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즈한인교회, 청빙 전에 매듭 먼저 풀어라
퀸즈한인교회, 청빙 전에 매듭 먼저 풀어라
  • 이승규
  • 승인 2008.10.10 2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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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회와 출교 대상자 갈등 여전…이규섭 목사 부임 전 해결해야

   
 
  ▲ 담임목사 선정을 위한 공동의회에서 투표하는 교인들. 퀸즈한인교회는 지금이야말로 성령의 목소리에 귀를 귀울여야 할 때다.  
 
이규섭 목사(LA 동문교회)를 제3대 담임목사로 맞은 퀸즈한인교회의 당면 과제는 '교인 화합'이다. 퀸즈한인교회가 지금 집중해야 할 일은 '화합'이라는 것에 새로 오는 담임목사도, 당회도, 교인도 동의한다.

이규섭 목사는 <미주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하나 되는 일만 남았다"며 "열 생명을 얻는 대신, 한 생명 잃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목회를 하겠다"고 말했다. 공동의회가 끝난 뒤 만난 황석진 장로(청빙위원장)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황 장로는 "이제 새로운 목사님도 오시니, 교인 모두 화합해 한인 사회에 기여를 하고 싶다"는 뜻을 비쳤다. '퀸사모'로 알려진 한 교인도 "목사님이 새로 오시면 새롭게 출발을 해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화합이라는 명제에 시비를 걸 사람은 없지만, 문제는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에 있다.

대다수 교인은 하루빨리 교회가 안정되길 원하고 있다. 2007년 11월 고성삼 목사가 사퇴한 뒤 1년 여 동안 지칠 대로 지쳤기 때문이다. 담임목사가 없다는 것이 심적으로나 영적으로 얼마나 부담이 되는 일인지 뼈저리게 느꼈다. 지난 1년 동안 줄어든 교인 숫자도 만만치 않다. 교회 관계자에 따르면 2007년까지만 해도 주일예배에 출석하는 장년이 900명 정도였지만, 2008년에는 약 600명으로 줄었다. 300명 정도가 빠져 나간 셈이다. 담임목사의 부재가 조금만 더 길어졌더라면, 교인 숫자는 더 줄어들 수도 있었다.

그래서 교인들은 새로운 담임목사를 더욱 간절히 원했다. 투표에 참여한 교인을 보면 알 수 있다. 주일예배 출석 인원이 900명에서 600명으로 줄었지만, 지난해 열린 임시공동의회에 투표한 인원(474명)보다 20여 명 준 456명이 투표를 했다.

하지만 그 전부터 잠복해 있던 갈등이 담임목사를 청빙하는 과정에서 골이 더 깊게 파였다. 당회는 청빙 과정을 투명하게 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한 쪽에서는 전혀 공평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갈등은 '당회 장로'와 '출교 대상자 5인' 싸움

퀸즈한인교회 갈등은 엄밀히 말하면 '당회 장로'들과 '출교 대상자 5명' 사이에 존재한다. 지난해 12월 열린 임시공동의회에서 출교 대상자로 거론된 5명은 당회 장로들에 대한 불만이 많다. 이 불만은 담임목사 청빙 과정을 거치면서 더욱 커졌다. 이들은 어떤 식으로든 당회를 구성하고 있는 장로들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담임목사가 새로 오는 것과 당회 장로들에 대한 문제 제기는 별개라는 얘기다.

최근에는 장로 모두와 일부 교인들에게 편지가 돌았다. 이 편지에는 황석진 장로와 김경한 장로 등 당회를 구성하고 있는 장로들과 관련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지난해 11월 고성삼 목사가 사임 의사를 분명히 밝혔음에도 당회가 거짓말을 해 교회를 혼란에 빠트렸고, 3층 공사와 관련해 공사비를 과다하게 지출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이들의 문제 제기가 얼마나 폭발력을 지닐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들 5명을 지지하는 교인도 있지만, 반감을 갖고 있는 교인도 분명 존재한다. 또 중간에서 사태를 관망하는 교인도 있다.

화해 시도 유야무야…말로만 화합?

   
 
  ▲ 투표가 끝난 뒤 개표하는 교인들. 이규섭 목사가 부임할 때까지 갈등을 해결할 수 있을까.  
 
황 장로는 10월 5일 공동의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해 임시공동의회에서 출교 대상자로 실명이 거론된 분들이 받은 상처가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사과할 뜻이 있다"고 말했다. 황 장로는 교회 화합을 위해 못할 게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올해 초 당회 장로들과 출교 대상자로 거론된 5명 사이에 화해가 추진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담임목사가 오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갈등 당사자들끼리의 화해라고 생각한 이들이 자리를 주선했으나, 유야무야 없던 것으로 됐다. 당회는 담임목사 청빙에 집중해야 한다는 이유로, 5명은 장로들 쪽에서 적극 제안하지 않았단 이유였다.

이규섭 목사는 늦어도 11월에는 부임을 할 것으로 보인다. 길어야 5주의 시간이 있는데, 이 기간이 매우 중요하다.

임시당회장 정인영 목사는 투표 직전 말씀을 통해 "올려놓고 흔들지 마라"고 했다. 정 목사의 이런 말은 양쪽 모두에게 주는 경고일 수 있다. 장로들에게는 '화해를 하든지, 사과를 하든지, 반대 세력의 불만을 잠재우라'는 주문일 수 있고, 5명에게는 '더 이상 교회를 흔들지 말라'는 요구일 수도 있다.

생각해봐야 할 문제는 이규섭 목사의 입장이다. 이런 상황은 이 목사가 자초한 게 아니다. 교회 내에 갈등 세력이 존재하는 마당에 이 목사가 과연 소신대로 목회를 할 수 있을까. 이게 바로 올려놓고 흔드는 상황이다.

풀기 어렵게 묶여 있는 매듭은 혼자서는 풀 수 없다. 둘이 푼다 하더라도 마음이 맞지 않으면 매듭은 더욱 꼬이기 일쑤다. 지금이야말로 퀸즈한인교회 구성원 모두 힘을 합쳐 그동안 묶인 매듭을 풀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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