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연주하고 마음으로 듣는 음악회
마음으로 연주하고 마음으로 듣는 음악회
  • 이승규
  • 승인 2008.11.10 22: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시각 장애인 마림바 연주자 전경호 씨

   
 
  ▲ '2008 밀알의 밤'에서 전경호 씨가 마림바를 연주하고 있다.  
 
시각 장애인 마림바 연주자 전경호 씨(21)가 11월 9일 순복음뉴욕교회(김남수 목사)에서 열린 '2008 밀알의 밤'에 출연해서 마림바의 맑고 깨끗한 소리로 서양 고전 음악과 찬송가를 들려주었다. 악기를 전혀 볼 수 없는 시각 장애인이 현란한 손놀림으로 들려준 음악에 청중들은 박수와 감탄으로 호응했다.

마림바는 실로폰보다 약 3배 정도 크다. 건반은 61개나 된다. 전 씨는 선천성 시각 장애인이기 때문에 마림바를 본 적이 없다. 처음 마림바를 만났을 때는 일일이 손으로 건반을 만져봤다. 건반 사이 간격과 크기 등을 가늠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 끝에 조금씩 마림바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전에 실로폰을 연주한 적이 있지만, 마림바는 실로폰과 또 달랐다.

연주회가 다가오면 선생님이 곡을 연주해 mp3에 녹음을 해줬다. 전 씨는 이 곡을 듣고 음을 외웠다. 앞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시각 장애인 대부분은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도 '절대 음감'을 갖고 있었다. 점자로 이루어진 악보가 있지만, 전 씨는 많이 사용하지 않는 편이다. '정안인'(시각 장애인이 아닌 사람)보다 10배는 더 연습했다. 그렇게 연습을 했는데도 연주할 때마다 한두 개씩 음이 틀린다. 아직 실력이 부족한 탓이라고 생각했다.

음을 외우는 것은 힘들지 않았는데, 다른 것이 전 씨를 힘들게 했다. 마림바 연주를 잘하기 위해서는 몸이 리듬을 타야 한다. 61개 건반을 자유자재로 치기 위해서는 몸이 뻣뻣하면 안 된다. 이 부분이 힘들었다. 초기에는 정말 어쩔 줄 몰라 했지만, 꾸준한 연습이 이마저도 극복하게 만들었다.

'정안인'도 최소한 6개월은 배워야 연주를 할 수 있다는 고 전경호 씨를 가르친 이철수 선생이 얘기했다. 전 씨는 ‘정안인’과 똑같이 6개월 만에 연주회를 열었다. KBS 교향악단과 협연한 적이 있다. 물론 시각 장애인이라는 특이점도 작용했다. 이 선생은 "경호의 음악적 감각이 그만큼 뛰어나다"고 말하자, 경호 씨가 손사래를 쳤다. 지금도 연주를 하면 맘이 흡족해질 만큼 연주하지 못한다는 점을 스스로 알기 때문이다.

경호 씨는 태어난 지 3개월 만에 미숙아망막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급하게 수술을 했지만 허사였다. 워낙 어렸을 때부터 시각 장애인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중도 실명자들보다는 충격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걸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좌절감은 컸다.

경호 씨는 지금까지는 실력보다는 시각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실력으로 인정받기 위해서 계속 노력을 할 생각이다. 기회가 된다면 줄리어드 음대에 가서 더 공부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마림바를 칠 수 있다는 것에 안주하지 말고, 기초를 튼튼히 해서 마림바를 정복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이것이 저를 도와준 모든 분에게 은혜를 갚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에요. 프로 연주자로서 절대 뒤지지 않는 전경호가 될 거에요. 시각 장애인도 음악을 연주할 수 있다는 꿈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