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연철 목사, 아들 보호하려다 참변 당한 듯
고(故) 김연철 목사, 아들 보호하려다 참변 당한 듯
  • 박지호
  • 승인 2009.03.09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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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된 소문에 유족들 '이중 고통'

정신 질환을 앓고 있던 아들에 의해 피살된 남가주조이플교회 김연철 목사. 그의 아내 김정화 씨는 지난 3월 8일 주일 예배 후에 교인들 앞에서 "죄송하다"며 흐느꼈다. 아들의 손에 남편을 떠나보내고 이제 아들까지 만나지 못하게 된 상황에서도, 사역자로서 교인들에게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며 용서해달라고 했다. 슬픔과 아픔 속에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김 씨는 확인되지 않은 언론의 보도, 추측성 소문 때문에 이중 고통을 당하고 있다.

사건 직후 "아들이 김 목사의 복부를 수차례 찔렀다", "아들이 원래 난폭했다", "김 목사가 평소 아들과 사이가 안 좋았다", "아들의 정신병 치료를 제때 하지 않아 병이 악화되어 화를 자초했다"는 등등의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유족들의 설명은 달랐다. 아들 김 씨가 김 목사를 수차례 찔렀다고 했지만, 유가족들은 김 목사가 칼에 찔린 곳은 왼쪽 다리 발목 윗부분이라고 말했다. 상처는 깊지 않았지만, 동맥을 스치면서 과다 출혈로 사망했다며, 아들이 의도적으로 살해했다는 추측을 거부했다.

김정화 씨는 남편이 목숨까지 잃을 상처는 아니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스스로 지혈을 하기 위해 상처를 싸맨 것으로 봐서 의식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 9·11에 신고하지 않은 것은 혹여 아들이 처벌 받을까봐 염려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아들이 평소에 불안하고 난폭했다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정신 질환을 앓긴 했지만 조용하고 온순한 아이였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한 번도 칼을 들고 아버지와 다툰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평소에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면 신경이 날카로워지는데, 이번에 수련회를 다녀오면서 충분히 수면을 취하지 못해 예민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신병을 제때 치료하지 않아 병을 키웠다는 일부 추측에 대해서는 "정신병원에 입원시킨 적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병원에 입원한 이후 상태가 더욱 악화되어 퇴원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주변에서 많이 사랑해주고, 함께 시간을 충분히 보내면 아들의 상태가 호전될 수도 있다는 말에, 김 목사가 늘 아들을 데리고 다니며 영화도 보고, 여행도 다녔다고 말했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치료를 받아왔고, 약도 계속 복용했다고 말했다. 또 김 씨가 마약을 복용해온 것도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유가족의 진술을 토대로 사건을 재구성해봤다.

김연철 목사, 사고 전날 "어머니가 보고 싶다"

사건 하루 전날인 3월 3일, 김 목사는 노회에서 하는 수련회를 앞두고 집 근처 텃밭에 들렀다. 밭일을 하던 김 목사는 그날따라 "한국에 계신 어머니가 보고 싶다"며, 찬송가 '하늘 가는 밝은 길이'를 불렀다.

이후 김 목사는 아들과 함께 수련회 장소로 떠났다. 김 목사 부자는 그날 수련회장에서 하룻밤을 보냈는데, 낯선 환경과 여러 소음 때문에 잠을 설쳤다. 사건 발생 일인 4일 오후 늦게 김 목사 부자는 집으로 돌아왔다.

김 목사 부자는 제대로 잠을 못 잤기 때문에 매우 피곤한 상태였다. 김정화 씨는 얼마 뒤 있을 선교 활동을 위해 밤 10시부터 12시까지 2시간 동안 40일 철야 기도를 하고 있었다. 그날도 남편이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을 보고, 10경에 교회로 출발했다. 기도를 마치고 12시 경에 집으로 돌아왔는데, 그새 참극이 벌어진 것이다.

현장에 없었기 때문에 정확한 내막을 알 수 없지만, 유가족은 평소에 아들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신경이 날카로워졌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에선 아들이 자폐증을 앓았다고 보도했지만, 신경 전달 물질의 화학적 불균형 현상인 'chemical imbalance'가 병원에서 진단한 병명이다.

아내 김정화 씨가 철야 기도를 위해 교회에 간 사이, 아들은 그가 평소에 즐기던 음식을 달라고 김 목사를 졸랐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들의 건강을 생각해 횟수를 제한했던 음식이라, 이를 두고 김 목사와 아들 간에 실랑이가 벌어졌던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그러는 와중에 김 목사의 왼쪽 발목 윗부분이 칼에 맞았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칼날이 동맥을 스쳤고, 출혈은 급속도로 진행되었다. 김 목사가 피하다가 그랬는지, 아니면 아들과 실랑이를 벌이던 중에 아들이 놓친 칼에 맞은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아들이 계획적으로 저지른 범죄는 아닌 것은 분명하다고 유가족은 설명했다.

아내 김정화 씨가 도착했을 때 김 목사는 지혈을 시도하기 위해 왼쪽 다리를 수건으로 발목을 동여맨 채 의식을 잃고 채 소파에 주저앉아 있었다. 상처를 싸맬 정도였으면 911에 신고할 수 있었겠지만, 너무 놀랐기 때문인지, 아들에게 피해가 갈까 염려했기 때문인지, 응급처치만 한 채 신고를 하지 않아 참변을 당했다.

김 목사, 평소 거동 불편한 이웃 위해 손발 노릇

유가족들은 김 목사의 숨겨진 선행까지 공개했다. 손을 제대로 쓸 수 없는 이웃을 위해 매일 그 집을 들러 옷을 입혀주고 음식도 차려주면서 이웃을 돌봐왔다고 유가족은 전했다. 또 김 목사는 아들 문제로 인해 정신 장애를 가진 가정을 찾아다니면서 상담 사역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노회 소속인 김민섭 목사(엠마오장로교회)는 "사고가 난 이후 교인 중 한 명이 '그동안 김연철 목사님 부부를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얘기해서 김 목사가 그동안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이웃을 위해 일해온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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