼 심각한 경우도 많았다.

   
 
  ▲ 김진숙 목사도 좋은 모델이다. 30여 년에 걸친 노숙자 사역 노하우가 몸에 배어 있었다. 사역에 대한 의지는 있지만 경험이 없거나, 경험은 있지만 이론과 전략이 뒷받침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김진숙 목사의 경우는 열정은 물론 경험과 사역 방법론까지 두루 갖추고 있었다. 왜 가장 부유한 미국이란 나라에 노숙자가 넘쳐나는지, 교회가 이들을 위해 사역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77여 가지나 사역 방법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 줄줄 꿰고 있었다. 일회성 사역으로 끝나지 않고 교회와 지역사회가 운동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노하우까지 갖고 있었다. 하나님나라를 위한 사역에 대한 정의를 조금만 확장하면 김 목사와 같은 롤 모델은 한인 교회와 미국 복음주의권 내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코스타 통해 ‘섬김의 현장’ 발견할 수 있어야

20살을 훌쩍 넘긴 코스타가 마냥 칭찬만 듣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종학 박사가 인터뷰에서 지적했듯이, ‘화끈한 영적 샤워로 끝나는 일회성 수련회’라는 비판이 8년이 지난 지금까지 유효하다는 점은 코스타의 결정적인 약점이다. 이런 인식은 코스타 내부에서도 가지고 있다. 권오승 코스타 총무간사도 “어떻게 하면 일회성 수련회로 끝나지 않고 어떻게 연속적인 운동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인가가 현재 코스타가 직면한 가장 큰 고민이다”고 말했다.

무엇이 문제일까. 권오승 총무간사는 “요즘 학생들이 피동적이기 때문에 자발성을 이끌어내는 것이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젊은 세대가 거대 담론에 대한 관심이 없고 자발성이 약하기 때문에 현실적인 한계가 크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하지만 우종학 박사는 코스타 수양회 자체가 “전도와 선교 그리고 부흥 집회 쪽으로 포커스가 맞춰져 있기 때문”이라며 코스타의 방향 설정에 문제를 제기했다.

코스타의 부흥 집회적인 특성은 하나님의 주권과 통치에 대한 강조점이 개인적인 차원에 머무르는 것과, 그 적용점이 전도와 선교로 귀결되는 것으로도 드러났다. 42개 주제별 세미나 중에 절반이 넘는 세미나가 개인 영성에 관련된 주제로 편성됐던 것이나, 상담 건 수 중에 200여 건이 이상이 진로와 이성문제에 대한 개인적인 상담이었던 것, 조별 모임 때 어려움이나 고민을 털어놓고 위로를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던 것도 이번 대회가 부흥 집회로서의 기능이 강했다는 것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또 첫째·둘째 날에는 하나님나라의 통치를 경험하는 삶에 대해서 강조했지만 셋째·넷째 날 저녁집회에서는 하나님나라에 대한 헌신을 타문화 사역에 대한 헌신으로 연결시키면서 ‘하나님나라 헌신’은 곧 ‘전도와 선교’라는 등식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유학생들의 영적 필요를 무시할 수 없을뿐더러, 하나님나라를 ‘죽어서 가는 천국’ 정도로 여기지 않고, 지금 이 순간 하나님의 통치를 경험해야 하며, 그것은 전도와 선교로 실천되어야 한다. 하지만 하나님나라의 발현이 전도와 선교로 국한되어선 곤란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콘텍스트에 해당하는 다양한 ‘섬김의 현장’을 보여주어야 한다. 하나님나라는 개인이 진로를 선택하거나 배우자를 만나는 일에도 적용되지만, 세계에 만연한 분쟁의 현장에도, 사회적·경제적 불의로 고통 받는 가난한 이웃들에게도 적용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현장은 우리의 일상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을 수 있다.

작년 코스타에 참석했던 A 씨의 경우다. 고등학교 때 미국으로 건너온 그는 금융 기업에 다니는 30대 중반의 직장인이다. 코스타에 참석해 왜곡된 신앙을 거두고 온전한 복음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는 코스타에서 해외선교에 헌신했기 때문에 하던 일을 정리하고 선교지로 떠나야 하는 건 아닌가 하고 고민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조언을 듣고 해외선교를 나가는 대신 ‘내 옆에 있는 지극히 작은 자’부터 섬기기로 했다. 이후 평소에 관심 있게 지켜보던 장애인 선교단을 찾았고, 시간과 재정을 나누며 꾸준히 장애인들을 도왔다. 매칭 펀드(직원이 비영리단체에 일정액을 후원하면 그 금액 만큼 회사가 추가로 지원하는 제도)를 이용해 후원을 하기도 하고 회사 동료들과 함께 장애인 친구들과 어울리기도 했다.

위에 소개한 A 씨의 사례는 단순한 예지만 이런 작은 사례가 바로 하나님나라 운동의 출발점이며, 또 하나의 새로운 롤 모델일 수 있어야 한다. 코스타에서 인식한 하나님나라를 미주 디아스포라 청년들이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이슈들에서부터 선포할 수 있도록 돕자는 것이며, 또 코스타가 그런 다양한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장으로서의 역할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청년들이 의식이 없고 수동적인 것이 문제가 아니라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 문제다. ‘하나님나라는 이렇게도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들을 보여주면 참석자들의 자발성과 창조성도 이끌어낼 수 있다. 또 하나님나라를 위한 사역에 대한 정의를 조금만 확장하면 다양한 이슈나 롤 모델을 한인 교회와 미국 복음주의권 내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그러면 그 대상은 목회자나 선교사일 수도 있지만, 세탁소나 네일 가게에서 일하는 청년일 수도 있다. 코스타를 통해 내가 하는 일(공부)을 통해서 ‘섬길 대상’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그 고민을 함께 엮어갈 동지들과의 만남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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