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에서 온 편지] '추위보다 버티기 힘든 매연'
[몽골에서 온 편지] '추위보다 버티기 힘든 매연'
  • 이현호
  • 승인 2009.01.15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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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호 몽골 선교사, '저녁이면 온 도시 뿌옇게 변해'

여긴 이제 영하 30도입니다. 영하 30도로 내려가면 섭씨와 화씨가 만난다고 합니다. 어느 정도 춥냐면 바람이 부는 저녁에 10분 정도 걸어가다 보면, 코에서 나온 김이 수증기로 변해 눈썹에 얼음이 생기고, 콧물은 코 안에서 얼어버립니다. 생각보다는 견딜 만합니다. 사람은 적응이 빠른 것 같습니다. 영하 30도면 어떻게 살아가나 생각하겠지만 괜찮습니다. 조물주이신 하나님이 만드신 지구이니 피조물을 관리하는 인간이 못 살아갈 곳이 없게 우리를 지으신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매일 저의 아내와 같이 몽골어를 배우기 위해 어학원으로 공부를 하러 가는데 추워서 얼굴만 내놓고 담요로 온몸을 감싸듯 옷을 입어야 됩니다. 얼굴도 가리고 싶은데 숨을 쉬고 앞을 보아야 하니 그렇게 할 수는 없지만, 어떤 날은 이마가 마비되는 것 같습니다. 이젠 이런 추위도 견딜 만한데 1~2월이면 더 춥다고 하니 기대가 됩니다.

   
 
  ▲ 아침이면 이렇게 뿌옇게 변합니다. 앞에 있는 산들이 보이지 않을 정도입니다. (사진 제공 이현호)  
 
하나님이 지으신 이 땅이 아무리 추워도 견딜 만하지만 정말 버티기 힘든 것은 인간이 만들어 내는 공해입니다. 사실 수도 울란바토르에서의 생활은 추위보다 매연이 가장 큰 적입니다. 각 게르(몽골 천막집)에서 뿜어내는 석탄과 자동차 매연 때문에 저녁이면 온 도시가 뿌옇게 변합니다. 아침이면 바로 앞에 보이던 산의 모습이 안 보일 정도입니다. 특히 작년에 비해 기관지염을 앓는 어린이가 6배나 늘어났다고 합니다. 저도 3주째 기관지염으로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계속되는 기침으로 두통과 고열을 유발하여 폐렴으로 가지 않을까 걱정할 정도입니다. 정부가 특별한 돈이 없는 한 겨울철 매연 문제는 장기적으로 해결할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제가 소속해 사역하고 있는 'C&MA'는 현재 수도 울란바토르와 달항, 에르데넷, 불강에 사역자들이 있습니다. 계속 서쪽으로 사역지를 넓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으로 수도인 울란바토르는 몽골 전체 인구의 반이 모여 살고 있으며, 계속 도시 주위로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기 때문에 이곳의 사역 또한 무시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2년 동안 언어 연수를 받은 뒤 수도에 남을지 서쪽으로 이동할지 기도 중에 있습니다.

몽골 제2의 도시 달항은 러시아 영향 아래서 러시아인들이 공장을 세웠다가 그들이 떠나면서 도시도 기울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교회 사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수도와는 3시간 거리로 그래도 가장 가까이 있는 도시입니다.

몽골에서의 여행은 고독과의 싸움입니다. 차 밖은 풀을 찾아 헤매는 소나 말뿐 아무것도 없습니다. 특히 밤에 돌아오는 길을 여러분에게 보여 주고 싶은데, 찍은 사진이 그냥 검은 색입니다. 인기척이나 불빛 하나 없는 칠흑 같은 어둠입니다. 밤하늘의 빛나는 별빛도 눈부신 은하수도 대초원의 침묵 같은 어둠에 그 빛을 잃어 버릴 정도의 어둠입니다.

성서를 보면 인물들이 하나님과 만나는 장소는 주로 광야라고 합니다. 광야는 고독과 침묵의 장소이니 결국 나 자신도 비워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 소리를 지른들 들어 줄 사람도 없고, 자랑을 하여도 칭찬해 줄 사람이 없으니 결국 겸허히 그분께 의지할 수밖에 없는 곳인 것 같습니다.

3시간의 여행 뒤 몽골 친구 투무루와 몽골 제2의 도시 달항에 도착하였습니다. 제2의 도시라는 명칭에 비해 미국의 어느 이름 없는 조그마한 소도시라는 느낌이었습니다.

달항에는 몽골 현지인 교회 사역자가 있습니다. 최근에 다른 중소도시에서 교회 개척 사역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이들 가족은 다시 해외 선교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벌써 그의 아내야는 2년간 오엠과 해외 선교를 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렇게 몽골 선교 15년 만에 몽골에서도 현지 사역자들이 선교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추수감사 저녁식사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수도에서 6시간 걸리는 '불강'에 사는 동료 사역자의 초청을 받았습니다. 눈 때문에 길이 얼었던 탓도 있지만, 저녁식사를 위해 무려 10시간이나 걸려 동료의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 화장실 바닥이 얼어 화장실 밑으로 빠질 위험이 있다고 하여 화장실 뒤쪽에서 실례를 하고 있는 반석이. 뒤쪽으로 들개와 까마귀가 먹이를 놓고 싸우고 있습니다. (사진 제공 이현호)  
 

   
 
  ▲ 불강이라는 도시. 5층짜리 주정부 건물 말고는 큰 건물이 없어 매우 작은 읍내 도시 같다. (사진 제공 이현호)  
 
드디어 불강에 도착하였습니다. 이 도시는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5층짜리 주정부 건물 말고는 주도라고 하기에는 너무 작은 시골 읍내 같은 분위기 입니다. 다니는 버스가 없으니 앞의 사진처럼 그냥 먼 길을 말없이 걷고 있는 사람들이 쉽게 만날 수가 있습니다.

추수감사 저녁식사를 한 뒤 다른 선교사 자녀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는 하늘. 아직 낯선 땅이라 어른들보다 특히 어린 아이들이 병치레가 많습니다. 팔 다리를 다쳐도 중소도시에는 마땅한 병원이 없기 때문에 차로 3~4시간 동안 운전해 수도 울란바토르까지 와야 한다고 합니다.

보통 6학년까지 부모님과 같이 있다 중학교부터는 해외에 있는 선교사 학교로 가게 됩니다. 또 다시 이별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자녀들이 적응을 잘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기에, 선교사 가족들에게는 사역보다 자녀 교육 문제가 더 힘든 경우도 있습니다. 선교사 부모들은 파송 받은 교회와 친구와의 이별을 경험했지만, 다시 또 한 번의 이별을 준비하고 있어야만 한답니다.

식사를 마치고 1시간 거리인 이르떼넷으로 돌아왔습니다. 이곳은 다른 한인 선교사님이 사역하시는 곳입니다. 교회 개척 사역을 활발하게 하고 계십니다. 이 도시는 서부로 가는 관문이며 몽골의 광산 계발과 함께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도시입니다. 이곳까지 기차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아직 서쪽으로 길이 개통이 되어 있지 않지만 이곳에 사역 중이신 임 선교사님은 길이 열림과 함께 복음을 전파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하룻밤 신세를 지고 저녁 7시에 출발해 다음날 아침 7시에 도착하는 기차를 타고 울란바토르로 돌아왔습니다. 12시간의 긴 기차 여행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난생 처음 타보는 침대 기차를 마냥 신기하게 생각했습니다. 아름다운 몽골의 대초원을 뒤로 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 왔습니다.

이현호 / 선교사

지난해 7월 몽골로 선교를 떠난 이현호 선교사가 소식을 보내왔습니다. <미주뉴스앤조이>는 이 선교사의 허락을 받아 그와 가족의 얘기를 계속 전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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