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목회 접고 선교사로 제2의 인생 시작
30년 목회 접고 선교사로 제2의 인생 시작
  • 이승규
  • 승인 2008.07.31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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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울 선교사, "멀리 바라보는 안목 필요"

올해 58세를 맞은 오바울 선교사는 한국과 미국에서 30여 년을 목회하다가 3년 전 A국으로 선교하러 떠났다. 이제 60이 다 된 오 선교사에게 제2의 인생이 시작된 것이다.

오 선교사는 현재 A국에 있는 대학교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다. 오 선교사는 스스로 현지 대학교에 취직했다고 말한다. 그는 현지인들에게 한국어와 영어를 가르친다. 대부분의 사람이 노후를 걱정할 나이인 50대 중반에 기독교 국가도 아닌 나라에 선교사로 나간 그의 배짱이 궁금했다. 오바울 선교사를 제6차 한인세계선교대회가 열리고 있는 시카고 휘튼대학에서 만났다.

오 선교사는 1979년 예장합동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안수를 받은 뒤 선교사로 파송 받고 싶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길이 열리지 않자, 오 선교사는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고 생각해 파송 받는 일을 잠시 포기했다. 그리고 한국에서 목회를 시작했다.

그렇다고 선교에 대한 열정까지 접은 것은 아니었다. 선교사의 길이 다시 열릴 때를 기다리며 많은 준비를 했다. 목회를 할 때에는 현지에 나가 있는 선교사를 재정적으로 후원했고, 단기선교를 떠나는 교인들과 함께 현지에 가기도 했다. 나중에 선교사가 됐을 때 현장 경험이 없어 벌어지는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LA 지역에서 목회할 때에는 다운타운에 있는 홈리스들을 위한 사역을 했다. 이론을 쌓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조그만 신학교에서 선교학을 가르치기도 했다.

이렇게 긴 시간을 기다린 결과 선교사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알고 지내던 지인이 오 선교사에게 NGO 사역을 함께 하자는 제안을 했다. 지인은 한국에서 NGO를 하고 있었는데, 오 선교사에게 미국 지부를 창립해 운영하자고 했다. 이런 인연이 이어져 A국의 선교사로 가게 됐다.

오 선교사가 있는 A국은 외국인이 기독교 포교를 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그래서 복음을 전하기가 매우 힘들다. 하지만 오 선교사는 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먼저 현지인과 신뢰 관계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개종하는 사람이 몇 명이냐는 등의 눈에 보이는 성과에 집착하기 시작하면 A국 같은 나라에서는 선교하기가 힘들다는 게 오 선교사의 얘기다.

오 선교사는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복음을 전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한 가지 방법을 생각했다. 오 선교사는 수업이 끝난 뒤 학생들과 성경공부를 하는데, 이것을 영어와 한국어로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외부에서 볼 때는 영락없는 외국어 수업의 일환이다. 그는 이 시간을 통해 알게 모르게 복음을 전한다고 했다. 성경공부에서 한 단계 수준이 높아지면 제자훈련을 한다. 오 선교사는 "크리스천으로서 선교를 하는 일은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면서도 "현지 상황에 맞게 지혜로운 선교 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선교의 방법도 현지 사정에 따라 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수를 믿는 사람의 숫자를 늘릴 필요가 있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개종하는 숫자보다 현지인과의 협력과 관계 맺음을 통해 복음을 전해야 하는 지역도 있다는 얘기다. 오 선교사는 "어느 한쪽의 방법만이 옳다고 볼 수 없다"며 "좀 더 멀리 바라보는 자세가 현재 한국 교회의 선교에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바울 선교사는 현재 외국인들의 기독교 포교를 엄격히 금지하는 나라에서 사역하고 있습니다. 그의 안전을 고려해 이름과 국가와 사진은 공개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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