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노믹스, 결국 누구를 위한 경제인가?
MB노믹스, 결국 누구를 위한 경제인가?
  • 구교형
  • 승인 2008.10.03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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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마음을 담은 경제 이야기(8)

   
 
  ▲ 지난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촛불 시위. 어찌 보면 매우 면목 없는 일이기도 하다.  
 
지난여름 수많은 국민이 거리에 쏟아져 나와 이명박 정부의 정책들을 비판했지만, 어찌 보면 매우 면목 없는 일 같기도 하다. 솔직히 말해 우리 국민이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를 도덕성보고 뽑아주었나. '도덕성이 밥 먹여 주냐? 경제만 살리면 나머지야 뭐가 대수냐?'는 너그러운(?) 국민감정이 결국 이명박 대통령을 탄생시킨 것 아닌가. 그런데 각종 기업 규제도 없애고, 공기업 민영화로 경쟁력도 높이고, 대운하로 국토 개발 시대를 열고, 한미 FTA로 국제 경쟁력도 높이려는 순간에, 난데없이 '건강한 먹거리'니, '국민 주권 회복'이니, '생태 보존' 등 이제 와서 한가한 요구들(?)을 늘어놓으니 애써 대통령 입장을 생각해 보면 적잖이 당황스러웠을 것도 같다.

그러므로 계속 말하지만 이제 우리는 '경제 회생', '경제 성장'이라는 말을 무조건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이렇게 물어야 한다. '그게 누구를 위한 경제인데?', '어떤 경제인가?' 클린턴이 집권 때 내걸었던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구호처럼 이제 우리는 '바보야, 문제는 누구(어떤)를 위한 경제냐'라고 외쳐야 한다.

우리는 막연히 너도 나도 '경제가 어렵다' '경기가 힘들다'고 말하지만, 처음에도 밝혔듯이 실물 경제란 누가 힘들면 누군가 반드시 이득을 보게 마련이다. 지금 모두 경제가 힘들다고 아우성이지만, 분명히 호황을 누리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국제 투기 자본과 대재벌들이다.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은 3.8%(2001년), 7.0%(2002년), 3.1%(2003년), 4.7%(2004년), 4.2%(2005년), 5.0%(2006년), 4.9%(2007년)로 중국, 홍콩 등 중화권을 제외하면 국제적으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수출만 봐도 우리나라는 2007년 수출액이 3,255억 달러로 홍콩(3168억 달러)을 제치고 11위에 올랐다.

문제는 이러한 성장이 투자와 고용으로 연결되지 않고, 실질적인 서민 경제의 텃밭인 중소기업도 살아나지 못하니 서민들에게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남의 잔치'가 되어버린다는 점이다. 우리는 대기업이 국민을 먹여 살린다고 생각하지만 구체적 통계를 보면 사실 중소기업이 서민을 먹여 살린다. 1963년부터 2006년까지 43년간 제조업 전체의 고용 증가분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차지한 비중은 각각 22.6%(56만 명)와 77.4%(193만 명)였다. 또 1996년~2006년(1998년 제외) 사이, 중소기업은 해마다 일자리를 창출해 총 247만 2,000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낸 반면, 같은 기간 대기업은 오히려 129만 7,000개의 일자리를 줄여 '고용 없는 성장'의 주범임을 보여주었다. 문제는 이렇게 중요한 중소기업이 여러 면에서 대기업을 따라잡지 못해, 중소기업의 생산성 증가율, 영업 이익률, 임금, 기업 환경 등이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결국 정부, 여당의 희망사항과는 다르게 아름다운 시나리오가 작동하지 않을 경우, 감세→세수 부족으로 인한 교육 및 복지 예산 감소→서민 경제 불안 및 서민층 붕괴로 이어지고, 규제 완화→불공정 경쟁 심화→중소기업과 대기업 격차 확대→중소기업 몰락→고용 급감, 비정규직 급증으로 이어져 한국 경제는 끝없는 몰락으로 갈수도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위험한 시나리오를 면밀히 검토하지도 않고, 국민의 '경제 회생' 욕구를 빌미로 이미 질주를 시작했다.

지난 9월 1일 정부는 법인세, 종합소득세, 양도세, 상속세, 증여세 등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세금을 다 깎아주는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그 감면 규모는 2007년과 비교할 때 2010년엔 17조 9,000억 원, 2012년에는 21조 3,000억 원 등 이를 5년간 합산할 때 무려 75조 원의 세금을 줄이는 엄청난 종합 감세안이다. (정부의 보도자료에 의하면 이번 감세 규모는 5년간 21조 3000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이를 받아들여도 올해 7월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주는 유가환급금 5조 1,000억 원을 포함하면 26조 4,000억 원이 된다). 그런데 9월 10일 진보신당에서 발표한 바에 의하면 이번 정부의 감세안은 상위 소득자가 하위 소득자보다 70배의 감면 혜택을 더 받으며, 법인세도 감면 혜택이 대다수 중소기업에는 100만 원을 넘지 못하는데 비해, 일부 재벌 기업에는 123억 원이나 돌아가고, 상속·증여세, 양도세 역시 서민과 중산층에게 비해 상위 소득자에게 막대한 혜택이 돌아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진보신당, '정부 세제개편안의 소득 계층별 손익 분석 보고서')

이어 9월 23일에는 여당인 한나라당의 반발을 무릅쓰고, 종합부동산세를 대폭 완화했다. 이 법안대로라면 현행 종부세 과세 대상의 58.4%가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고, 종부세를 내야하는 가구의 세 부담도 최대 96%까지 줄어듦으로써, 종부세는 사실상 존재 의미를 상실해 버렸다. 지금도 옥탑방이 5만 가구, 반지하가 58만 가구나 되는데 상황에서, 종부세 과세 대상자들은 10명 가운데 6명 정도가 두 채 이상 다주택 보유자인데도, 정부는 이들의 세금을 구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기획재정부 자료에 의하면 이번 종부세 개편으로 줄어드는 세수 감소액은 2012년까지 총 2조 2,300억 원에 달하며, 지난 9.1 세제개편안으로 줄어드는 세금까지 합하면 5년간 총 23조 5,300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 이명박 대통령의 조급증은 박정희 시대를 닮고 싶은 마음에서 나온다. 문제는 지금도 박정희 식 성장을 21세기 대한민국 경제의 대안으로 꿈꾸고 있는 우리의 한심함이다. (사진 출처 정부기록사진집 7권)  
 
문제는 부족한 세수를 어디서 마련할 것이냐다. 정부는 국가 예산 낭비를 최대한 줄이고, 받아낼 세금은 철저히 거둬 부족분을 메우겠다고 밝혔으나, 정부 지출을 크게 줄이지 않는 한 그 정도로는 어림없는 일이다. 이미 알려질 대로 다 알려졌지만 결국 부족한 세수는 사회 복지비 삭감과 공기업 매각 대금으로 충당할 것이다. 감세로 인한 경기 활성화와 국민 소득 증대는 효과가 불투명하거나 오랜 과정을 거쳐야하는 반면 사회 복지 혜택의 축소 여파는 서민들에게 바로 나타나는 일이다. 또 공기업 민영화 및 매각은 공공서비스 요금 인상을 불러 일으키게 되므로 역시 서민들에게는 다른 파장을 예고한다. 더구나 이번 종부세 감소로 인해 그동안 재정 자립도가 낮은 지방 자치 단체들에게 지급되던 부동산 교부세가 크게 줄어들어(3조 5,000억 원 중 2조 2,000억 원 가량 감소), 지방의 사회복지 사업들이 우선적으로 대폭 중단될 위기에 쳐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감세인지 다시 물어야 한다.

동시에 가뜩이나 부실하던 공공적 규제들도 기업 활동 지원이라는 미명 아래 전면적으로 완화되고 있다. 지난 7월 16일 정부는 출자총액제한제 폐지와 지주회사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하는 독점 규제 및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곧 산업 자본이 금융까지 지배하지 못하도록 규제한 금융산업구조개선법(금산법)도 개정 또는 폐지될 예정이고, 그린벨트 해제와 환경 규제 완화도 잇따르는 가운데 경기 활성화를 명분으로 공정 거래 및 환경 생태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규제들은 거의 다 완화, 폐지될 예정이다. 그리고 이러한 수순을 거쳐 마침내 이명박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 및 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대운하 카드를 다시 꺼내들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조급증은 박정희 시대를 닮고 싶은 마음에서 나온다. 우리나라는 1953년 1인당 국민소득이 67달러에 불과한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고, 박정희가 집권한 60년대 당시에도 절대 빈곤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게 볼 때 1961년 집권한 박정희가 경제 개발과 성장을 통해 절대 빈곤을 벗어나려는 것에 최우선적 관심을 기울였다는 사실은 당시로서는 지극히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절대 빈곤의 탈출, 그것은 당시의 시대적 과제 중 중요한 하나였다(그렇다고 5.16 군사 쿠데타, 10월 유신, 인권유린과 독재, 경제 성장 지상주의 등 박정희 시대의 그림자들이 정당화된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문제는 지금도 박정희 식 성장을 21세기 대한민국 경제의 대안으로 꿈꾸고 있는 우리의 한심함이다. 한번 고도성장과 질주를 맛본 우리 국민의 기대수준은 갈수록 높아만 갔고, 개발독재 시대를 지나서도 내실 있는 성숙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었다. 특히 IMF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아름다웠던 그 시절’(?)에 대한 향수는 더욱 커져갔다. 국민은 박정희를 닮은 경제 메시아를 원했고, 이명박은 그렇게 찾아온 거짓 메시아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우리나라는 대통령이나 국민이나 그러한 박정희 식 재건의 꿈을 하루빨리 벗어버려야 제대로 된 우리 시대의 경제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2008년 한국 경제의 시대 정신은 결코 박정희가 아니다.

구교형/ 성서한국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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