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교계는 돈 강조하는 부흥사들의 앞마당인가
뉴욕 교계는 돈 강조하는 부흥사들의 앞마당인가
  • 이승규
  • 승인 2008.09.22 2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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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의 핵심은 온데간데없고 병 고침과 헌금만 강조

   
 
  ▲ 장향희 목사는 전형적인 부흥사다. 화려한 몸짓은 기본이다. 약간 쉰 목소리, 우스꽝스러운 얼굴 표정, 은근슬쩍 교인들에게 반말하는 것은 부흥사의 전매특허다.  
 
9월 11일부터 9월 18일까지 뉴욕에서 집회를 하고 돌아간 장향희 목사(일산 든든한교회)는 일주일 동안 두 교회에서 새벽과 저녁 모두 16번의 설교를 했다. 부흥회 주제는 '치유성령집회'였다.

기자는 순복음뉴욕교회에서 열린 장 목사의 집회 중 저녁 집회에 참석했다. 장 목사는 새벽과 저녁 하루에 두 차례씩 성회를 인도했다. 기자는 항상 8시 쯤 교회에 도착해 찬양도 했고, 설교가 끝난 뒤에는 기도도 했다. 되도록이면 열린 마음으로 집회에 참석하고 싶었다. 하지만 장 목사의 설교를 듣는 순간 찬양으로 인해 열린 마음은 굳게 닫혔다. 그의 설교를 듣는 내내 마음속에서는 불편함이 가시지 않았다. 교인들도 그런 마음이었을까. 김문훈 목사나 장경동 목사 때의 집회와 비교하면 반응도 약했고, 참석한 사람의 수도 많지 않았다.

장 목사는 설교 시간에 부흥회를 다니며 수많은 사람을 고쳤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는 자신이 인도하는 부흥집회에서 병을 고쳤다는 사람들의 간증을 담은 CD를 교인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뉴욕 집회에서도 병을 치료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하루에 40여 명씩 나왔다. 이들은 "하나님께 병을 고침 받았다는 고백을 해야 병이 재발하지 않는다"는 장 목사의 주장에 따라, 강대상 앞으로 나와 간증을 했다.

장향희 목사는 전형적인 부흥사다. 화려한 몸짓은 기본이다. 약간 쉰 목소리, 우스꽝스러운 얼굴 표정, 은근슬쩍 교인들에게 반말하는 것은 부흥사의 전매특허다. 장 목사 역시 이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장 목사의 메시지는 다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신유의 은사를 경험해라 △물질의 복을 받기 위해서는 십일조를 도적질하지 마라 △주의 종을 비판하지 마라.

신유, 있을 수 있지만

장향희 목사는 기독교가 '기적을 체험하는 종교'라고 했다. 예수를 제대로 믿으면 기적을 체험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신유를 강조한다. 신유가 기적을 체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기자는 신유의 역사를 믿는다. 하지만 장향희 목사 같은 사람을 통해 하나님이 신유의 역사를 드러낸다는 것에는 의구심이 든다. 그의 행동을 보고 설교를 들으면서 의구심은 더 강해졌다.

그는 자신의 부흥회를 통해 병을 고침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간증을 설교 중간 중간 삽입했다. 그 사람들의 실명을 밝힘으로 자신의 주장에 정당성을 부여하려고 했다. 기도 시간에는 "지금 하나님이 암을 치료하고 계신다", "목이 아픈 사람의 목을 만지신다"는 등의 말을 해 마치 하나님과 직접 통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했다. 장 목사는 자신의 집회에서 병을 고치는 현상을 '성령수술'이라고 말한다. 하나님이 그 자리에서 꺾고 비틀고 만진다는 것이다.

이런 장 목사의 행동과 주장에 대해 어느 목사는 "신유의 은사를 얘기할 때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고 말했다. "신유를 구하고 찾는 것이 교인들이 추구해야 할 궁극적인 목적이 아니다"는 얘기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병을 주시는 이유는 그 병을 고침으로 하나님의 능력을 나타내기 위함도 있지만, 다양한 목적에서 허락하시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병을 고침 받는 것만이 하나님의 능력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 목사는 또 "신유의 은사를 인정하지만 이 은사를 한 사람에게 주시는 법은 없다"고 했다. 마치 자신이 하나님께 간구하면 병을 고칠 수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말이다.

'복 받으려면 십일조 해라'

   
 
  ▲ 장 목사는 하나님을 그저 우리에게 복을 주기 위해 있는 신으로 만들어버린다. 다른 복도 많은데, 장 목사는 물질의 복만 강조한다.  
 
설교하는 사람이 행하는 신유의 역사가 정당성을 얻기 위해서는 그가 하는 설교의 내용도 중요하다. 진정한 복음과 하나님의 도를 전하는 자리라면 얼마든지 신유의 역사가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장 목사가 전하는 내용이 과연 그럴까.

장 목사는 하나님을 그저 우리에게 복을 주기 위해 있는 신으로 만들어버린다. 그 복은 물질의 복이다. 하나님을 믿음으로 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복이 수없이 많은데, 장 목사는 물질의 복만 강조한다. 물론 자신은 다른 복도 말했다고 할 수 있지만(실제로는 다른 복은 얘기하지 않았다), 듣는 교인 입장에서는 당연히 물질의 복만 귀에 쏙 들어오게 된다.

장 목사는 특히 십일조를 강조하는데, "십일조를 도둑질하려면 차라리 고압선을 만지라"는 식이다. 십일조가 물질 축복을 받기 위한 통로라는 얘기다. 그는 하나님이 10개 주신 것 중에서 9개는 내가 먹고 겨우 하나 달라고 하는데, 그것도 못 들어주느냐며 교인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이 목회하는 교회의 한 집사는 십일조를 매월 1억 원씩 하는데, 이번에 공사만 잘 되면 30억 원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설교를 하면서 교인들이 아멘을 잘 하지 않자, "아멘 안 하면 차도 중고 타고, 옷도 헌 옷만 입고 다니라"는 악담(?)도 서슴지 않았다. 장 목사는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는 말씀을 예로 들며, 자신도 미국 오기 전에 교회 집사가 새 양복을 사줬다며, "역시 새 것이 좋긴 좋다"고 말했다.

과연 십일조는 장향희 목사의 주장대로 축복의 계약금이라고 볼 수 있을까. 성경은 우리에게 '하나님과 돈을 동시에 섬길 수 없다'고 분명히 말한다. 또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보다 약대가 바늘귀로 나가는 것이 더 쉽다'는 말씀도 있다. 그런 하나님이 십일조 좀 더 한다고, 우리에게 물질의 복을 줄까. 장향희 목사는 이런 말씀을 외면한다. 모른 척 하는 건지, 알면서도 그러는 건지는 알 수 없다.

십일조에 대한 신학적인 논쟁이 있을 수는 있지만, '십일조를 하면 부자가 된다'는 얘기는 논란이 있을 수 없다.

'주의 종 비판하면 창자가 터진다'

주의 종을 비판하면 저주를 받는다는 얘기도 단골로 나왔다. 장 목사는 설교할 때마다 이런 종류의 이야기를 2~3번씩 했다. 그는 "주의 종은 하나님의 소관이다"고 말했다. 주의 종을 비판하다 잘못된다는 이야기는 수없이 들어왔다. 창자가 터지고, 다리가 부러지는 건 기본이다. 불교 폄하 발언으로 파장을 불렀던 장경동 목사도 8월에 열린 뉴욕 집회에서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장 목사는 이렇게 저주도 했지만 축복도 해줬다. 그는 목회자에게 축복권이 있다고 했다. 신명기 21장 5절을 예로 들며, 제사장은 주님이 세우셨고, 제사장의 축복권에 의해 축복을 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말에 '아멘'하는 사람은 140살까지 살고, 만수무강 옥체평강한다고 축복을 해줬다. 헌금을 한 사람에게도 특별히 축복을 해줬다.

여기에 대한 노진준 목사(볼티모어 갈보리교회)의 입장은 단호하다. 구약의 제사장을 지금의 목사로 보면 안 된다는 얘기다. 교회 개혁을 주창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매우 상식적인 얘기다. 노 목사는 "구약의 제사장을 목사로 보는 것 자체가 성경을 구속사적인 차원에서 보는 것이 아니다”며 “목사라는 직분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다"고 말했다.

이제 이런 부흥사는 그만

이런 목사들이 뉴욕 한인 교계를 휩쓸고 다니고 있다. 올해만 해도 김문훈 목사, 장경동 목사 등 여러 부흥사들이 뉴욕을 거쳤다. 이런 목사들은 하나님의 나라, 예수의 십자가, 제자도 등 기독교의 핵심 가치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저 돈 많이 벌어 십일조 많이 하란다. 부자가 되고 싶은 교인들의 욕망을 교묘하게 자극해 축복을 빌어준다.

이제 이런 부흥사들은 그만 불러야 하지 않을까. 비행기로 15시간이나 걸리는 뉴욕까지 와서 그저 교인들 부자 되게 해달라고 복이나 빌어주고, 자신이 집회 다니면서 몇 명이나 고쳤는지 자랑이나 하는 부흥사들이 뉴욕 한인 교회들에서 활개 친다는 것은, 뉴욕 교계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고 교인들의 신앙의 질을 떨어뜨리는 셈이다. 다 같이 부끄러워해야 할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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